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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휘찬 Dec 14. 2021

실수로 임신을 해버려 1년간 일만 해왔던 21살 남자

"제가... 21살인데요, 

임신을 해서 애가 있고 집에서 나와서 살고 있어요. 

그런데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어요."


왼손에는 은색의 시계를 차고 파란색 스웨터에 블랙진을 입고

더벅한 투블럭컷에 귀엽고 앳된 얼굴을 한 청년은

떨리는 목소리로 나지막히 본론을 이어갔다.


"대학에 입학하고 같은 과 동기와 만난지 얼마 안되었는데 임신을 해버렸고,

어떻게 할지 모르다가 일단 애를 낳았어요.

그리고 여자친구는 집에서 나와 살고 있고, 저도 여자친구 따라서 같이 살고 있어요.

그 후로 저는 다니던 학교도 그만 두고,

아침 8시부터 밤 11시까지 주말도 없이 매일 일해요.

그렇게 일해서 한 달에 300만원을 벌어요

그 중에 150만원은 애기한테 들어가고,

50만원은 월세로 나가요.

그리고 100만원은 여자친구가 가져가서 다 써버려요.

여자친구한테 돈을 벌어라고 말해도,

'너 때문에 내 인생 망했는데, 내가 그래야 되냐'고 되묻고, '자살해버릴 거다'고 하고...

부모님께 말씀 드리자고 했더니, 그건 죽어도 싫다고 해요.

애가 이제 두 살이 되어가요.

언제까지 이렇게 살아야 하나 싶어서요"


너무나 먹먹한 사연이었다.

타로 카드로 이 분의 마음을 덜어줄 수 있을까 의심스러운 정도였다.

어설픈 위로가 오히려 칼이 될까봐 두려웠다.


"애가 이제 두 살이 되어가면, 지난 1년 정도 주말도 없이 일만 하면서 지냈네요.

그건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에요. 그 에너지, 체력을 잃지 말고 지켜가는 게 중요해요.

그리고 아이와 여자친구와의 관계에서 지금보다 새로운 양상으로 발전할 가능성은 별로 보이지 않고요,

지금 여자친구에 대한 감정이 좋아한다거나 사랑한다는 건 많이 사라진 것 같네요,

조만간 선택을 해야할 순간이 올 거에요.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순간이."


청년은 다소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나지막히 한 숨을 쉬었다.

그리고 점점 기어 들어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맞아요... 지금 이게 책임감 때문에...

저도 제 삶을 위해 나아가는 선택을 하고 싶은데...

그러면 애한테 너무 미안하니까..."


청년을 위해 카드를 몇 장 더 뽑았다.

청년이 맞이할 선택의 순간,

그 선택을 최선으로 만들기 위해 무엇이 필요할까.


"우선 어떤 선택을 내리든 그 선택은 그 때 기준의 최선이 될 거라는 걸 명심하세요.

아이와 여자친구를 떠나든. 자신을 계속 갈아 넣든.

그리고 어떤 선택을 하더라도 시간이 지나고 나서 안 좋은 일이 있을 것 같긴 해요.

그 일 때문에 본인이 몸도, 마음도 많이 지칠 거고요.

그래도 가장 중요한 건,

지금까지 본인이 1년간 도망치지 않고, 상황을 책임졌다는 거에요.

다른 사람 같았으면 진작에 도망칠 수도 있었는데.

정말 대단한 거에요.

자신을 믿으세요."


청년은 다소곳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눈을 감겼다.

호흡이 깊어지게, 팔과 다리, 몸의 힘을 빠트렸다.


"내가 내리는 모든 선택은 최선의 선택이고,

그 바탕에는 나를 믿는 내가 있고,

나는 나를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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