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례식장>
“희야가 발견했다면서…. 아이고 이게 뭔 일이래….”
“건넛집이니까 걱정돼서 들렀다가 본 모양이여. 얼매나 놀랐을꼬….”
“아이고…. 아이고….”
뒤늦게 소식을 들은 김 반장이 숨을 헉헉거리며 달려온다. 그런 김 반장을 발견하고는 일순간 장례식장이 고요해졌다. 심연의 적막을 깬 것은 정옥 할매였다. 말순 할매 내외의 영정 사진 앞에서 유족들을 위로하던 정옥 할매는 그를 발견하자, 옳다구나 눈물을 훔치고 일어나, 마구잡이로 삿대질하며 악다구니를 썼다.
“내 사 마. 상 다 치르면 니부터 끌어내릴 기다. 알았나! 후딱 끄지라!”
“아니…. 보소…. 그게 아이라….”
“안 끄지나? 끌려가고 싶나? 어? 여가 어데라고 얼굴을 비추나!!”
“어메요. 이 인간이 울엄마 죽인 그 새낍니꺼? 어? 그 미친갱이가 니가??”
자신을 알아보는 유족들을 발견한 김 반장은 눈이 휘둥그레진 채 뒷걸음질 치다 부리나케 달아난다. 정옥 할매는 저열한 김 반장의 뒷모습을 보며 한 번 더 주저앉고 만다. 말순이가 그럴 애가 아닌데, 자신만 그 자리에 있었어도, 한 명만 믿어줬어도, 모든 일이 다 자신의 탓인 것 같고, 심장 하나가 떨어져 나간 듯 가슴이 옥죄어 왔다. 친구처럼, 때론 자매처럼, 서로를 의지하며 지내온 이를 지켜주지 못해 가슴을 쥐어뜯으며 울부짖는다. 세상이 멈춘 것처럼, 실이 툭 끊어진 것처럼, 정옥 할매의 시간은 그대로 고장 나버렸다.
‘이게 아닌데….’
주인 할머니와 함께 찾아온 장례식장에는 하얀 꽃 무덤 속에 나란히 놓인 부부의 영정 사진이 있었다. 이렇게 갑자기 떠날지 몰랐기에, 제대로 찍어 둔 영정 사진도 없었다. 어쩔 수 없이 마지막으로 다녀온 가족 여행 사진을 걸어두었다. 이렇게 갈 사람들이 아닌데…. 수각황망하여 고개를 떨구는 사람들의 비통하고 서글픈 울음소리가 장례식장 안에 울려 퍼졌다. 해주는 어찌할 바를 몰라 주인 할머니 뒤에 바짝 따라 걸었다. 함께 절을 올리고, 유족들을 끌어안으며 오열하는 주인 할머니와 정옥 할머니를 보니 가슴이 미어졌다. 자신의 선택으로 유명을 달리한 장례식장은 처음이다. 모두 한마음처럼 자신을 탓하고 있다. 익숙하지 않은 환경에 잔뜩 위축되고, 한기마저 느껴 몸을 감쌌다. 애가 타 안절부절못하던 그때, 누군가 해주의 팔을 잡아당겼다. 민석이었다.
“여 앉아라. 할매들끼리 슬퍼할 시간 갖구로. 밥도 안 먹었을 긴데, 밥도 먹고.”
“아…. 여기 내가 있으면 안 될 것 같아서….”
“안 될 게 뭐 있나. 마음이 중요한 기제.”
“그래요. 여기 앉아요. 석아, 엄마 잠깐 할머니들한테 갔다 올게.”
“편히 앉으세요.” 옆에 있던 대명과 범식도 말을 보탰다.
금방이라도 울 것처럼 해주의 눈시울이 붉게 물들었다. 이를 눈치챈 민석은 먹으라며, 수저를 내밀었다. 해주는 이 모든 상황을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알 수 없는 눈물이 넘쳐 올라 더는 자리에 앉아 있을 수 없었다. 주인 할머니께 다시 오겠다며 장례식장 밖으로 걸어 나갔다. 그때 민석이 조용히 따라나섰다. 해주의 뒤를 따라 어둑해진 밤거리를 함께 걸었다. 그새 정이 든 건지, 마음이 여린 건지, 흐느끼며 우는 해주의 곁에서 그는 한참을 머물러있었다. 어느 순간 해주가 뒤를 돌자, 민석은 기다렸다는 듯 자신의 소매를 바짝 당겨 내밀었다. 그러나 해주는 애써 못 본 척 지나치며 다시 장례식장 안으로 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