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지옥에 가나요
천사는 표정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하늘에 빌었다
하늘은 번개를 발밑에 떨구더니 하나씩 죄목을 읊기 시작했다
먹고 싼 죄
피조물을 멋대로 죽인 죄
초록을 더럽힌 죄
파랑위에 때를 불린 죄
서로를 죽이지 않은 죄
생명을 존중한 죄
45억을 30년만에
70억으로 늘린 죄
너희들의 숨
너희들의 음식
너희들의 집이 날 더럽혔다
고로
전원 지옥
지옥에는 과연
우리들만 있었다
우리가 잡아 죽인 것은 하늘로 갔고
땅 위에 꾸득꾸득 살아가던 우리는 땅에 남아 갇히고 말았다
땅이란 이름의, 우리 스스로를 가두고 살다 죽으면
그곳이 지옥이었다
제가 지옥에 있나요
다시 천사에게 물었다
이번에도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땅은 변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