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치를 읽다-『신고해도 되나요?』를 함께 읽고
경수는 헌재에게 문어다리를 얻어먹었다. 헌재는 그걸 꼭 오늘 갚으라고 말한다. 경수는 어쩔 수 없이 점심시간에 서예 준비물 사러 다녀오겠다는 거짓말을 하고 학교 밖 문구점으로 향한다. 거기서 산 얄라리 젤리! 그 안에서 벌레가 발견되면서 사건이 시작된다.
『신고해도 되나요?』는 아이들이 문구점에서 산 불량식품 안에서 벌레를 발견하고 그걸 신고할지 말지 고민하는 이야기다. 벌레를 발견하기 며칠 전 아이들은 학교에서 보여준 연극을 보았는데 그 내용이 하필 “불량식품을 발견하면 신고하세요.”하는 이야기였던 것이다. 선생님께 먼저 말씀을 드릴 수도 있었으나, 점심시간에 거짓말 하고 나간 것도 마음에 걸리고, 또 불량식품을 사 먹은 것도 마음에 걸리니 얘기할 수가 없었다. 결국 아이들은 유통기한이 지난 데다 벌레까지 나온 불량식품을 경찰에 신고한다.
경찰이 학교에 찾아오자 학교는 발칵 뒤집힌다. 아이들은 어른들이 시킨 대로 신고를 했는데, 교감 선생님, 담임 선생님 모두 당황하고 오히려 아이들을 야단친다. 학교 망신을 시켰다는 것과 일을 복잡하게 만들었다는 게 잘못이라는 것이다. 교감 선생님은 헌재와 경수에게 반성문을 쓰라고 하는데 아이들은 도통 자기가 무슨 잘못을 했는지 알 수가 없다. 기껏 머리를 짜내고 짜내서 쓴 반성문엔,
“얄라리에서 나온 벌레 밟아 죽인 거 반성합니다. 그리고 또 아까 점심시간에 헌재한테 얄라리 사 오라고 시킨 거 반성합니다. 아팟치를 샀어야 했는데.” 라고 쓰여 있다. 웃음이 터지는 장면이다.
이 책은 아이들에게 인기가 있다. 어른들의 허위의식을 꼬집고,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하는 것이 옳은지 여러 의견을 나눌 수 있기 때문이다.
“어른들이 너희한테 하지 말라고 해놓고 자기들은 하거나, 하라고 해놓고 나중에 왜 그랬냐고 야단친 적이 있다면 얘기해볼까? 또 어른들은 왜 그러는지 어른들의 입장에서도 한 번 생각해보자.”
“우리 아빠는요. 운전할 때 맨날 빨리 달려요. 난 뒤에서 너무 무서워서 좀 천천히 달리라고 하면, 아빠는 운전 잘해서 괜찮대요.”
“우리 아빠는 계속 담배 피워요. 내가 울고불고 피우지 말라고 했는데도 계속 피워요. 우리 보고는 담배 못 피우게 하잖아요!”
“나는요. 일주일에 스마트폰을 1시간 30분만 쓸 수 있거든요. 근데 아직 1시간 30분도 안 됐는데 폰 좀 그만하라고 빼앗아갔어요. 진짜 억울해요. 엄마 아빠는 맨날 스마트폰 하면서 나는 1시간도 못해요?”
“예전에 워터파크 갔을 때요. 오줌 마려워서 화장실 가고 싶다고 하니까 엄마가 그냥 물에서 싸도 된다고 했어요. 내가 싼 오줌을 남들이 마시면 어떡해요?”
“우리 반 선생님은요. 친구들이 잘못하면 선생님한테 얘기하랬거든요. 근데 말하면 또 고자질 하지 말라고 해요. 이제는 말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잘 모르겠어요.”
“엄마가 자기 일은 스스로 좀 하라고 해서 제가 배고파서 밥 차리려고 했거든요. 근데 또 들어가서 공부나 하래요. 뭘 어쩌라는 건지 모르겠어요.”
“어른들은 진짜 왜 그래요!”
역시 남 욕하라고 하면 가장 발표가 활발하다. 일단 어른 대표로 사과를 해준 뒤, 이해가 안 가지만 그래도 한 번 왜 그러는지 생각을 해보자고 말한다.
“아빠가 과속하는 이유는 잘 모르겠어요. 버릇인 거 같아요. 또 운전하기 싫어서 빨리 도착하려고 그런 거 아닐까요?”
“아빠가 너무 힘들어서 스트레스 풀려고 담배 피우는 거 같아요. 맨날 회사 다녀오면 힘들다고 그러거든요.”
“엄마 아빠는 스마트폰으로 게임만 하는 게 아니고 일도 하고 연락도 하고 해야 하니까 나보다 많이 써야 할 것 같긴 해요. 그래도 좀 너무 많이 쓰는 것 같아요.”
“엄마가 우리가 오줌 마렵다고 할 때마다 화장실 데려가려니 귀찮아서 그랬던 것 같아요. 수영하면 이상하고 오줌이 자주 마렵거든요.”
“선생님한테 애들이 쉬는 시간마다 가서 이르니까 힘드셨나 봐요. 또 너무 별 거 아닌 것도 막 이르는 애들이 있었거든요. 그래서 선생님이 진짜 큰 잘못을 했을 때만 말하라고 했어요.”
“엄마는 공부랑 숙제만 내 일이라고 생각하시는 거 같아요. 나도 요리하고 싶고, 설거지도 하고 싶은데 안 시켜줘요. 숙제하는 게 엄마 도와주는 거래요.”
이해를 해보려고 하면 못 할 상황은 아니지만, 아이들은 왠지 억울하다. 자기들에게 무언가를 하게 만드는 사람도, 못 하게 만드는 사람도 어른들이기 때문에 권력자에게 저항감을 갖는 건 당연할지 모른다. 어른들의 권력이 다 부당한 건 아니다. 아이들을 보호하기 위해, 교육하기 위해 권력을 실행해야 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다만 권력을 실행하는 데 있어서 이중적인 면을 보이거나 설득 과정을 생략하지는 말았으면 좋겠다.
“우린 어른이니까 해도 돼.”
“쪼끄만 게 뭘 알아.”
“그냥 좀 시키는 대로 해.”
“어른이 말하면 그냥 ‘네’하면 되는 거야.”
“하랬다고 진짜 하면 어떡해!”
“경우에 따라 다른 건데 그걸 어떻게 일일이 다 설명해주니!”
이런 말들만 하지 않아도 아이들은 대부분 어른의 말을 수긍하고 따른다. 또 진짜 불의한 것이라면 어떤 손해나 불편이 있더라도 말하고 저항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아이들에게 가장 큰 교육임을 잊지 말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