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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휘찬 Jul 31. 2022

확고한 주관이 없는 나에게 책임을 찾아

동대문 근처의 조용한 카페에서 지인을 만났다.

최면을 받아보는 게 어떻냐는 제안에 조금은 무섭지만 재미있을 것 같다며 조심스레 응해주었다.

오랜만에 만나 가볍게 타로를 보며 이런, 저런 근황과 고민을 이야기했다.

그러면서 최면으로 다룰만한 이슈를 탐지해냈다.


상대는 확고한 주관이 없어서 다른 사람들의 생각을 들으면 그 생각이 맞는 것만 같다고 하였다.

그래서인지 다른 사람들의 의견에 휘둘리곤 한다고 하였다.

좀 더 깊게 생각하니 책임을 지려고 하지 않는 점이 문제인 것 같다며,

선택으로 인하여 자신에게 돌아오는 결과를 받아들이려고 하지 않는다고 하였다.


먼저 편안한 순간을 떠올리도록 이끌어 가기로 하였다.

그를 위해 손가락을 붙이고, 팔을 붙였다가 벌린 뒤 손을 얼굴에 갖다 대었다.

그리고 몸과 마음을 이완 상태로 들어갔다.

그리고 나서 책임을 지는 모습을 상상하게 하였다.


“내 앞에 있는 어떤 아저씨에게 내가 화를 내고 있습니다.

그 아저씨는 내가 화가 내는 것을 듣고서 기분이 언짢아진 것 같습니다.

눈을 찌푸리며 인상을 씁니다. 나에게 불쾌한 기색을 비춥니다.

나는 덤덤하게 그 상황을 받아들입니다. 내 행동을 책임집니다.”


그리고서 책임을 회피하는 자신에게 전하고 싶은 말을 상상 속의 책임지는 자신에게서 듣도록 하였다.

상대는 나지막히 말하였다.

“자기를 비난하지 않아도 돼”

책임을 지는 순간의 모습과, 그 상상 속의 자신으로부터 들은 메시지를 상대에게 각인하였다.


최면에서 깨어난 상대는 자신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들려줬다.

아마 그 사건이 있고 나서 책임을 지지 않으려고 하는 것 같다고.

그 사건이 그만한 일이었나, 결과가 너무 가혹하다고 하였다.

잠시 상대의 눈가가 촉촉해졌다.


그래도 상대는 이제 책임을 지기만 하면 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 방법도 알게 되어서 기쁘다고 하였다.

자신을 비난하지 않고서 주어진 상황을 받아들이면 되는 것이었다.

이것이 상대가 갖고 있는 여러 문제들을 풀어줄 수 있는 키포인트였다.


지금 상대는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진로를 탐색하고, 자신에게 맞는 직업을 찾아가고 있을까.

그러면서도 자신이 좋아하는 취미를 열렬히 즐기고 있겠지.

어떤 선택을 내리든 그 결과를 그 자체로 받아들이는 성숙한 모습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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