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우리는 침묵을 택할까?

by 화유

어릴 적 나는 내로라하는 수다쟁이에, 퍼주기를 좋아하는 오지라퍼였다.

사람들 사이에서의 평판은 대부분 두 가지로 나뉘었다.

누군가는 재미있다 했고, 또 누군가의 눈에는 거슬린다고 했다.


어느 모임에나 있는, 나서기 좋아하는 그 한 명. 얼마 전까지만 해도 그게 바로 나였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나서거나 퍼주거나, 오지랖을 부리기도 전에 눈치를 보고는 슥- 빠진다.

정확히 말하자면 거의 하지 않는다.


왜 그렇게 했을지 곱씹어 보니 답은 ‘인정욕구’였다.

예전엔 단순히 성향이라 여겼지만, 알고 보니 존중받고 싶은 마음, 가치 있는 존재임을 확인받고 싶은 심리적 갈망 때문이었다.

존중받고 싶은 마음이 채워지지 못했을 때 드러나는 인정욕구가 내 안에도 있었다.

그 욕구가 더 많이 말하게 하고, 더 많이 베풀게 했다.

누군가의 반응에 만족하는 순간에야 비로소 안심하게 됐다.


시간이 지나면서 ‘이게 맞나?’ 싶은 순간들이 찾아왔다.

“내가 왜 그렇게까지 했지?”하는 피로감과 아쉬움이 남기 시작했다.

대신 나서고 퍼주는 걸 당연하게 여기거나, 아니꼽게 여기는 시선들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누군가의 희생을 자신보다 아래로 보거나, 업신여기는 사람들도 있었다.


예를 들어, 모임을 위해 이것저것 챙기고 애쓴 뒤 돌아온 건 고마움이 아니라 불평불만이었다.

작은 부탁 하나에도 귀찮다는 기색을 보이면서도, 정작 그 결과물은 잘만 활용하는 모습을 보며 씁쓸하기까지 했다.

그 경험들로 인해 이제는 “내가 굳이 나서야 하나?”라는 마음이 생겼고, 그렇게 조금씩 물러서게 됐다.

고마움을 전하는 이들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게까지 내 에너지를 쓰고 싶진 않았다. 그래서 점점 나서기가 꺼려졌다.


그때부터 말을 줄이고, 행동을 아끼는 쪽으로 기울었다.

인정받고 싶어 했던 행동이 오히려 오해를 불러오고, 미움으로 돌아왔던 경험이 쌓이며 나름의 생존 방식이 된 것이다.


침묵은 단순한 성격의 변화가 아니다.

나를 지키기 위한 선택이고, 상처받지 않으려는 최소한의 장치이다.


우리가 침묵을 택하는 건 예민해서도, 소심해서도 아니다.

그저 상처받지 않으려는 마음 때문이다.

누군가의 침묵 뒤에는 말 못 할 사연과, 자신을 지키내려는 마음이 숨어 있을지도 모른다.


그 마음을 헤아려 줌으로써 우리가 서로를 더 보호해 줄 수 있지 않을까?



사진: UnsplashKristaps Ungu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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