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게임에는 퀘스트라는 할 일이 존재한다. 한 퀘스트를 완료하면 연쇄적으로 다음 퀘스트가 기다리고 있다. 퀘스트는 완료하게 되면 적절한 재화와 경험치라는 보상을 주어 유저의 사기를 북돋아준다. 다만 이를 반복했을 때 유저는 권태와 지루함을 느낀다. 시간이 갈수록 도파민의 분비는 적어지고 보상도 불려진 몸집에 비해 적게 받지만 완결을 보고 싶은 마음에 기계적으로 키보드를 두드린다. 이후 게임의 완결을 보면 엄청난 희열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드디어 내가 이 게임을 정복했구나!’ 하고 기뻐하는 것도 잠시 유저는 목표가 사라졌음에 흥미를 잃고 던전을 서성이다 게임을 그만둔다.
이는 현실세계에서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학생이면 시험이라는 퀘스트가 존재하고 좋은 대학교로의 진학이라는 핵심 퀘스트가 존재한다. 성인이라면 스펙 쌓기, 대기업 취직하기, 회사에서의 승진 등의 퀘스트가 존재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재화와 경험치라는 보상의 달콤함을 느끼기 위해 열정을 쏟는다. 사실 그런 과정을 좋아하는 사람은 드물다. 모두 앓는 소리를 내고 어서 끝났으면 좋겠다고 한다. 하지만 퀘스트를 전부 완료하고 나면 큰 공허함을 얻는다. 보상을 누리지만 달콤함은 잠시다. 오히려 앓는 소리 하고 힘들었던 그 시절이 그리워진다. 이는 내성이 쌓여 도파민의 분비가 적어져서 그런다기보다는 근본적으로는 ‘나’라는 존재를 확인할 방법이 사라졌기에 공허함을 느끼는 것이다.
보상으로부터 삶의 의미를 찾고자 하는 접근은 위험하다. 과정으로부터의 결과인, 돈을 비롯한 보상은 가산적이기 때문에 끝없는 욕망을 부른다. 부를 축적하면서도 갈증을 해결하지 못하는 이유이다. 과정 그 자체는 서사적이다. 시작과 끝이 명확히 존재한다. 따라서 과정에서 자신만의 이야기를 만들어낼 수 있다.
결과만이 중요한 게 아니다. 우리는 고난 끝에 얻은 결실에서는 찾을 수 없었던, 고난을 헤쳐 가는 과정 자체에서만 진정한 개인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그렇기에 우리는 항상 나를 실현할 무대를 만들어서 뛰어들어야 한다. 무대 위에서 순수한 즐거움을 온몸으로 느껴야 한다. 무대에 불이 꺼지는 순간 ‘나’도 어둠 속으로, 심연으로 꺼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