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쉐, 『오직 쓰기 위하여』 : 글쓰기의 12가지 비법

by 화유

가만히 생각해 봤다. 난 언제부터 글을 쓰고 싶었을까? 그 답은 숫자나 연도로 정확히 표현할 수 없다. 내가 살아온 시간만큼 나란히 자라났기 때문이다.

우연히 찾아본 초등학교 생활기록부 속 진로희망에는 매년 한 두 개 각기 다른 꿈들이 적혀있었다. 그중에는 ‘작가’도 있었다. 커다란 책장 앞에서 글 쓰는 모습을 그렸던 기억이 나는 걸 보면 분명한 사실이다.


p.10
계속 걸어가라. 축복을 받지 못하더라도 네가 너 자신을 축복하면 된다.

ㅡ 천쉐(2024), 『오직 쓰기 위하여』, 글항아리


어릴 적 우리 집은 꿈을 꾼다고 해서 적극적으로 밀어줄 수 있는 형편은 아니었다. 층수가 낮은 빌라 2층. 방 두 개 화장실 하나. 작은 방 안에 언니와 한 뼘 정도의 사이를 두고 자던 기억이 난다. 엄마를 몇 날며칠 조르고 졸라 겨우 걸스카우트를 등록했을 때는 눈물 나게 행복했다. 그런 가정에서 현실적인 문제를 걱정하지 않고 꿈만 꾸기란 어려운 게 당연했다. 전업 작가라는 꿈은 그저 하나의 소망에 그칠 수밖에 없었다. 그나마 다행인 건, 부모님은 내 꿈을 전적으로 지지해 주셨고, 현실의 벽에 가로막힌다 해도 스스로 헤쳐나갈 수 있는 용기를 심어 주셨다. 그래서 꿈이나마 꿀 수 있었을지 모른다.


p.51
진정으로 강인하다는 것은 아파하지 않는 게 아니라 아픔을 느끼면서도 용감하게 맞서는 것이다. 아픔이 또다시 나타나더라도 그 삶을 끌어안고 잘 살아내고자 분투하는 것이다.

ㅡ 천쉐(2024), 『오직 쓰기 위하여』, 글항아리


어느새 작가라는 꿈은 잊고, 현실적인 꿈을 이루며 살았다. 월급을 받는 회사원에서 하는 만큼 소득을 얻는 프리랜서까지 다양한 직업을 소화하며 오늘에 이르렀다. 가정을 이루었고, 꿈을 꾸기 시작하는 아이도 생겼다. 그럼 이제 작가라는 꿈을 다시 꿔도 되지 않을까?


p.61
아버지는 싫어하는 일을 하면서 우리를 키웠다. 하지만 나는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살길을 찾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ㅡ 천쉐(2024), 『오직 쓰기 위하여』, 글항아리


천쉐가 5번째 책인 장편소설 『악마』로 타이완 문학상 진뎬상을 탔던 나이, 마흔이 되었다. 『오직 쓰기 위하여』를 접하기 전까지는 천쉐 작가도, 직업으로서의 소설가에 대한 이해도 낮았다. 백지의 상태에서 다 읽고, 또 읽고 난 지금은 작가의 길을 살아 본 듯 마음 깊이 이해하게 되고, 스승을 얻은 것처럼 든든함 마저 느낀다.

책을 읽는 동안 마주한 그녀는 솔직했다. 자신의 힘든 과거에 대해 말하기를 서슴지 않았고, 소설가로 살기 위해 걸어온 길을 덤덤히 풀어놓았다. 자신에 대해 이야기하면서도 쓰고자 하는 이들을 위해 용기를 준다. 뚜렷한 목적의식과 이정표가 보이는 길을 더 환하게 밝혀주었다. 글쓰기와 작가라는 직업에 대한 꿈이 있는 이들에게 책 한 권을 선물한다면, 주저 없이 권하고 싶은 책이다.


p.63
나는 소설 쓰는 시간을 참 좋아한다.
한순간에 내 주위에 있던 모든 것이 물러가고 내 마음은 온통 소설 속으로 빠져든다. 그러면 넓디넓은 세상이 열린다.

p.65
소설은 나의 내면을 풍요롭게 지켜주고, 내 삶 또한 나의 글쓰기를 풍요롭게 지켜준다.

ㅡ 천쉐(2024), 『오직 쓰기 위하여』, 글항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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