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아버지
오랜만의 서울 나들이.
대전-서울 그리 멀지 않은 거리지만
기차비 왕복 5만 원은 큰일이 있지 않다면 선뜻 가기 쉽지 않은 금액만큼의 거리다.
(큰일이라 하면 약속이 있거나, 보고 싶은 전시나 공연이 있을 때)
기차로는 한 시간 버스로는 두 시간, 각각 5만 원과 3만 원으로 가격 차이는 있지만
시간과 편의를 돈을 주고 사겠다며 대체로 기차를 타고 다니기를 선호한다.
광야는 서울역보다 수서역이 가까워 srt를 검색했지만 미리 준비하지 못한 탓에 정말 오랜만에 버스를 타고 서울로 향했다.
이번 서울의 목표는 뮤지컬 ‘아바’를 보는 것, 그리고 한번 서울 가면 1-2개의 스케줄을 더 추가한다.
교통비 3-5만 원의 대가는 치르고 와야 하지 않겠는가
일행 중 한 명, 파워 J는 모든 일정을 척척 계획했고, 나는 그저 따라다니면 되었다. (물론 2-3개의 일정은 조금씩 변경되긴 했다.)
[28일 뮤지컬 보기 일정]
대전에서 버스 타고 서울버스터미널 도착
12시쯤 광야센터 근처에서 점심+커피
2시 아바 뮤지컬
3시 30분-4시 이동 / 자연도소금빵 구매
한 시간 정도 리움미술관 보면서 산책
5:30-7:30 블루도어북스
8:12 ktx기차 타고 대전 도착
광야의 모든 뮤지컬을 다 볼 정도로 팬이기도 하고 (기독교 인플루언서의 혜택을 많이 받았기도 하고)
이번에 새롭게 공개된 뮤지컬 ‘아바’는 기대와 궁금함이 가득했다.
제목만으로는 전혀 어떤 이야기일지 상상할 수 없었다.
더군다나 구약성서에 나오는 요나 선지자의 이야기와 신약성서의 누가복음에 나오는 탕자의 비유를 섞어놓은 창작 뮤지컬이라니…
아바 ABBA, ‘아버지’라는 뜻과
서로 다른 두 이야기가 가진 하나의 주제, ‘아들을 기다리는 아버지의 사랑’을 담았다는 최소한의 정보만 가지고 보게 되었다.
100분의 러닝타임이 끝나고.
여전히 나를 기다리시는 아빠의 사랑이 아련하게 젖어들었다.
뮤지컬에 대한 내용은 스포방지를 위해 길게 남기진 않으려 한다.
다만 개인적으로 받은 은혜를 나눠본다면
지난 주일 목사님의 말씀이 예고편이 되었다.
우연히 딱 들어맞은 타이밍. 마침 돌아온 탕자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면서
대부분 둘째 아들에 대한 초점을 두지만 자신은 첫째 아들과 같았다며 아버지 곁에 있지만 아버지의 마음을 온전히 모르는 자신의 이야기를 나눠 주셨는데
아바에서도 첫째 아들의 시선으로 이야기를 풀어가며 그 말씀이 뮤지컬에까지 이어졌다.
하늘 아버지의 마음은 모른 채
그저 자신들이 설정해 놓은 아버지만을 인정하려는 두 요나의 이야기를 통해
나는 교회를 다니며 아버지의 옆에는 있지만
아버지의 진짜 마음을 알고 있을까?
그 사랑 안에서 살아가고 있을까?
예고편과 본편을 봤으니, 이제 후속 편으론 나는 어떻게 살아낼 것인지 다음 이야기를 내 삶으로 써 내려가 본다.
“욕망의 동굴에서 나와 두려움의 바다를 건너서 오렴
유혹의 숲을 지나가고 수치의 골짜기를 넘어서 오렴
오해의 늪을 빠져나와
거짓의 올가미에서 벗어나
아들아 이제 나와 함께 살자
사랑으로”
마지막 커튼콜의 노래를 부르고
모든 출연자가 ‘아빠’를 외칠 때
이제 아버지의 사랑으로 살겠습니다라고 화답하는 듯했다.
네 아빠. 이제 아빠와 ‘함께’ 살게요.
아빠의 ‘사랑’으로 살아갈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