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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휘휘 Feb 29. 2020

중독으로부터의 도망은 또 다른 도망이다

펭귄은 수억 년 얼어붙은 남극의 얼음에 물렸다. 그에게서 도망쳐 죽을 듯이 헤엄쳐 도착한 배, 그곳에서 남극의 펭귄은 죽었다. 죽음은 동물원에서 다시, 펭귄을 낳았다. 귀 빠진 날을 기억하고 있는 펭귄은 사육사의 먹이를, 그 포근함을 사랑할 테다. 자신을 사랑으로 키울 생각 않는, 처절한 냉기만을 뿜는 남극에 펭귄은 나는 법을 포기하고 그저 서로를 끌어안고 있었다. 


냉장고를 열자 고등어 통조림 하나가 보였다. 저 녀석도 어릴 적에는 몸 가운데 커다란 가시가 박힌 채 푸른 바다를 헤엄쳤겠지. 튼튼한 몸뚱이로 어디서든 갈 수 있다며 헤엄을 쳤겠지.


하지만 대한해협을 오고 갔을 뿐인 고등어의 짧은 여행은 통조림이 되었다. 남극에서 도망친 펭귄은 동물원에서 애교를 떨고, 가슴팍을 크게 부풀려 뒤뚱뒤뚱 걸어 다닌다. 사실 펭귄은 나는 법을 알고 있다. 튼튼한 두 날개 뼈를 이리저리 흔들면 날아갈 수 있을 테다. 남극으로 돌아가기 싫어서, 날지 못하는 척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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