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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든게 아니라 취향이 넓어진 것

나이들어 취향이 변한게 서러운게 아니다.

by 정화온

나도 이젠 앞자리가 어엿한 3이다. 30살이 되니 20대때 젊다~ 어리다~ 하고 보던 시선은 온데간데 없고 갑자기 어른 취급이고 늙은이 취급이다. 꼭 앞에 수식어가 하나 붙는거 같다.


"(하이톤의 목소리라) 젊다 젊어!"

가 20대에 듣던 소리라면

"(한숨을 쉬며) 에휴 젊다 젊어~"

가 요즘 내가 제일 많이 듣는 소리 같다.


나도 내가 30살이 되었다는 것이 가끔은 체감될 때가 있다. 안먹던 음식을 먹기 시작하거나, 내가 평소에 좋아하던 음악취미나 이런게 변화하고 있다던가 갑자기 자연이 더 좋다거나 할 때 나도 30살이 되었구나를 체감하는 중인 것 같다. 근데 왜 이걸 나쁘고 아쉽게만 한숨을 쉬면서 바라보는지 전혀 모르겠다. 난 아직 젊다. 100세 인생의 절반도 못살았는데 왜이렇게 '너도 이제 늙은거야.' 라며 나를 비하하는 지 모르겠다.


친구들을 만나도 변화가 느껴진다. 이전엔 그저 게임이야기나 흔히 가쉽거리 연예인 이야기를 했다면 지금은 누가 결혼을 했다거나, 앞으로 미래는 어떻냐느니, 주식이니 투자니, 누가 좋은 회사 들어갔다던지 이런 이야기 투성이다. 나는 아직도 연예인을 좋아하고 뉴진스의 음악과 뮤비를 보면 영감을 받고 신나하는데 이런 나만 어린아이인듯 친구들에게 이야기해도 전혀 받아들여지지 않는게 느껴진다.


'내가 아직 미숙한가?'

라고 한번은 생각해본 적이 있었다.


30살이 되니 어찌 모든 말들이 다 내가 늙었다고 이제 시작이라며 너도 곧 살이 찔 것이고 살이 찌면서 배나온 아저씨가 될거라는 말들을 많이 한다. 왜 그 누구도 미래에 대해서 좋은 이야기는 해주지 않는걸까. 갑자기 글을 쓰다 보니 주변에 나를 바라본 어른들의 미래는 어둡기만 하다. 나이먹는게 이제부턴 죄같다.


어찌 앞자리 하나 바뀌었다고 이렇게 사람들이 훈수를 두기 시작하고 바라보는 시선이 전혀 달라지는게 참 이상하다. 난 그대론데- 여전히 인스타그램의 릴스를 보며 온갖 정보들을 수집하고 다니고, 연예인 이야기를 좋아하고, 아이돌은 특히 더 좋아하고, 아이돌의 음악, 뮤비, 의상까지도 간단한 가쉽까지도 찾아보고 롤도 좋아한다.(젠지 화이팅) 이런 나는 철없는 30대일까? 왠지 난 평생 이러고 살 것 같은데.


저렇게 재미나고 멋진 것들을 내가 포기할 수 있을까.

내 휴대폰도 나중에는 주식차트를 보는 용도에

투자 정보들을 찾아 다닐까.

으 생각만해도 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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