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발머리에 피부가 하얀 22살의 여학생,
다소곳이 앉아 인사를 건넨다.
주먹을 움켜쥐고, 다리를 포개며 꼬아 앉는다.
"학생은 요즘, 새로운 것에 도전하기보다 원래 있던 상황에 매여 있는 것 같고,
다른 사람에게 드러내지 못하는 혼자만의 생각과 감정을 마음 속에 품고 있고,
그러면서도 그때 그때 하고 싶은 것들을 하나씩 하나씩 해가면서 지내고 있는 것 같네."
학생은 눈을 휘둥그래 뜨며,
고개를 끄덕인다.
그리고 순순히 자신의 고민을 털어 놓는다.
"어, 맞아요. 제가 일주일 전에 남자친구랑 헤어졌어요.
저 때문에 헤어졌거든요. 제 기준을 남자친구에게 너무 많이 요구만 해서.
남들에게 피해줄까봐 제 고민을 털어놓지도 못하고 있고
그래서 제가 전 남자친구에게 이번주 월요일에 연락을 했어요,
'미안하다'고, '내가 고쳐보겠다'고, '긍정적으로 검토해줄 수는 없냐'고.
남자친구는 '생각을 해보겠다'고 답하던데, 어떻게 될까요"
전 남자친구는 어떤 마음을 가지고 있는지,
다시 전 남자친구와 연애를 이어갈 수 있을지,
굉장히 평범한 레퍼토리로 진행되는 사연이었다.
"남자친구는 지금 이별의 상념과 감정을 하나씩 느끼고 있네.
그러면서도 학생이 자기에게 많은 것을 요구했다는 생각을 거두지는 않고 있고,
하지만 마음 한 켠에는 다시 만나볼까, 하는 마음도 분명히 있어."
이대로 끝내기엔 너무 상투적인 시간이 될 것 같았다.
질문자가 어떻게 시간을 보내면 좋을지 카드를 몇 장 더 뽑았다.
미래가 어떨 것인지 예측하는 것보다 현재를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가 더 중요하니까.
"학생 혼자서 고민만 하며 시간을 보내기보다
사람을 많이 만나면서 이런 이야기, 저런 활동 같이 해나가봐.
그리고 목표를 세우고 몰두할 수 있는 일을 찾아서 집중하고.
적당히 스트레스 받을 수 있는 그런 정도의 일을.
그런 방법으로 본인이 가지고 있는 능력을 키우고 잠재력을 발휘해 가봐.
그렇게 시간을 보내다 보면 분명 남자친구에게도 다시 연락이 올 거야."
그리고 질문자의 눈을 감겼다.
숨을 깊이 들이 쉬고, 길게, 깊게 내쉰다.
점점 차분해지고, 편안해지고, 힘이 빠지고...
"내가 숨쉬는 매 순간, 내가 걷는 모든 걸음, 내가 닿는 모든 손길,
하나, 하나 맛보고, 향을 맡고, 깊이, 느끼고,
매 순간을 음미하며 즐길 수 있고
그 안에서 나는 자유롭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