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 넘는다.’ 요즘 들어 가장 많이 보이는 표현 중 하나가 아닐까 생각한다. 개그를 할 때도 그렇고 친구 간 대화를 나누다가도 ‘어라? 선 넘네?’라는 말을 종종 한다. 그러다 보니 선이라는 말 자체가 하나의 밈처럼 쓰일 때도 있고 선 넘는 개그를 하나의 코드화하여 아무렇지 않게 사용하는 경우도 많이 봤다.
그 ‘선’이라는 개념을 유머로 소비하는 문화가 트렌드가 되다 보니 태초부터 인간과 대화를 나누는 장에서 하지 말아야 할 말과 행동, 최소한의 예의라는 말이 ‘선’이라는 사실을 망각한 모양이다. 과거의 무한도전 ‘길’, 현재의 워크맨 ‘장성규’를 보면 확실히 사람들은 선에 대한 감각이 무뎌졌다. 정준하가 만든 음식에서 화장품 냄새가 난다며 멤버들이 정준하의 요리실력을 비판할 때 신입 멤버 ‘길’은 형수님 냄새가 난다며 한술 더 떴다. 형수님 애드리브를 들은 정준하는 발끈했다. 그의 당황한 얼굴이 그대로 방송에 나왔고 시청자 게시판은 난리가 났다. 저게 할 소리냐부터 시작해서 하차 요구를 하는 시청자들까지 합세해 ‘길’ 은 천하의 죽일 놈이 되었다.
정준하의 표정이 당시 상황을 짐작케 한다
장성규는 ‘인터넷 방송’을 지상파에 방송하는 ‘마리텔’에서 우유를 소재로 모유 같다는 애드리브를 치는가 하면 매운 음식을 먹은 후 연신 우유를 들이키며 오줌에서 우유가 나올 거 같다는 말을 아무렇지 않게 했다. 그때마다 정형돈은 선을 지키라며 중재를 해주고 유머로 승화해줬다. 정형돈의 선 좀 지키라는 장난 섞인 절규를 통해 장성규는 선을 넘었음에도 ‘나는 선을 알고 있는 사람이다’는 인식을 대중에게 주는 사람이 되었다. 지금 그의 유튜브 채널을 구독하는 사람은 나를 포함해서 232만에 육박한다.
장성규의 선 넘는 개그가 나쁘다 말하는 건 절대 아니다. 장성규는 누구보다 선을 잘 아는 사람이고 주변에서 그의 개그를 받쳐주는 사람이 있기에 유머로 승화시킬 수 있는 거니까. 문제는 현실에서 장성규도 아닌 사람이 함부로 그를 따라 한다는 점이다. 그들에게는 거침없는 입담을 받쳐줄 정형돈 같은 사람도 그 말을 들었음에도 호탕하게 웃어 넘겨줄 사람도 없을 가능성이 크다. 애초에 그들이 장성규 같은 사람이었으면 내가 그들의 언행에 웃는 것도 우는 것도 아닌 어정쩡한 표정을 지으며 어설프게 넘어갈 일도 없었겠지. 장성규의 말에는 자연스럽게 웃는 내가 그들의 말에 웃지 못하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장성규 같은 사람은 장난을 쳐도 될 것과 그렇지 않은 존재를 기가 막히게 잘 안다. 그렇기에 선 넘는 개그를 해도 탈이 안 난다.
일명 지옥 문턱에서 멈추는 드립, 받아주는 사람이 있기에 가능하다
반면, 장성규 흉내를 내다 실패하는 사람은 개그의 대상이 어떤 사람인지 잘 모르는 상태에서 선을 넘는다. 더 큰 문제는 선 넘는 개그를 남발하는 사람이 실패의 원인을 청자에게 돌린다는 데에 있다. ‘요즘 저런 개그가 유행인데 넌 왜 트렌드를 못 따라가냐.’라든가 ‘난 웃으라 한 말인데 왜 웃질 못 하냐라든가.’ 자신의 실패를 남에게 전가하는 모양새가 영 좋지 못하다. 듣는 사람이 기분 나빴으면 그건 더 이상 유머가 아니다. 유머니 트렌드니 이상한 소리 늘어놓을 시간에 사과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