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고양이 네 마리와, 우리 부부, 마당 고양이 셋
코로나 19로 셧다운이 되었던 2020년 2월 말부터 4월 초까지 책방 문을 닫고 글쓰기 수업도 쉬게 되었다. 그땐 이 상황이 몇 달이면 해결될 거라 생각해서 오랜만에 휴가를 받았다 생각하고 푹 쉬기로 했다. 다행히 그땐 아픈 고양이도 없었다. 병원 갈 시간이 없을 때는 돌아가며 아프던 녀석들이 막상 시간이 생기니까 멀쩡 해지는 마법.
그때부터 5월 말 랏샤가 시한부 판정을 받을 때까지가 내가 마당집으로 이사 오고 가장 평온했던 나날이었다. 집고양이 네 마리와, 우리 부부, 마당 고양이 셋. 내가 꿈꾸던 삶과 가장 비슷한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아침에 일어나 집고양이들을 돌보고, 텃밭을 가꾸며 마당 고양이들과 놀아주고. 저녁 먹기 전에 동네를 산책하며 길고양이들을 챙기고. 딱 좋았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지금만 같았으면 했다. 앞으로 10년만 이렇게 살고 싶었다. 오랜만에 걱정 없이 잠들던 한때였다.
나는 이때를 오래 기억하기 위해 뭘 할까 하다 아이패드를 장만했다. 고양이들과의 일상을 사진이나 영상이 아니라 글과 그림으로 남겨두고 싶었다. 사진과 영상으로는 나와 이들의 인연을 구구절절 설명하기란 어려웠다. 만화로도 그리고 나중에는 글로도 남겨두어야지 그렇게 마음먹었다.
만약 그때로 다시 돌아갈 수 있다면 랏샤를 좀 더 많이 안아주었을 텐데. 한발이와 이방인 사진을 더 찍어두었을 텐데. 그땐 이 행복이 불과 몇 달만에 끝날 줄은 정말 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