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치를 읽다-『맘대로 마을』을 함께 읽고
읽힐 때마다 늘 좋은 평가를 받는 책이 몇 권 있는데 그중 하나가 『맘대로 마을』이다. 맘대로 (할 수 있는) 마을이라는 제목이 매력적이지만, ‘맘대로 하면 안 된다’는 내용의 책이다. 도덕 교과서 같은 내용인데 아이들은 왜 이 책을 좋아할까?
“맘대로 마을이 있다는 상상이 재미있고 신나요.”
“저도 맘대로 못할 때가 많은데 대영이 심정이 이해가 가요.”
“맘대로 마을이 진짜 있으면 좋겠어요!”
그렇다. 아이들은 책의 주제는 아랑곳하지 않는다. 아이들에게 중요한 건 맘대로 마을이라는 설정인 것이다! 그만큼 자기들에게 자유가 없다고 생각하는 아이들이 많다.
아이들이 맘대로 하고 싶은 건 뭘까? 가장 원하는 건 스마트폰이다. 게임도 실컷 하고 유튜브도 맘껏 보고.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고 싶고, 밥 말고 과자만 잔뜩 먹고 싶다고도 말한다. 숙제 안 하고 학원도 안 가고, 학교도 가고 싶지 않다고 한다. 친구들과 놀고 싶다거나, 어딜 가고 싶다는 이야기는 의외로 없다. 패스트푸드를 먹고 싶다는 친구도 없다. 그건 다행인가?
『맘대로 마을』의 주인공 대영이는 맘대로 할 수 있는 게 하나도 없다. 아침에 늦잠도 자고 싶고, 세수도 하기 싫고, 아침밥도 거르고 싶지만 엄마 때문에 그럴 수 없다. 학교 가서도 정해진 시간표를 따라야 하고 학교 마치고도 학원 서너 군데를 돌다보면 밤이 되어 버리니 자기 시간이라고는 1분도 없는 생활이다. 지친 대영이는 어느 날 엘리베이터 벽에 붙은 ‘맘대로 마을로 초대합니다’란 종이를 보게 되고, 그 종이에 그려진 약도를 따라 ‘맘대로 마을’로 가게 된다.
‘맘대로 마을’은 그야말로 천국이다. 학교에 가지 않아도 되고, 며칠 밤을 새도록 게임을 하고 놀아도 아무도 잔소리를 하지 않는다. 불량식품을 먹어도 되고, 숙제도 없다. 대영이는 신나게 ‘맘대로 마을’을 즐긴다. 그러나 즐거운 것도 잠시, 대영이는 차차 불편과 불안을 느낀다. 이 세계에서는 대영이만 맘대로 할 수 있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아빠는 직장에 나가지 않고 잠만 자고, 엄마는 대영이 밥도 챙겨주지 않고 친구를 만나러 나가 버린다. 선생님은 가르치지 않고 숙제만 잔뜩 내주고, 불량식품 먹고 배탈이 났지만 병원도 약국도 문을 닫아버려 그저 참을 수밖에 없게 된다.
아이들은 대영이가 겪는 불편을 보면서 ‘자유란 마음대로 하는 것이 아니란 걸’ 알게 된다. 욕망을 무한대로 실현하며 사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것도 깨닫는다. 엄마도 아침에 나를 깨우고 밥을 먹이는 게 하고 싶어 하는 일이 아닐 수 있음을 말이다. 각자의 자리에서 자기 역할에 최선을 다할 때 사회가 정상적으로 작동할 수 있다는 걸 알게 된다.
또, 맘대로 사는 세상이 오면 과연 누가 행복할까 하는 의문을 낳는다. 대영이가 무섭게 생긴 형들에게 돈을 빼앗기는 장면을 보면서 맘대로 사는 세상에서 행복한 사람은 부와 권력, 힘을 지닌 자들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무한대의 제제 없는 자유가 주어지면 약한 사람들은 결국 맘대로 할 수 있는 일이 없어지게 된다.
마지막엔 아이들과 진정한 자유가 무엇일지 정의를 내려 보았다.
“나만 자유로운 게 아니라 남도 자유로워야 해요.”
“그러려면 내 자유가 약간 사라질 수도 있지만 참아야 해요.”
“약한 사람을 위해서 나쁜 사람들의 자유를 빼앗을 수도 있어야 해요.”
“남들이 시켜서 억지로 하는 게 아니라 내가 선택할 수 있어야 해요.”
대신 선택한 일이 잘못되었다면 반성하고 책임을 질 수도 있어야 한다는 말로 수업을 끝맺었다. 사실 이 수업을 하면 늘 걱정되는 게 있다. 결국 아이들에게 ‘맘대로 하면 안 된다’는 걸 가르치게 되는 것 아닐까 하고 말이다. 마음대로 해보고 후회할 기회조차 빼앗아 버리는 행위를 정당화하는 건 아닐까 하는 걱정이 매번 든다.
책 속에서 대영이는 다시 원래 세계로 가서 "하루에 한 가지씩, 일주일에 하루씩은 내 맘대로 할 수 있게 내버려 둬!"라고 엄마에게 말하기로 결심을 한다. 나도 아이들에게 오늘 집에 가서 부모님들과 자유와 선택에 대해 얘기해보고 협상을 해보라고 말한다. 집으로 가는 아이들의 발걸음이 여느 때보다 경쾌하다. 협상이 잘 진행되어 다음 주에도 경쾌한 표정으로 책방에 들어서기를.
*어린이 책에서 늘 불편한 부분이 있다. 아이를 억압하는 존재가 언제나 엄마라는 것이다. 육아와 교육, 집안일이 엄마의 일이라고 아주 당연하게 여기는 아이들이 많다. 그런 아이들과 수업할 때 때론 충격적인 말을 듣기도 한다. 엄마를 "집에서 논다."고 표현하는 것이다. 육아, 교육, 집안일이라는 '일'을 하고 있음에도, '논다'라고 여기는 아이들에게 그 일을 하는 사람들이 사라지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를 상상해보게 한다. 또 아빠는 늘 일에 지쳐 소파에서 자는 사람으로 묘사되는 것도 문제가 있다. 2012년에 나온 책이란 걸 감안하더라도 많이 아쉬운 부분이다. 2019년에 나오는 책들 중에도 별반 다르지 않은 책을 종종 본다. 이 부분을 동화 작가들이 의식적으로 생각해주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