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색으로 물들인 긴 머리를 한 여성이
혀를 배배 꼬는 목소리로, 장난스레
자신의 사연을 말했다.
"제가 한 최근에 썸 아닌 썸을 타고 있어요,
이 사람 마음이 어떤지 조금 궁금하네요"
최근이 언제인지, 어디서 썸을 타고 있는 건지,
너무나도 모호한 말이기에 추가로 질문을 던지기로 했다.
"혹시 얼마나 최근인가요?
그리고 어디서 썸을 타고 있나요?"
"아, 한 이 주일 정도 되었어요,
그리고 게임을 하다가 대화를 나누면서 알게 되었고요.
근데 이 사람이 자꾸 헷갈리게 만들어서 도대체 어떤 마음인지가 궁금하네요.
근데 말해놓고 나니까 좀 웃기긴 하네요 ㅎㅎ"
게임으로 만난 상대가 자신을 헷갈리게 만든다는 여성이었다.
반쯤 장난인 것 같기도 했지만,
카드 앞에 장난인 질문은 없기에 진지하게 카드를 뽑았다.
"우선 상대방은 겉으로 관심이 많이 있는 것처럼 행동하고 있지도 않고,
질문자의 마음을 얻으려고 적극적으로 노력하고 있지도 않은 것 같아요,
그 이유는 어차피 잘 안될 거라고 마음 속으로 결론을 정해 놓았기 때문이고요."
"아.. 그렇구나..
그러면 혹시 그 남자가 여자친구가 있으면서
저를 헷갈리게 만드는 건가요?"
"아니요, 지금 그 상대방은 여자친구는 없고요.
그렇다고 이별의 상처 때문에 아파하는 상태도 아니고, 다 털어 냈어요.
그리고 연애를 안 한지 좀 오래 된 것 같아요."
"아, 연애를 안 한지 1년 정도 되었다고 하더라구요!
1년이면 오래된 거죠 ㅎㅎ"
이 장난기 가득한 여성을 위해서
그 게임 속의 상대방과의 관계에서 어떻게 하면 좋을지
카드를 몇 장 더 뽑아 보았다.
"밀당이라고 하죠. 크게 관심 있는 척은 하지 마세요.
그러면서 질문자분이 남자에 대해 갖고 있는 여러 기준에 상대가 맞는지 생각하시고요.
빨리 이 남자랑 관계를 발전시키는 것보다 조금 오랫동안 지켜 보는 게 나을 것 같네요."
그리고 질문자의 눈을 감겼다.
숨을 깊이 들이쉬고, 몸은 편하게 힘이 빠진다.
무겁게, 낮게, 천천히 질문자에게 한 마디, 한 마디를 건넨다.
"잠시 거리를 두고, 잠시 시간을 가지며, 천천히 지켜봅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내 곁을 지나갑니다,
그리고 그 가운데 한 사람일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