얘들아, 선생님 고막 좀

수업 단상-너의 세계를 말해 봐

by 고양이쌤

초등학교 3학년 아이들 여섯이 함께하는 수업이 있다. 내 수업 최대 인원인 여섯을 꽉 채운 반이다 보니 아무래도 다른 수업보다 말이 쉬는 때가 거의 없다. 어린아이들일수록 힘들어하는 건 말하기도 쓰기도 읽기도 아닌 듣기다. 아이들은 누구나 관심받고 싶어 한다. 애정결핍을 겪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관심을 원하는 아이들이 많다. 근데 알고 보면 전혀 애정결핍이 아니다. 그저 자신이 가장 중요하고 세상이 자기중심으로 돌아가는 게 아이의 특징일 뿐이다.


질문을 하면 여섯이 동시에 대답을 한다. 대답 순서를 정해주는 데도 서로 얘기하려고 난리다. 어떻게든 내 시선을 자기에게로 돌리려고 팔을 귀 옆에 바짝 붙이고 번쩍 손을 드는 건 기본이고, 벌떡 일어나는 애들도 있다.(가만 놔두면 의자 위에 올라가려 한다.) 주먹을 꼭 쥐고 흔들다가 그래도 안 되면 책상을 치기도 하고 소리를 지르기도 한다.


“쌤, 제가 말해볼게요!”

“저요! 저 차례잖아요!”

“야, 너 아까 젤 먼저 했잖아!”

“저는요, 어제요(이미 자기 답을 말하고 있다).”

“오늘 학교에서요, OO이가요(누군지도 모르는 애 얘기를, 그것도 수업과 전혀 관련 없는 얘기를 한다).”

“선생님, 살찐 고양이 이름 뭐예요?”

‘엥?’


‘얘들아, 선생님 고막에 피나는 거 안 보이니?’라고 말하고 싶다. 그러나 이 말을 할 수는 없다. 말을 하자마자,

“에이 거짓말!”

“봐요, 함 봐 봐요(하며 벌떡 일어나 다가온다).”

“선생님, 피나면 병원 가야죠!”

“우리 진짜 피나게 해주자.”


내 귀에 대고,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다운로드.jpg


하아.


어쩜 이렇게 할 말이 많을까. 혹시나 자기 말을 안 들어줬다거나, 자기만 발표를 많이 못 했다거나 하고 생각할까 봐 되도록 비슷하게 발언권을 준다. 또 가장 중요한 건 다른 사람의 말을 경청하는 자세라는 걸 강조하고 연습시킨다.


그러나 내 속마음은 마음껏 떠들게 하고 싶다. 조용히 시키고, 자세를 바로하게 하고, 지금 화제와 맞지 않는 이야기를 하는 걸 막지만, 내 속마음은 시간만 허락한다면 그 이야기들을 다 들어주고 싶다.


일단 재밌다. 내가 경험할 수 없는 사고의 구조가 늘 신기하고 즐겁다. 또 그 이야기들 속에는 아이들에 관한 수많은 정보가 들어있다. 그 말들을 통해 나는 아이를 이해하고 아이의 친구를 이해하고 부모를 이해하고 학교와 학원 선생님들을 이해한다. 그 아이의 세계가 이렇게 작은데도 매주 다른 이야기를 안고 오는 게 신비롭다. 내 고막을 지키지 못하는 이유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