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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휘찬 Dec 20. 2021

내가 맺는 관계는 어째서 피상적으로만 끝나는지 고민하는

"혹시 요즘 주변 사람들에게 수용되지 못한다는 느낌을 받고 계신가요,

그것 때문에 내 감정이나 의견을 상대에게 전달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고,

내 기준이나 가치 같은 것도 많이 흔들리는 것 같아요."


20대 중반의 앳된 여성은 눈을 동그랗게 뜨며 대답했다.


"어? 말씀하신 그 부분이 제가 평소에 갖고 있던 깊은 고민이에요.

마음 공부하다 보면 자기가 갖고 있는 내적인 문제 때문에 

관계의 문제가 반복해서 나타난다고 하는데, 

저 사실 연애운 있냐고 간단히 물어보려고 했는데, 

이런 질문 드려도 괜찮은가요?

왜냐면 이런 생각에 동의하지 않으시는 분도 계셔서"


상대는 조심스레 자신의 생각을 드러내면서도

한 편으로는 싱긋 웃으며 흥미롭다는 듯이 질문하였다.

흔치 않으면서 깊은 주제로 타로를 진행할 수 있을 것 같아 기대되었다.


"네, 이런 부분으로도 충분히 타로 카드를 뽑아볼 수 있습니다.

질문이 어떻게 되실까요?"


"말씀해주신 그런 부분 때문에 제가 항상 고민이 있어요.

관계를 피상적으로만 맺고, 남아 있는 사람도 많이 없고요.

제가 어떤 점이 문제일까요?"


자신에게 어떤 문제가 있는지 카드로 탐색하고 싶다는 요청이었다.

자신이 어떤 문제를 가지고 있다는 전제를 갖고 있는 점에서

상대에게 뽑아 해석해주는 카드가 꽤나 영향력을 끼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우선 관계를 맺는 것 자체에 대해서 조금 허무한 느낌, 현타를 느끼시는 것 같으세요.

그러면서 관계를 시작하고 유지하는 게 결국 내가 즐거우려고 그러는 거라는 태도도 있는 것 같고,

그로 인해서 상대의 감정이나 생각 등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보다 내 맘대로 판단하는 것 같아요."


수 초간의 침묵이 흘렀다.

그리고 상대를 위해 해결책을 제시해줄 수 있는 카드를 몇 장 더 뽑았다.


"그래도 주변에 사람이 아예 없으시진 않잖아요? 그 분들께 한 번 진지하게 들어보세요, 관계 속에서 나는 어떤지.

그리고 상대와의 관계에서 너무 멀리 있는 일까지 계산하기보다는 그 상황 자체에 집중하세요.

마지막으로는, 관계가 깊어지고 싶은 상대에게는 내 속마음을 조금씩 보여줘 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질문자는 여기까지 듣고 크게 웃었다.

뭔가 잘못된 건가, 잘못 짚은 건가 싶어서 웃음의 이유를 여쭤봤더니

질문자는 웃음을 이내 그치고서 대답했다.


"아, 특히 너무 멀리 있는 일까지 미리 생각한다는 거, 그거 완전 저이거든요.

주변에 사람이 거의 없긴 한데... 그래도 한 번 물어는 볼게요.

그리고 제가 워낙에 생각 없이 사람들한테 말을 하기는 해서, 제 속마음 같은 건 잘 말을 안했던 것 같아요."


그리고 질문자의 눈을 감겼다.

숨을 깊이 들이쉬고, 몸에서 힘이 빠지며 점점 편안해졌다.

하나, 둘, 셋, 더욱 더 깊은 상태로 들어갔다.


"나는 내가 처한 상황에 더욱 선명해집니다,

내 앞에 있는 상대에 더욱 집중하고,

더욱 투명하게 다가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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