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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휘찬 Apr 01. 2021

3월의 기록

2021년 3월

#15권의 책, 4편의 영화, 2편의 드라마 그리고 3개의 전시


숫자로도 그렇지만 마음에 남는 책도 많은 달이다.

그중에서  권을 으라면 유시민 작가의 <나의 한국현대사 1959-2020> 선택하고 싶다.

내가 태어나기 직전까지, 아니 세상에 나와 아무것도 모르던 그 시기에도

우리나라가 이토록 고통스러운 성장통을 겪었다는 게 믿을 수 없다.

그 고통을 겪지 못한 채 2021년을 사는 나로서는 잘 실감이 나지 않지만,

지금의 대한민국이 있기까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제대로 된' 나라를 위해서 희생되었는지

생각할수록 가슴이 먹먹하다.

그리고 안타깝지만 그 성장통은 현재도 다른 모습으로 진행 중이다.

작년인지 재작년인지 <소년이 온다>를 읽으면서 내내 울컥했던 게 떠올랐다.

하지만 <나의 한국현대사 1959-2020>는 소설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더 소설 같았다.

개인을 위해서가 아니라 민주화를 위해, 인권을 위해 용기를 냈던 수많은 분들이 모두 영웅처럼 느껴진다.

한편 코로나로 인해서 극장에 개봉하는 영화가 매우 적고, 개봉 연기에 연기를 거듭하고 있다.

나는 사실 극장에서 영화를 보는 걸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1년 동안 영화관에서 돈을 내고 영화를 보는 건 다섯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다.

일단, 2시간 동안 앉아있는 게 힘들다. 집중력때문이 아니라, 앉아있는 자체가 힘들다.

그래서 코로나로 인해 극장에 가지 못해도 나는 그다지 영향을 받지는 않는다.

오히려 놓치고 지나친 영화를 찾아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이번 달에는 <호밀밭의 반항아>이라는 진주를 발견했다.

<호밀밭의 파수꾼>을 쓴 J.D. 샐린저가 작가로 성장해 나가는 내용이다.

1930-40년대 이야기라 지금과 맞지 않는 부분들이 있겠지만, 지금과 다르지 않을 장면도 많다.

작가라는 직업에 대한 인식이나 태도 같은 것들,

작가는 거절당하는 법을 알아야 한다는 것 그리고 그걸 극복해야 한다는 것.

투고한 단편소설의 거절 편지를 잔뜩 들고 화를 내던 주인공의 모습이 기억에 남는다.

마음에 남는 영화다.

  

#회복


좋은 잠을 위해서는 하루를 잘 보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

카페인도 끊고 온통 잠에 포커스를 맞춰서 지냈다.

그동안 나의 생활에서 내가 소홀히 했던 부분들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하고 싶은 것들 가운데 해야 하는 것들을 챙겼다.

하지만 그것도 결국은 하고 싶은 것들을 하기 위해서라는 생각이 들었다.

약속이 없는 날에는 햇빛을 받기 위해 일부러 밖에 나갔고,

따뜻한 차를 마시며 하루를 정리하는 시간도 가졌다.

2주쯤 지나니 많은 부분이 회복되었다.

잠은 최대한 일찍 자려고 노력하고, 또 실제로도 그렇게 하고 있다.

아침에는 일부러 알람을 맞추지 않고 있는데, 그래도 거의 매일 비슷한 시간에 기상을 하고 있다.

잠에 취해있거나, 찌뿌둥하지 않다.

오히려 수면 어플에 기록된 패턴이 사람을 더 피곤하게 만든다는 생각도 든다.

똑같이 잠을 자고 일어나도 낮은 수면품질의 수치를 보게 되면

괜히 잠을 제대로 못 잔 것 같은 느낌이랄까.

무시하려 하지만 기술에 지배된 듯한 찝찝함은 남는다.

어제 아침에는 가볍게 커피를 한잔 마셔봤는데 별다른 이상은 없었다.

이렇게 수면장애는 무사히 잘 회복되는가 보다.

근데 이번에 잠을 제대로 못 자서 컨디션이 너무 안 좋을 때,

가장 먼저 든 생각이 '잠을 왜 이렇게 못 자는 걸까'가 아니라

'어디에 큰 병 있는 거 아닌가'라는 사실이 못내 씁쓸하다.

그럴 나이가 되었나 보다.


#미세먼지


올해는 작년과 너무나 다른 시간을 보내고 있어서 그런지 작년 이맘때 생각이 선명하게 난다.

하루가 다르게 봄이 성큼성큼 다가오는 게 느껴진다.

그리고 봄보다 더 빠른 속도로 황사가 도착했다.

아침에 눈을 뜨면 어제 코로나 확진자수를 확인했었는데

이제는 오늘의 미세먼지 지수까지 확인한다.

미세먼지에 초미세먼지 지수까지 확인하고 나면 일정을 조정하기도 한다.

칩거, 은둔 같은 단어가 어울릴법한 조용하고 차분한 3월이었다.

이번 달에는 약속을 최소화하고 집에 많이 있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황사 때문에 외출을 자제하고, 약속을 취소해야 하는 상황이 되고 보니

점점 디스토피아 소설과 영화 속의 미래 지구가 되어가는 것 같다.

이 시점에 생각나는 영화는 2012년작 <토탈리콜>.

대기오염으로 인해서 영국과 지구 반대편인 호주에만 사람이 살 수 있다는 설정이었다.

그 영화의 배경은 2048년인데

마스크를 쓰지 않으면 밖에 나갈 수 없고 대중교통이나 상점에도 들어갈 수 없는 현실은

그와 별반 다르지 않다.

코로나가 사라지더라도 봄이 올 때가 되면 우리는 쟁여뒀던 마스크를 익숙하게 꺼내겠지.

언젠가 방독면을 써야 되는 날이 오면 마스크 쓰던 그 시절이 그립다고 할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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