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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로케 Jul 28. 2020

삶의 관점을 바꾸는 법

결과는 사실 인간이 편의상 만든 허구의 개념이다. 인생사에 결과는 없다. 단지 우리는 편의상 결과 지점을 상정하고 사는 것뿐이다. 매년 12월 31일은 한 해의 끝이라고 하고 다음 해 1월 1일은 시작이라고 하지만 그런 게 어디 있나. 그저 똑같은 하루의 반복일 뿐이다. 


결과의 지점을 언제로 설정하느냐에 따라 인생의 교훈은 달라진다. KFC 할아버지로 알려진 창업자 커널 샌더스는 65살에 운영하던 식당이 망했다. 그 당시 65세면 이제 흔들의자에 앉아 티브이나 보며 여생을 보내도 이상하지 않은 나이다. 하지만 그는 남은 재산 100달러로 재기에 성공했고 세계적인 프랜차이즈를 만들었다. 인생의 종착점을 65세로 보면 그는 실패다. 종착점을 90세로 보면 그는 성공한 인생이다. 


우리가 비즈니스 롤모델을 설정할 때도 마찬가지다. 한 회사의 성공모델을 우리 회사에도 적용한다고 해보자. 그런데 그 성공모델의 회사가 2-3년 뒤에 시장 가치가 90% 이상 떨어지면 어떨까. 과연 다른 성공모델을 찾는 게 답일까? 이런 식이라면 우리는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기 때문에 성공모델을 찾는다는 건 요원하다. 


결과는 우리의 인생에서 프레임이다. 시작과 끝의 프레임을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설정하냐에 따라 우리가 삶을 바라보는 관점과 태도는 달라진다. 에단 호크와 줄리 델피 주연의 비포 3부작이 흥미로운 점은 엔딩 크레디트 이후의 삶을 2편, 3편 시리즈로 보여준다는 거다. 이 시리즈를 보면 사랑이 비포 선라이즈처럼 달콤하고 아련하다가도 비포선셋을 보면 차분한 현실로 다가오기도 하고 비포 미드나잇을 보면 지리멸렬함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어떤 시작과 끝이라는 프레임으로 바라보냐에 따라 사랑도 다르다.


결과라는 것이 단순한 허구의 개념이라는 걸 깨닫는 순간 삶에 대한 태도는 겸손해지고 숙연해진다. 내가 상정한 결과 지점에서 성공했다고 하더라도 그건 사실 과정의 일부다. 그게 언제 엎어질지 모른다. 반대로, 상정한 결과 지점에서 실패했다고 하더라도 끝나지 않은 게임이라면 얼마든지 재기할 수 있다. 스포츠 경기에서 종료 휘슬은 심판이 불지만 내 인생의 종료 휘슬은 내가 분다. 내가 경기장을 뛰는 선수이자 심판인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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