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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싸가 되기를 포기했다

사실 처음부터 될 수도 없었다

by 김종혁


인생의 한순간도 인싸였던 적이 없었다. 돌이켜보니 그렇다. 성격으로 보나, 친구의 물리적인 숫자로 보나 모든 면에서 본투비 아싸였고, 딱히 불만이 없었다. 굳이 외로움을 진하게 느끼는 사람도 아니었고 혼자 노는 것도 참 잘했다. 사람이 살아가는데 고독 비슷한 것이 필요하다는 중이병스러운 생각도 가지고 있어서, 대하기 어려운 사람들과의 관계를 초고속으로 포기해버렸다. 나 한 명이 모두를 왕따시키는 형국이었고, 주위 사람들은 쟤가 왜 저러는지 오해하기 딱 쉬운 상황이었고. 다른 사람들과 살아가기 시작한 이래로 인생 전체가 그렇다.


인싸가 되고 싶었던 적은 많았다. 나는 중학교와 집에서 꽤 동떨어진 동네의 고등학교를 가게 되었다. 근데 그때는 진짜 그 큰 학교에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어서 삶에 지장이 생길만큼 외롭더라. 그래서 성격이 그렇게 안 되었는데도, 마구 인싸 코스프레 하고 다녔다. 친구들과 부대끼며 내가 무슨 말 하는지도 모르면서 얘들 웃기려고 노력하고, 우르르 몰려도 다녀봤고, 급기야는 고등학교 인싸의 상징이라는 학생회에서도 한 자리 맡게 되었고… 재미는 있었는데, 좀 고통스러웠다. 그 과정을 즐길 수가 없었다.


사람을 주도적으로 사귀어 본 경험이 적어서, 정말 친한 친구들을 대할 때도 처음처럼 어려웠다. 실제로 친한 친구 정도 되었으면 그냥 웃고 넘어가는 말 몇 마디 뱉어도 내가 말 잘못한 건 아닐까 혼자 미친듯이 고민하고, 친구들이 나를 내치면 어쩌지 걱정했다. 나에게 잘해주면 과도하게 좋아했다. 진짜 과도하게. 무슨 은혜를 입은 것 마냥 좋아했다. 스스로 설정한 내 위치가 엄청 낮았다. 그래서 그냥 가끔은 혼자, 오래 있고 싶었다. 닝겐관계에 대한 복잡한 생각 안 해도 되는 공간으로 들어가서, 혼자 쓸데없는 글이나 끄적대는 시간이, 나에게는 필요했다.


대학 들어오고 머리가 좀 크고 나서는 조금은 괜찮더라. 사람들이 나에 대해 이야기를 막 하는게 그렇게 큰일인가 싶기도 했고. 굳이 인싸를 추구하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이 들어서 스스로 아싸를 자처했다. 인싸가 되기를 포기했다. 싫은 술자리 안 가고. 싫은 일 안 하고. 그랬더니 삶은 좀더 살만해지고, 불편한 자리에선 도망칠 수 있었다. 확실히 알아버린 사실. 아싸가 디폴트다. 굳이 노력하지 않으면 아싸가 된다. 그리고 그 삶은 상당히 괜찮다. 사실 원래 인싸가 될 수 없었던 것 아닐까 싶은 생각. 결국 사람은 편한 곳으로 가기 마련이니까.




…하지만 이 사회는 인싸를 더 원한다(당연히). 스무 살에서 몇 년 더 살아보니 느낀다. 사람들 관계에 기름칠 잘 하는 사람들이 더 대접받고 기회가 더 많다는 사실. 자명하다. 하지만 본성 바꾸기가 가능하지도 않고, 과정이 너무 괴롭다. 평생 만나고 싶은 사람만 만날 수 있었음 좋겠다. 말도 안되는 소리인거 아는데… 사실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다. 그래도 주위의 초 고랩 아싸들이 나름 사회생활 잘 하고있는 거 보면… 뭐 나도 어떻게든 되지 않을까. 얄팍한 위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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