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가, 인플루언서 윰니엘 님 인터뷰
유미
서울교육대학교 졸업
2018년 3월부터 초등교사로 근무
2023년 9월 의원면직
현재 스마트스토어 <cute things save the earth> 운영 중
인스타그램 인플루언서로 학습 컨설팅 병행 중 (@yumniel_)
작년 겨울, 연수 일정과 학기가 겹쳐 2주간 출근을 못 한 적이 있다. 대신 교실을 맡아줄 시간 강사가 필요했고, 친한 언니의 소개로 유미를 알게 됐다.
“멋지고 대단한 친구야. 엄청 열심히 살아.” 언니 말에 따르면 유미는 조금 특별한 시간강사 선생님이었다. 그녀는 그해 가을 의원면직한 후 스마트스토어를 창업했다. ‘cute things save the earth’라는 이 브랜드는 이름 그대로 친환경 장바구니나 유리 빨대, 깜찍한 키링 등을 판매하고 있었다. 그중 베스트 상품인 코알라 헤어핀은 리뷰 600개가 넘었다.
초등학교 시간 강사와 사업가. 어떻게 보면 이질적인 두 가지 삶을 병행한다는 게 무척 흥미로웠다. 꼭 한번 만나 대화를 나눠보고 싶었지만, 시간은 정신없이 흘렀고 아쉽게도 마주할 기회를 놓쳐버렸다.
이번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부터 유미를 인터뷰하고 싶었다. 용감하게 사업으로 뛰어든 계기는 물론이고 그 이후에 겪은 현실적인 부분도 궁금했다. 어느새 계절은 여름이 되었고 그사이 유미는 ‘윰니엘’이라는 인스타그램 계정도 키워 2.5만명의 팔로워를 보유하고 있었다.
브랜드도, 인스타그램도 척척 키워낸 유미의 이야기를 드디어 들을 수 있게 됐다. 그녀의 여정은 어떤 영감을 줄까? 기대 가득한 마음으로 유미를 만나러 갔다.
출근하기 싫어서 엉엉 울던 밤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5년간 초등교사로 일하다가 작년에 면직하고 새로운 삶을 살고 있는 한유미라고 합니다.
SNS를 통해 유미 님을 접했을 때 밝고 귀여운 에너지가 느껴지면서 동시에 야심가의 면모도 보이더라고요.
어렸을 때 어떤 학생이었나요? 교대는 어떻게 진학하게 되셨어요?
어렸을 때부터 세계 여러 나라를 돌아다니면서 살고 싶은 꿈이 있었어요. 중학생 때부터 외국 대학교 가겠다고 SAT라는 미국 수능 문제집을 혼자 사서 공부할 정도로 야망이 있었죠.
근데 엄마랑 오빠가 한계를 그었어요. 집에서 “네가 어떻게 외국 대학교를 가냐, 말이 된다고 생각하냐. 그냥 서울권 대학 가서 취직해라.” 이런 말을 계속 들었죠. 그래서 차선책으로 영어교육과에 들어가고 싶었어요. 영어 공부도 하고, 외국으로 교환학생도 가려고요.
그러다 고등학교 2학년 때 담임 선생님께서 초등교사를 추천하셨어요. 제가 아기자기한 것도 좋아하고, 평소에 친구들이랑 춤 대회도 나가고 하니까 중고등학생보다 초등학생과 더 잘 맞을 거라고 판단하신 것 같아요. 임용티오도 사범대보다 교대가 더 나은 상황이었고요.
안정적인 직업을 택한 데에는 가정 환경의 영향이 컸군요.
네. 저희 아버지께서 대기업 다니다가 관두고 사업을 하셨거든요. 어머니께서 사업의 흥망성쇠를 직접 겪다 보니 자식들이 안정적인 직장을 갖길 바라셨어요. “회사원 해라, 월급 따박따박 들어오는 게 최고다.”라는 얘기를 매번 하셨죠.
교대 생활은 어떠셨나요?
솔직히 1학년 때는 반수하고 싶었어요. 왜냐하면 제가 원하는 대학 생활이 아니었거든요. 저는 외국에서 살고 싶었으니까, 미국이나 영국 드라마를 자주 봤는데요. 거기선 대학 생활이 엄청 재밌어 보이잖아요.
근데 교대는 아무래도 같은 과끼리 한 반이 돼서 맨날 같이 다니고, 시간표도 짜여서 나오니까 고등학교의 연장선 같더라고요. 그래서 반수를 고민했는데 동아리 선배가 교생 실습은 한번 해보라고 하는 거예요.
그 말에 기다려봤지만 실습 다녀오고도 마음이 확 변하진 않았어요. 그래서 한동안 워킹홀리데이를 갈까, 교환학생을 갈까 방황을 꽤 했어요.
그런 와중에 임용고시를 친 건가요?
아니요. 임용고시 때는 진로 고민 없이 공부했어요. 3학년 때 잠실 쪽 학교에 실습을 나갔는데 거기서 처음으로 수업하는 보람을 느꼈거든요. 학생들이 너무 예쁘고, 저랑 상호작용도 잘 되는 거예요. 그때 교사 해야겠다는 결심이 들었어요.
동아리 선배 조언대로 교생실습이 큰 역할을 했군요. 어렵게 마음 잡고 교사가 되었는데 첫 해 때 고생을 많이 하셨다면서요. 학생한테 욕도 듣고 맞기도 했다고 들었어요.
발령 기다리면서 경기도 본가 근처에서 기간제 교사를 할 때였어요. 7월쯤에 인수・인계받으러 담임 선생님을 뵈러 갔는데 그분이 저한테 계속 미안하다고 하시는 거예요. 그땐 아무것도 모르니까 ‘왜지? 미안하실 게 뭐 있나?’ 싶었는데 알고 보니 그 반이 장난 아니더라고요.
1학년 때부터 담임 교체를 밥 먹듯이 해온 전설의 학생 한 명에, 분노 조절 장애가 있는 학생까지 있는 반이었어요. 그 두 명이 있으니까 수업이 전혀 안 되더라고요.
그 전설의 학생은 수업 시간에 앞문 뒷문을 왔다 갔다 뛰어다녔어요. 시끄럽게 다른 학생에게 말을 걸면서요. 화가 나면 “너 인중 몽키스패너로 찍어버린다.”라는 식의 폭언을 하고, 저한테도 뭘 던지고 쌍욕을 했어요.
몇 학년이었는데요? 학부모님께 말씀드렸나요?
4학년이요. 그 학생 어머니는 술 마시고 새벽에 전화해서 “우리 아들 인생 망쳐놓고 네가 잘 살 것 같아?” 이러셨어요. 왜냐하면 그 아이 한 명한테 학교 폭력 사안 7개가 걸려있었거든요. 얼마나 힘든 반이었는지 짐작이 가시죠?
정말 힘드셨겠어요. 하필 첫해부터…. 신규 땐 적응하기도 바쁜데요.
그때는 정신과 다녔었어요. 매일 아침에 눈 뜨면 차에 치이고 싶고, 밤에 잘 때는 다음 날 안 깨고 싶었어요.
근데 더 힘들었던 건 가족들이 제 상황에 대해서 아예 공감을 못 해주는 거였어요. “너는 어른이고 걔네는 해봤자 애기인데 그것도 컨트롤 못 하냐.”, “선생님인데 참을 수도 있지. 교사가 1년에 몇 달 일한다고 그것도 못 참냐.” 이런 식으로 얘기를 하니까 점점 말도 못 하고 혼자 참게 되더라고요.
그만두고 싶긴 했는데 당장 나가면 후회할 것 같았어요. 최소한 5년은 해봐야겠다고 생각했죠. 근무 환경이라도 바뀌면 좀 나아질까 싶어서 서울 지역으로 임용을 다시 쳤어요.
그런 상황에서 가족의 도움을 받을 수 없다는 게 서럽네요. 왜 그렇게 말씀하셨을까요.
서울에서의 교사 생활은 어땠어요?
첫해에 온갖 이상한 일을 겪어서 그런지 그 이후에는 별로 스트레스를 안 받았어요. 한동안은 학부모님 전화 왔을 때 깜짝 놀라긴 했죠. 술 취해 전화하던 그 어머니가 떠올라서. 근데 그것도 갈수록 무뎌지더라고요.
교사하면서 좋았던 적도 있었나요?
엄청 많아요. 서울희망교실이라고 학교 밖에서 학생들 문화 체험시켜 주는 프로그램이 있어요. 그거 하면서 아이들이 기뻐하는 모습 보면 뿌듯하더라고요.
그리고 저는 교과 학습보단 생활 교육을 중시했는데요, 학기 초부터 제가 강조했던 인성적인 부분을 아이들이 점점 받아들이고 올바른 방향으로 변화하는 게 되게 감동적이었어요.
원체 사람을 좋아해서 아이들한테 에너지를 많이 받았던 것 같아요.
그럼 의원면직하신 이유는 뭔가요?
서울에서 교사 생활할 때는 첫해처럼 악성 민원을 받은 적은 없어요. 근데 제가 이것저것 열심히 하니까 다른 반에 민원이 들어오더라고요. “왜 저 반만 저런 거 해요?” 이런 식으로요. 그러니까 선생님들께서 저한테 특별한 걸 하지 말라고 하시는 거예요. 통일성을 위해서요.
그때 느꼈어요. 내가 열심히 해도 여기선 날 응원해 주지 않는구나. 오히려 “너 왜 다르게 해, 똑같이 해.”라는 말로 짓누르는구나. 이 조직에선 더 이상 성장할 수 없다.
그 이후로 ‘적당히 하자'는 마음으로 일하니까 무기력해졌어요. 애정도 없어지고 열정도 식게 됐어요.
뭔지 알 것 같아요. 그런 민원 때문에 학년에서 통일해야 하는 부분이 생겨나죠. 내가 하기 싫어도 해야 하고, 내가 하고 싶어도 못 하고. 민원이 심할수록 자율성도 침해되는 것 같아요.
네. 그래도 말만 그만두고 싶다 그러면서 계속 다니고 있었는데 어느 날 학교 가기 싫어서 눈물이 나오는 거예요. 일요일 밤이었는데 다음날 출근하기가 너무 싫어서 엉엉 울었어요.
그때 ‘내가 왜 이렇게 울면서까지 직장에 가야 하지?’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바로 다음 날 교감 선생님께 그만두겠다고 말씀드렸죠. 당시에 큰 사건이 있었던 건 아니지만 그간 누적된 스트레스가 터졌던 것 같아요.
주변 사람들의 반응은 어땠나요?
일단 가족들은 “그만두고 뭐 하게. 너 대안 있어? 네가 교대 나와서 교사 말고 할 게 뭐가 있어?” 이런 식으로 얘기했어요. 다른 선생님들도 “생각 잘해라. 네가 안 가봐서 그렇지 학교 밖은 지옥이다. 여기가 최고다.”라고 말씀하셨고요.
그런 말을 계속 들으니까 되게 불안해지더라고요. 다들 올바른 길로 가고 있는데 나만 못 버티는 것 같고. ‘내가 사회생활 해본 게 교사밖에 없는데, 그리고 4년간 교대 다니면서 교육에 관한 것만 배우고, 친구들도 다 교사인데 그만둬도 되나? 연금 없으면 어떻게 살지? 지금이라도 의원면직 철회한다고 할까?’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유독 교사를 그만둔다고 했을 때 주변 반대가 심한 것 같아요. 불안과 고민을 어떻게 이겨내셨나요?
그 시기에 책을 엄청 많이 읽었어요. 자기 계발, 재테크, 진로 관련 책을 계속 읽으면서 마인드를 갈아 끼웠어요.
그런 책에서 공통적으로 말하는 것 중의 하나가 '시간의 유한성'인데요, 그걸 깨닫고 나니까 고민하는 시간조차 아까워졌어요. 나에게 주어진 시간이 한정되어 있으니까 원하는 삶을 살아야겠다고 생각했죠.
그리고 자기계발서 보면 문제가 생긴다는 건 곧 발전할 기회고, 잘 안되면 그때 가서 대안을 찾으면 된다고 하거든요. 그러니까 일단 이걸 기회 삼아 하고 싶은 일을 해보고, 아니다 싶으면 임용고시 다시 보면 되겠다고 생각했어요. 임용고시 두 번 봤으니까 세 번도 볼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
와, 전 임용고시 절대 다시 못 할 것 같은데(웃음). 대단하세요. 독서를 통해 힘을 얻으셨네요. 주변의 지지가 없어서 외롭진 않으셨나요?
가족들은 반대했지만 룸메이트랑 남자친구는 응원 많이 해줬어요. 남자친구는 공기업을 다니다가 저보다 먼저 그만두고 사업을 시작했거든요. 그때쯤 사업체가 어느 정도 성장해서 직원도 두는 상태였어요. 옆에서 그런 걸 지켜보니까 더 용기가 났어요. 남자친구가 맨날 저한테 할 수 있다고 격려해 줬고요.
스마트스토어 창업
다행이네요. 가치관이 잘 맞는 사람이 옆에 있으면 용기를 얻죠. 이직할 때 보통 자격증 시험이나 대학원을 생각하는데요. 유미 님께서 사업을 선택하신 건 어떤 이유였나요?
시간적 자유가 있는 삶을 살고 싶었어요. 전 여행하는 게 너무 좋거든요. 제가 원하는 건 자유롭게 여행 다니는 삶이에요. 근데 어떤 직업이든 어딘가에 묶여서 일정 시간을 일할 수밖에 없잖아요. 그래서 제가 원하는 삶을 살려면 사업을 해야 한다고 판단했어요.
그때 바로 시작한 게 네이버 스마트 스토어 'cute things save the earth'였죠. 같이 살던 중학교 친구랑 취향이 맞아 동업하게 되셨다고 들었어요.
네. 그 친구는 어린이집 교사였는데 저처럼 일하는 걸 힘들어했어요. 그래서 비슷한 시기에 같이 그만두고 사업을 시작했죠. 평소에 둘 다 귀여운 거 좋아하고 인터넷 쇼핑도 많이 해서 깜찍한 물건을 판매하는 스마트스토어를 열었어요.
시작할 때 어려운 점은 없으셨나요?
네. 요즘엔 스마트스토어 설정하는 법 이런 거 유튜브에 너무 잘 나와 있어요.
베스트 상품이 코알라 머리핀인데요. 리뷰가 600개가 넘어요.
처음에 중국 도매 쇼핑몰에서 코알라 머리핀을 보고 비슷한 물건을 찾아봤는데 한국에 아직 없는 거예요. 그래서 바로 대량으로 주문했어요. 자본이 적게 들어가면서 집에 쌓아놓기도 편하니까 첫 사업 아이템으로 딱이었죠.
처음에는 안 팔리다가 석 달 쯤 후에 우연히 트위터에서 알고리즘을 타서, 그때 많이 팔렸어요. 막 천만 원이 넘어가고.
구독자 45만 유튜버 '밈고리즘'이 유미 님께서 제작하신 티셔츠를 입은 적도 있잖아요. 스마트스토어에서 잘 팔리는 물건의 조건은 뭘까요?
일단 검색량이 많아야 해요. 아무리 좋은 물건이어도 사람들이 찾아주지 않으면 노출이 안 되니까요. 그러면서 차별성도 있어야 해요.
예를 들어 청소기를 팔아요. 근데 일반 청소기로는 다이슨이나 삼성 같은 대기업을 이기기 어렵잖아요. 그러니까 차량용 청소기나 무선 청소기로 세분화한 뒤에 검색량을 알아보는 거죠.
‘사람들이 차량용 청소기를 많이 찾네, 해볼 만하겠는데.’ 싶으면 들여와서 브랜딩을 하는 거예요. 여기서 우리 물건이 다른 데보다 왜 좋은지 차별성을 강조해요. 우리는 흡입력이 엄청 세다, 예쁘다, 이런 식으로 셀링포인트를 만드는 거죠.
- 해당 인터뷰 전문은 책 <교대 나와서 교사 안 하면 뭐 먹고살지?>에 있습니다.
책에는 다른 분들의 인터뷰와 저의 에세이도 실려 있습니다.
- 책 소개 링크
https://gamy-philosophy-ccf.notion.site/1bd708c22b8180b2bfa3fbdfec44f5c8?pvs=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