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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휘찬 Aug 01. 2022

불안해하는 나에게 편안함과 사랑을 찾아

어느 여름날 선유도 공원에서 친구를 만났다.

친구는 요즘들어 끝없이 불안하여 잠을 설칠 지경이라고 하였다.

옳은 길로 가고 있는지 계속 의심이 들고, 자신을 다른 사람에게 끊임없이 증명하는 것도 힘들다고 하였다.

아마 모든 현대인들이 그러하듯, 아무도 없는 곳으로 떠나 쉬고 싶다고까지 하였다.


친구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무엇보다도 편안한 느낌 속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게 해주고 싶었다.

그래서 친구에게 어떤 공간에서 휴식을 취하고 싶은지 물었고, 친구는 "어두운 밤, 어두운 밤의 한산한 거리에 혼자 쉬고 싶다"고 대답하였다.

친구의 손가락을 붙이고, 팔을 붙이고, 다시 팔을 벌렸다가, 손을 얼굴에 갖다 대었다.

그리고서 몸에서 힘을 빼고, 천천히 마음에서도 힘을 빼었다.


깊은 이완 상태에서 친구가 말하였던 편안한 장면을 묘사하였다.

“어두운 밤, 거리는 한산합니다. 가로등과 점포의 불빛은 모두 꺼져 있습니다. 

건물들도 대부분 외벽이 헤지거나 닳아 있습니다. 어떤 음악 소리도 들리지 않습니다. 

자동차도, 사람도 흔적이 없습니다. 고요한 구도심의 한가운데에 나는 편안합니다.”


나의 암시를 받아들인 친구는 얼굴에 평안한 미소를 띄었다.

어깨도, 손도 힘이 축 빠졌는지 더욱 더 쳐졌다.

가능한 그 편안한 이완 상태에 오래도록 있으며 그 느낌을 만끽하도록 하였다.

그리고 상상 속 편안한 곳에서 휴식을 취하는 자신으로부터 친구가 듣고 싶은 메시지를 듣도록 하였다.


"사랑한다."

짧고 나직한 한 마디였지만 울림이 느껴졌다.

친구는 그 한마디와 함께 살짝 눈가에 눈물이 고였고,

동시에 얼굴에 희미하게 미소도 번져 나갔다.


"사랑한다"는 한 마디, 

한산한 구도심의 고요한 풍경, 거기서 느껴지는 편안한 느낌까지도 전부

필요할 때면 언제든 꺼내어 쓸 수 있도록 친구의 깊은 의식에 각인하였다.

그리고 친구를 최면에서 현실로 깨어내었다.


"최면 받아보니 어땠어?"

"이렇게 편안하게 쉬어본 적이 너무 오랫만이야, 너무 고맙다.

'사랑한다'는 말을 들었을 때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나더라.

너 이제 다른 사람에게 많이 해도 될 것 같은데. 망설이지 말고 많이 시도해봐!"


바로 이 날부터였다.

최면을 통해 다른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여정을 떠난 것은.

친구에게 편안함과 사랑을 되찾아준 하루이자,

친구가 나에게 재능과 자신감을 되찾아준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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