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대나무 중에서 최고로 치는 모죽(毛竹)은 씨를 뿌린 후 5년 동안 아무리 물을 주고 가꾸어도 싹이 나지 않는다고 합니다. 하지만 5년이 지난 후 어느 날 손가락만 한 죽순이 돋아나고, 주성장기인 4월이 되면 갑자기 하루에 80cm씩 쑥쑥 자라기 시작해 30m까지 큰다고 하는데요...
왜 5년이란 시간 동안 자라지 않았는지 궁금했던 학자들이 땅을 파보았더니, 대나무의 뿌리가 사방으로 뻗어나가 뿌리의 길이를 합하면 10리가 넘도록 땅속 깊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고 합니다. 5년이란 시간 동안 땅의 기운을 받으며 숨죽인 듯 아래로 아래로 뿌리를 내리며 내실을 다지다, 5년 후 당당히 세상에 그 모습을 드러낸 것이지요.
아이를 낳고 키워본 부모들은 알 거예요.
아이들이 기적처럼 말을 하기 시작해 글을 읽기 시작한다는 것을!
말로는 표현할 수 없을 만큼 놀라운 위업을 아이들은 무서운 속도로 이루어냅니다.
이렇게 기적처럼 말을 하기 시작하는 밑바탕에는 수없이 들은 '시간의 힘'이 있습니다.
아이가 "엄.마!"라는 말을 하기 위해 12개월여 동안 얼마나 많은 "엄마"라는 소리를 들을까요?
수백 번, 수천번, 감히 셀 수도 없을 만큼을 1년여 쯤 듣고 나서야 비로소 엄마~라는 말을 뱉지요.
그 후로 한두 단어씩 말을 하다 24개월 즈음되면 무서운 속도로 말이 늘고 대화가 가능하게 됩니다. 태어나고 자라는 동안 생활 속에서 무수히 듣는 모국어도 일 년여쯤 듣고 나서야 비로소 몇 마디 단어를 말할 수 있게 되는데, 하물며 외국어인 영어는 얼마만큼의 시간을 들어야 할까요?
네, 세상 모든 언어 습득의 기본은 '듣기'입니다.
유일하게 읽기부터 배워야 하는 라틴어만을 제외하고선 말이죠. 수많은 언어의 바탕이 된 라틴어는 로마제국이 쇠퇴하면서 자연스럽게 사라지게 되었고, 학문적으로 연구하는 경우가 아닌 이상 쓰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지요.
영어는 우리나라 사교육 지출 순위 1위를 항상 차지할 만큼 우리나라 부모들의 관심이 대단합니다. 요즘은 영어교육 또한 독서를 통해 읽어주는 것으로 시작을 하면 좋다는 것을 많은 부모들이 알고 있고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어동화책을 읽어주는 것만으로 과연 영어교육이 가능할까? 아는 만큼 또 불안해집니다.
EFL(English as a foreign language : 외국어로서의 영어) 환경에서 영어를 습득할 때 동화책은 쉽고 또 재미있게 배울 수 있는 최고의 도구입니다. 부모의 무릎에 앉아 따뜻한 음성으로 보고 듣는 동화는 그것이 영어든 한국어든 부모와 아이 사이의 정서적 유대감을 높여주는 것은 물론, 단어나 구문을 따로 배우지 않아도 자연스레 우리말과 다른 언어적 감각을 익힐 수가 있지요. 무엇보다 동화책은 정제된 언어로 쓰여 있고 아이의 세계를 고스란히 담고 있습니다. 또한 영어동화책을 읽으며 굳이 문법적인 설명을 해주지 않아도 옳은 문장과 그렇지 않은 문장을 구별해 내는 능력이 생김은 물론 우리나라와 다른 영어권 나라의 문화도 자연스럽게 알 수 있게 되지요. 더불어 이해력, 표현력, 상상력 등 책 읽기를 통한 긍정적인 효과 또한 부수적으로 얻을 수 있으니 영어동화책은 영어를 습득하기에 더없이 훌륭한 도구입니다.
그런데도 여전히 영어동화책을 읽어주는 것만으로 충분할까?... 불안하고 의심이 드는 이유는 부모인 우리가 영어를 소통을 하기 위한 수단이 아닌 학습으로 배웠기 때문이지요. 머릿속으로 아무리 학습 위주의 교육이 좋지 않다고 생각해도 막상 현실에서는 동화책과 더불어 무언가 그럴듯한 교재와 선생님을 통해 체계적으로 배워야 한다고 생각하는 이유입니다.
얼마간 영어동화책을 읽어주며 원하는 형태의 결과물이 보이지 않으면 과연 동화책만으로도 정말 언어 습득이 될까?.. 고민을 하며 처음 동화책을 읽어 줄 때의 마음은 사라지고 결국 유행하는 학습법이나 인기 있는 학원·선생님에게만 의존하는 모습을 볼 때면 참 안타깝습니다.
마치 물이 끓기까지 변화 없는 모습을 계속 유지하다 갑자기 끓기 시작하는 것처럼, 모죽이 숨 죽인 듯 5년 동안 아래로 아래로 뿌리를 내리며 내실을 다지는 것처럼 영어동화책을 읽기 시작한 초반엔 아무런 변화가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아이의 두뇌에선 영어라는 언어 회로를 만들고 있지요.
겉으로 보이는 결과를 기다리며 불안해할 시간에 차라리 아이와 함께 영어동화책을 읽으며 정서적 교감을 나누는 즐거움을 누려보세요. 부모가 영어를 읽을 수 있는 수준만 된다면(말 그대로 유창하게 잘 읽는 수준이 아닌 더듬더듬 혹은 음원을 듣고 외워서 또는 따라서 읽을 수 있는 수준을 말한다.) 부모의 따뜻한 음성으로 많이 들려주세요. 막 태어난 아이에게 많은 이야기를 들려줬던 것처럼!
모죽이 5년 동안 내실을 다진 후 당당하게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 거침없이 쑥쑥 자라듯 부모의 따뜻한 음성으로 그 소리를 충분히 들은 아이는 영어라는 언어 또한 말로는 표현할 수 없을 만큼 놀라운 위업을 이룰 것입니다. 영어 잘하는 아이는 결국 부모의 따뜻한 음성과 믿음이 만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