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글을 쓰지 못한 이유에 대해서
매일 글쓰기를 시작한지 어연 한달이 넘어갔다. 매일 글을 쓰고 발행하진 않더라도 그날에 든 생각이나 고민들에 대해 깊이 들여다보고 정리하며 글로 적어뒀다. 최근까지 이유를 모를 답답함 부터, 미래에 대한 고민, 업무적인 고민들까지 고민에 고민이 겹겹이 쌓인 적도 많았으나 글을 쓰며 하나하나씩 내려놓을 수 있었고 머리가 아파오는 일의 빈도도 확연히 줄어들었다.
그런데 요 며칠동안은 글을 쓸 수가 없었다. 글이 나오지 않았다. 나의 글감이 떠오르는 시간은 주로 퇴근길로 가장 지치고 힘들 때 일을 마쳐도 개운하지 않을때, 차가 막힐 때, 공허할 때 등등 대부분의 번뜩이는 글감들은 퇴근길에 나온다만, 어찌 퇴근길에 노래를 흥얼거리며 여름의 푸름을 구경하느라 글감이 떠오르지 않는다. 여름의 퇴근길이 덥지만 차 안에서 불어오는 시원한 인공적인 바람과 노래 한 곡에 위로를 받으며 따라 부르다 보면 어느새 집에 도착해있었다. 이상하게 요 며칠 동안은 차도 막히지 않고 해가 반짝이며 여름의 저녁을 만끽할 수 있었다.
그런 이유일까?
자리에 앉아 글을 작성하려는 나에게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았다. 인간은 힘들고 고난에 도달했을 때 무언가가 나온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나도 또한 이것에 전적으로 공감하는 편이다. 나의 글들은 대부분 힘들 때 자연스럽게 쓰여졌기 때문이다. 그런 내가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는다는건 지금 '행복'이라는게 찾아오고 있다는 신호로 봐야할까- 힘들고 깊은 고뇌에 빠진 글을 써야할 것만 같은데 그러지 못한 이유는 지금 순간이 나름의 '행복'을 동반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해야할지. 생각이 정리된건지 잘 모르겠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나는 행복에 대해서 쓸 줄 모르는걸까?"
라는 생각이.
나에게 행복이란 짧은 찰나의 순간이다. 길게 유지되지 않으며 불행과 행복은 동시에 찾아온다고 생각하는 나에게 행복은 오히려 서글픈 느낌도 든다. 언젠가 삶에서 눈물이 날 만큼의 행복에 도달할 순간이 찾아올거라고 믿지만 아직까지는 나에게 행복이란 어딘가 한구석은 서글픈 느낌이다. 그래서 행복에 대해 글을 쓸 줄 모르는걸까? 참 삶이란건 그토록 나에 대해서 잘 안다고 생각했으면서도 자꾸 물음표로 끝나며 스스로를 모르는 사람 마냥 질문을 던진다.
이 질문에 대한 답을 명쾌하게 내릴 순 없을 것 같다. 잠깐의 행복이 주는 만족감 때문일지 그냥 생각이 잠시 정리가 되어 더는 생각할 고민이 잠깐 동안 사라진건지. 분명한건 이전에는 몰랐던 나의 모습이라는 것. 이렇듯 글은 계속 되어야 한다. 지치지말고, 끝내지말고 글은 계속 써져야함을 다시 한번 깨닫는다.
언젠가
"나는 행복에 대해 글을 쓸 수 있을까?"
라는 질문에 답을 쓸 수 있을 때 까지
글은 계속 써져야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