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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휘휘 Jan 31. 2020

시는 죽었다고 니체가 말했다

동태 눈알을 한 시체들의 세상에 온전히 들어갔을쯤 옛 시절이 생각났다 

동태눈을 한 그 이는 아직 눈이 살아있던 내게 물었다

무슨 일하다 오셨어요?

시를 쓰다 왔어요



그 사람은 항상 그래왔다는 듯 이 세계에서 시를 쓰는 사람은 언제나 그런 부류라는 듯

피식 웃으며 말했다



시는 죽었잖아요 아직도 시를 찾아요?

골방에 틀어박혀 원고지에 무언가를 끄적이는거 웃기잖아요 누가 봐준다 그래요



누가 봐줄지도 모르잖아요 저는 지금도 믿어요 시는 분명히 다시 살아 우리 가슴에 들어올거라고 

그 날을 기다리며 시를 쓴다고



절삭기에 잘린 검지와 중지 삐뚤어진 마디를 만지작거리며 말했다

나지않는 손가락은 오지않은 신을 불렀다



니체가 말했던가 신은 죽었다고

신이 죽을때 시는 따라 죽었을까 아니다 그럴리 없다 고개를 가로젓고 잠에 들던 그 날

피철갑을 두른 신이 불타는 도서관에 들어가 비명을 지르는 꿈을 꿨다



쓸모가 사라진 지식의 전당은 잿더미가 되었고 찾아주는 이 없던 신은 제 몸을 스스로 불태웠다 

소리를 내지르며 죽은 신

꿈에서 그 가여운 신에 명복을 빌었다

그 날 시는 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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