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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양이쌤 Feb 14. 2021

브런치 구독자 님들께

"글쓰기란 사랑하는 대상을 불멸화 시키는 일"

안녕하세요.

늘 노트북을 향해 글을 쓰다가 갑자기 구독자 님들께 글을 쓰려니 쑥스럽네요.

문득 인사를 남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금 쓰고 있는 고양이 이야기를 중간까지 연재하면서 두 달만에 구독자가(매거진 구독자까지 포함해서) 약 130명 이상 늘었습니다. 구독해주신 분들, 댓글 남겨 주신 분들, 라이킷 눌러주신 분들, 그냥 읽어주신 분들 다 너무너무 감사하다고 인사하고 싶었어요. 몇천, 몇만의 구독자를 가진 분도 계시지만, 저는 이런 경우가 처음이라 정말 즐겁게 글을 쓸 수 있었습니다.


2019년 10월에 브런치 작가가 되었습니다. 운 좋게도 한 번에 신청이 통과됐어요. 아마 많이 팔리지는 않았지만, 출간한 책이 있어서 그런 게 아닌가 생각했습니다. 브런치라는 플랫폼에 대한 이해가 없었지만, 글을 쓰고 연재할 수 있는 플랫폼이 있다는 게 신기했고, 예쁘게 편집할 수 있다는 것도 즐거웠습니다. 한 달 만에 스무 개가 넘는 글을 마구 올렸어요. 누가 읽어 주길 바란 건 아니고, 그냥 스스로 써야 하는 이유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저는 독서지도사 일을 하면서 학생들에게 글쓰기도 가르치는데, 선생인 제가 글을 쓰지 않는다면 면이 서지 않기 때문에 늘 글을 쓰려고 애써 왔습니다. 글쓰기 모임을 만들거나 독서신문을 직접 간행, 배포하면서 일부러 글 쓸 이유들을 만들어 왔었고, 브런치도 그중 하나였어요.


그렇게 쓰다 보니 출간 제안을 받기도 했고(출판을 하진 않았습니다), 잡지로부터 기고 제안도 받아서 1년간 연재를 하기도 했습니다.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에 도전해보기도 했지만, 똑 떨어졌지요:) 브런치가 제게 준 기회 덕분에 좋은 추억과 경험을 쌓았습니다. 


그러다 뭔가 재미가 없어져서 브런치를 중단했어요. 연말이라 바쁘기도 해서 그랬던 것 같아요. 다시 브런치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막내 고양이를 떠나보내면서 다친 마음을 치료할 시간이 필요했기 때문입니다. 철학자 롤랑 바르트가 그런 말을 했다고 합니다. "글쓰기란 사랑하는 대상을 불멸화 시키는 일"이라고요. 저는 2020년 6월 26일에 제 곁을 떠난 막내 랏샤와 제 마당에서 인연을 맺었다가 사라지거나 죽은 고양이들을 위해 글을 쓰고 싶었습니다. 시간이 갈수록 그들이 제 기억 속에서 희미해지는데, 아픔은 여전하거나 더 심해지는 것 같았어요. 제게는 애도를 위한 제의가 필요했습니다. 그동안 코로나 때문에 누군가를 만나서 내 마음을 털어놓고 위로받는 일도 할 수 없었고, 마음 놓고 울어본 적도 없었습니다. 이 글을 쓰면서 드디어 펑펑 울 수 있었고 떠난 아이들과 작별 인사를 할 수 있었습니다. 


원고지로 600매 정도의 글을 썼습니다. 매일 평균 1~2시간씩 쓰고, 쉬는 날에는 좀 더 많이 쓰고 했더니 책 한 권 분량을 썼습니다. 계속 쓸 수 있었던 것은 애도를 완성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지만, 구독자가 생기고, 읽어주는 사람이 있다는 게 큰 동력이 되었습니다. 정말 정말 고맙습니다! 


앞으로 랏샤의 이야기를 해야 하는데, 눈물이 나서 퇴고를 못하고 있어요. 그래서 글을 올리기까지 시간이 좀 걸릴 것 같습니다. 랏샤와는 작별 인사하기가 쉽지 않네요. 랏샤 1주기 되는 날에 이 글을 엮어서 유골과 함께 마당에 묻어주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글이란 게 사실 남에게 보이기 위한 것인데, 저 혼자 울고불고하며 쓴 글이 구독자 님들께 어떻게 읽힐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아마도 저처럼 반려동물과 함께 살아가는 분들이라면, 또 길고양이들과 인연을 맺은 분들이라면, 그리고 언젠가는 그들을 떠나보내거나 보낼 준비를 하는 분들이라면 제 글에 공감하고 위로받으실 수 있지 않을까 감히 생각해봅니다.


앞으로도 잘 부탁드릴게요. 

연휴가 끝나가네요. 새해에도 건강하고 행복하시길 바랍니다. 우리의 비인간 동물 친구들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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