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적 자유와 사업에 관한 대화
유미 님께서 이것저것 시도하고 이뤄내는 모습이 정말 멋져요.
일단 하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억만장자 파헤치기>라는 다큐멘터리 아세요? 미국의 성공한 사업가를 낯선 곳에 떨어뜨려 놓고 처음부터 시작하게 하는 거예요.
알아요! 처음에 10만원 주고 석 달 만에 10억 버는 거죠? 밑바닥부터 시작해서 식당 차리잖아요.
맞아요. 처음에 트럭, 핸드폰, 10만원만 주잖아요. 그걸 보면서 '나는 이 사람들보다 훨씬 나은 조건에 있는데, 뭐라도 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당장 할 수 있는 걸 찾아보다가 당근마켓에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어요. 사람들이 사진 보내주면 아이패드로 그림 그려주고 천원씩 받았죠. 근데 점점 주문이 많이 들어오는 거예요. 그래서 가격 올리고 올리다가 그걸로 돈 꽤 벌었어요.
그런 식으로 스마트스토어도 시작했고, 릴스도 찍어 올렸어요. 밑져야 본전이라는 생각으로요. 근데 하다 보니까 늘더라고요. 계속하니까 더 잘 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게 되고요.
‘그냥’ 하는 거군요. 전 뭐든 ‘잘’해야 한다는 압박이 있으니까 쉽게 시도를 못 하겠어요.
잘할 필요 없어요. 사실 릴스만 하더라도 저보다 영상 편집 잘하는 사람 널렸죠. 만약에 ‘잘’하는 게 기준이면 다들 유튜브 안 보고 공중파 방송이랑 영화만 볼 걸요? 근데 그게 아니잖아요.
사람마다 고유의 색깔이 있어요. 그림을 못 그려도 그 사람의 그림체를 좋아해 주는 사람이 분명히 있거든요. 나만의 개성을 살리는 게 중요해요. 내가 하고 싶은 얘기를 하는 거죠.
최근에 여행 가서 쓴 그림일기를 판매해 볼까 했던 적이 있어요. 출판은 겸직이 가능하니까요. 한 2,000원에 전자책으로 내볼까 했는데 ‘누가 살까?’ 싶은 거예요. 이게 돈을 받을 가치인지도 모르겠고.
그건 시장이 결정해 주는 거죠. 안 팔리면 가격 내려봐요. 100원에 팔아, 팔리면 500원으로 올려, 이것도 되면 1,000원에 팔아. 우리는 시장에 테스트를 하는 거예요. 반응이 안 좋으면 바꿔서 다시 내놓고, 잘 팔리면 왜 그런지 이유를 찾는 거죠.
도전하면서 성장해 가는 거군요.
저는 그게 좋아요. 그렇게 저의 역량을 최대한 끌어내는 거죠. 내가 어디까지 할 수 있나 부딪혀보고요.
저는 ‘경제적 자유’라는 목표가 되게 무겁게 느껴져요. 어쩐지 사활을 걸고 청춘을 바쳐야 할 것 같단 말이에요. 근데 유미 님은 이 목표로 가는 여정을 유쾌하게 즐기고 계셔서 신기해요.
전 행복하게 돈 많이 벌 수 있다고 생각해요. 부지런하게 살아야 하는 건 맞지만, 뼈를 깎아야 부자가 되는 건 아니에요. 하고 싶은 거 하면서 자아실현도 하고 돈도 벌 수 있어요.
하고 싶은 일이 돈이 안 되면요?
돈이 되게 만들어야죠. 요즘 세상에 돈이 안 되는 건 없어요. 하다못해 이젠 데이트코스 정리해 놓은 것도 사고팔잖아요.
『프레임』이라는 책 읽으셨나요? 거기에 이런 얘기가 나와요. 어떤 사람이 목사님께 "기도하는 중에 담배를 피워도 되나요?"라고 물어봤더니, 절대 안 된다고 하셨대요. 신성모독이라고. 그래서 그 사람이 알겠다고 하고 다음에 가서 "담배를 피우는 중에 기도해도 되나요?"라고 물어봤대요. 그랬더니 당연히 된다고 하셨대요.
사실 행위 자체는 똑같은데 관점이 다른 거잖아요. 그렇게 생각하면 나는 돈이 안된다 생각할지라도 남한테는 그게 아닐 수 있는 거죠.
이렇게도 받아들일 수 있네요. 돈 벌면서 그림 그리면 안 되지만, 그림 그리면서 돈 버는 건 돼요.
그렇죠. 저도 그림 그리는 거 좋아해서 카카오톡 이모티콘 만들고 있거든요. 벌써 몇번이나 까였어요. 그래도 계속하는 거죠.
부담이 적으니까 과정을 즐길 수 있는 거네요. 근데 또 항상 최선을 다하신단 말이죠. 전 뭔가 이렇게 생각했어요. ‘내가 열심히 했으니까 잘 돼야 하고, 잘 안될 것 같으면 열심히 안 할래.’ 근데 오늘 유미 님과 대화하면서 마인드를 바꾸기로 했습니다. ‘일단 좋아하는 일 열심히 해. 되든 안 되든 자본주의 사회에 내놔. 결과가 나오면 받아들이고 성장해!’ 맞나요?
네네(웃음). 화랑 님도 뭐든 잘할 수 있을 거예요.
유미는 당근마켓에서 그림을 팔고, 부업으로 타투를 배우고, 반려동물 얼굴이 그려진 티셔츠를 만든다. 한두 번 떨어지면 그만둘 만도 한데 카카오톡 이모티콘 심사에 계속 도전한다. 인스타그램에 달리는 악성 댓글에도 개의치 않는다.
나는 그녀가 트램펄린 위에서 뛰는 어린아이 같다. 여러 번 도전하고, 넘어져도 다시 일어나 아무렇지 않게 뛴다. 뭐든 즐겁게 시도하고, 새로운 걸 생산해 낸다.
인상적인 건 유미의 트램펄린은 유미 스스로 만들었다는 것이다. 그건 독서에서 왔다. 진로 고민으로 힘든 시기에 그녀는 엄청난 양의 책을 읽으며 지식을 쌓고, 가치관을 확립해, 확신을 다졌다. 유미를 이만큼 키워낸 것도, 격려한 것도 모두 유미 자신이었다.
그래서인지 유미의 낙천주의에는 깊이가 있다. 자본주의에 관한 이해, 수익 창출에의 의지, 주어진 시간이 한정되어 있다는 자각이 트램펄린을 탄탄하게 받쳐준다. 지금까지 이룬 성과는 10분의 1도 안 된다면서, 언젠가 <유퀴즈>에 꼭 나갈 거라는 유미의 말이 마냥 가볍게 들리지 않는 이유도 그 깊이 때문일 것이다.
이날 유미가 전해준 긍정적인 에너지가 아직도 내게 남아있다. 유미에겐 그런 힘이 있다. 덕분에 유미가 품은 당찬 꿈이 꼭 이뤄지길, 나까지 진심으로 바라게 되었다.
- 해당 인터뷰 전문은 책 <교대 나와서 교사 안 하면 뭐 먹고살지?>에 있습니다.
책에는 다른 분의 인터뷰와 저의 에세이도 실려 있습니다.
- 책 소개 링크를 클릭해보세요.
https://gamy-philosophy-ccf.notion.site/1bd708c22b8180b2bfa3fbdfec44f5c8?pvs=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