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어린 아가 때부터 동화책을 읽어주는 일이 이제는 보편적인 일이 되었습니다.
한글 동화책뿐만 아니라 영어 동화책에 이르기까지, 어린 시절에 형성된 책 읽는 습관이 평생 책을 가까이하는데 초석이 됨을 모르는 이가 없기 때문이겠지요.
엄마 무릎에 앉아 동화책을 읽는 힘은 비단 좋은 학교 성적에만 국한되진 않습니다.
아이의 듣기 능력 향상은 물론, 부모와의 안정된 애착형성으로 정서 함양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지요.
또한 엄마가 읽어주는 이야기를 집중하여 들은 아이는 자연스레 읽기 능력도 향상되고요.
듣고 이해하는 능력이 곧 읽고 이해하는 능력의 기초가 되기 때문입니다.
아이에게 그림책을 읽어주다 알게 된 영어 동화책은 제게 신세계였습니다.
우리 세대는 영어 공부하면 <성문 기초영어>가 첫 관문일 정도로 문법을 먼저 공부하는 게 상식이었죠.
첫 장을 넘기고 두장을 넘기다 세장을 넘기기 어려워 결국 <성문 기초영어>는 책장에 꽂아두어야 했던, 해야만 하는 숙제를 마치지 못한 것처럼 개운치 못함을 남기고 기억 속에서 사라져 갔습니다.
'영어는 어려워~!라는 아픔과 함께...
그런 제게 영어 동화책은 "나도 읽을 수 있다!"라는 자신감을 심어 주었습니다.
"The very hungry caterpillar" 이 책을 읽기 위해 우리 세대는 The(정관사), very(부사: 아주, 매우), hungry(형용사 : 배고픈), caterpillar(명사 : 애벌레)
이렇게 단어의 뜻과 문법을 알고서야 비로소 해석을 하고 이해할 수가 있었지요.
그러나 동화책을 읽는 내내 반복되는 문장과 그 문장과 일치하는 그림을 보며, 굳이 해석하지 않아도 이해할 수 있고, 반복되는 문장을 통해 문법을 몰라도 옳은 문장인지를 감으로 찾아낼 수가 있었습니다. 모르는 단어 한두 개쯤은 전체 이야기를 이해하는데 전혀 어려움이 없었으며 오히려 모르는 단어를 그림을 통해 추측해 봄으로써, 영어라는 글로 된 동화책을 편하게 읽어낼 수 있는 베짱이 생겼어요. 그렇게 영어 동화책을 한 권씩 한 권씩 아이에게 읽어주며 저 또한 두꺼운 영문소설책 한 권 읽은 것 이상의 기쁨을 느꼈고 아이와 까르르~ 웃는 사이 아이와의 정서적 교감도 두터워졌고, 자연스럽게 저의 영어실력까지 향상되었습니다.
한글책은 재미있게 읽어주기가 어렵지 않은 반면, 영어책은 '알아들을까?' 하는 의구심에 시도조차 힘들어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잠깐만 생각을 해보면 이 고민은 영어를 학습으로 배운 우리 어른들에게만 한정된 고민이라는 것을 알 수 있지요. 아이가 책을 이해하고 있다는 전제 하에 부모가 책을 읽어주는 게 아닙니다.
부모와 함께 책을 읽어가며 이해력이 향상되는 것이 아마도 옳은 해석일 것입니다.
북스타트 운동으로 아이가 태어나서부터 책을 읽어주는 것이 이젠 자연스러운 현상이 되었습니다.
돌 전 아이가 엄마가 읽어주는 책을 모두 이해해서 듣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단지 엄마인 우리에게 익숙한 언어이니 읽어주기가 편하고 아이는 따뜻하고 편안한 엄마 음성으로 들려주는 이야기 소리가 좋아 까르르 웃고 반응을 보이며 이야기에 집중하고 그 시간이 쌓여 이해력이 향상되는 것입니다.
영어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영어를 학습으로 배워 영어책을 읽기도 전에 먼저 다가오는 부담감을 떨쳐낼 수만 있다면 영어로 된 언어를 아이에게 들려줄 수 있고, 아이는 그 이야기를 들으며 한글과 마찬가지로 자연스럽게 이해력이 향상될 것입니다.
물이 바위를 뚫습니다.
물이 바위를 뚫는 것은 물의 힘이 아니라, 물이 바위를 두드린 횟수라는 사실을 명심합니다.
영어를 유창하게 구사하는 엄마보다, 영어동화책을 재미있게 읽어주는 교수법을 가진 선생님보다 편안한 마음으로 기분 좋은 시간에 아이를 무릎에 앉혀 따뜻한 음성으로 동화책을 읽어주는 엄마가 아이에게는 '으뜸!'이지요.
물이 바위를 뚫듯, 단비가 세상을 촉촉이 적시듯, 엄마의 따뜻한 음성과 무릎의 힘이 결국 원어민 선생님보다, 학원 선생님보다 영어라는 언어를 편안하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구사할 수 있게 합니다.
영어(언어)는 결국 가르치고 배우는 것이 아닙니다.
그저 환경을 만들어주고, 이왕 만들어 주는 환경, 아이가 좋아하는 것을 매개로 편안하게 조성해줘 아이 스스로 터득해 가는 과정입니다.
다만, 영어라는 언어에 대한 부담을 내려놓고 영어 또한 학습이 아닌 소통을 위한 하나의 도구라는 사실을 기억하세요. 그 인식의 전환만 가능하다면 누구라도 어렵지 않게 원어민도 감탄하게끔 영어를 구사하는 아이를 보는 기쁨을 맛볼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