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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휘찬 Sep 21. 2022

당근마켓으로 낯선 사람에게 타로 봐주기 (1)

당근마켓 동네생활에 글을 올려

재미 삼아 가볍게 타로를 보고 싶은 사람을 찾고 있었다.

10분도 안되어 댓글이 두 세 개씩 달리며 반응이 굉장히 뜨거웠다.

서로 시간이 맞지 않아 성사되지 않기를 반복하다가 드디어 한 분과 조율이 되었다.


그 분과 영등포에 있는 어느 카페에서 만나기로 하였다.

나는 약속 시간에 늦을세라 카페에 먼저 가서 기다렸다.

한 여성분이 카페로 들어오더니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나에게 당근이 맞느냐고 여쭤보셨다.

드디어 첫 번째 손님이었다, 연세가 나보다 많은 분이어서 긴장이 되었다.


그분은 이민, 이혼, 직업 이슈를 각각 여쭤보셨다.

아직 정착도, 결혼도 하지 않은 나였기에 너무 어려운 질문이었다.

이 분도 질문을 하시면서 “조금 어렵죠?”라고 물으며 넌지시 웃으셨다.

그럼에도 카드를 한 장씩 뽑으며 각 메시지를 전하였다.


첫 손님과 시간을 보내던 중 댓글이 새로 달렸다.

마포에서 영등포까지 오시겠다는 분이셨다.

그렇게 둘째 손님을 맞이하였다.

이 분도 나보다 연세가 많아 마찬가지로 긴장이 되었다.


이 분은 출산, 건강, 남편과의 애정, 남편의 건강과 직업 이슈를 여쭤보셨다.

출산이라니, 첫 번째 손님의 질문보다 더욱 까마득하게 느껴졌다.

이 분도 질문하시면서 결혼도 하지 않은 분께 별 걸 다 물어본다며 머쓱하게 웃으셨다.

마찬가지로 카드를 뽑아가며 적절하게 메시지를 전하였다.


마지막 손님이 나를 찾아왔다.

나보다 약간 나이가 많아 보이는 여성분으로 연애 이슈를 여쭤보셨다.

특히나 다음 남자 친구를 어떤 계기로 언제쯤 만날지 집중적으로 질문하셨다.

나는 카드를 몇 장 더 뽑아 연애할 때 바람직한 태도는 같이 있는 순간에 최선을 다하고, 헤어질 때는 흘려보내는 것이라는 메시지를 전하였다.


이렇게 낯선 사람에게 타로를 봐주며 대화하는 상황에 스스로 여러 번 노출시켰다.

다른 사람 앞에서 긴장하고 말이 멈추는 것,

그리고 잠시간의 어색한 침묵에 점점 익숙해졌다.

무엇보다 만날 수 없는 사람들의 만날 수 없는 경험 앞에서도 차분하게 대응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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