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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휘찬 Oct 29. 2022

스트릿 타로 도전하기 3

햇빛이 무척이나 따뜻한 가을날, 여의도 공원으로 향했다.

푸른 잔디 위에 돗자리와 상을 펼쳐 놓고 피크닉을 나온 사람들로 가득했다.

오늘 스스로 정한 미션은 열 번 거절당하기였다.

모르는 사람에게 다가가 타로를 볼지 열 번 물어보고 그 안에 한 번 성공을 해내는 것이었다.


홍대에서 외국인 여성에게 한 번 거절당했던 기억,

선유도 공원에서 연이어 두 번 거절당했던 기억은 씁쓸하지만 어느새 아물었는지

오늘은 그 두 차례 도전보다 떨리지도 않았고,

차분하게 목표를 찾으며 공원을 거닐었다.


혼자서 타로를 보는 것이었기 때문에 두 사람 정도 앉아 있는 곳이 적당하였다.

한 사람만 앉아 있는 곳으로 접근하면 그 사람이 나를 너무 경계할 수 있고

세 사람 이상 앉아 있는 곳은 주의가 너무 분산되어 주도권을 가져올 수 없을 것이었다.

또한 커플이 앉아 있는 곳에서는 남자가 나를 꺼려할 수 있어 피하는 것이 맞았다.


또한 앉아 있는 사람들의 나이대를 단지 외모만으로 갸늠하기는 어려웠지만

나보다 나이가 많아 보이는 사람들이나 메이크업을 진하게 하고 나온 사람들은

혼자 상대하기 부담스러워서 접근하지 않기로 하였다.

그렇게 접근 기준을 정하고 나니 다가갈 목표들이 점차 눈에 보이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가까이 다가가는 도중에 먼저 상대의 눈에 띄는 경우는

나를 멀리서부터 경계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접근을 포기하였다.

다시 말해 멀리서 목표를 정하고 그냥 주변을 걸어가는 척 하면서

들키지 않고 은근슬쩍 다가가 타로를 볼지 물어보는 것이 키포인트였다.


너무 어리다 싶은 첫번째 목표, 말도 없이 눈짓으로 "아니"라고 대답했다.

다소 화기애애한 분위기였던 두번째 목표, 눈웃음으로 "괜찮다"고 대답했다.

눈화장이 다소 진했던 세번째 목표, 씩 비웃듯이 "안 볼래요"라고 대답했다.

거절을 당하는 순간, 그 주위에 있던 사람들도 나를 인식하기에 그 주변을 급히 벗어났다.


그리고 방향을 반대로 돌려 새로운 곳으로 가기 시작하였다.

보라색 니트를 걸치고 있던 어느 소녀에게 다가가 웃으며 물으니, 흔쾌히 수락했다.

"대학 진학을 앞두고 있는데 A학과와 B학과 가운데 어디가 좋을까요?"

"A학과로 가는 것은 조금 불안하지만 올인할 만한 가치가 있구요, B학과로 가는 것은 무난하게 과정을 수료할 수 있지만 결과가 좋지 않을 것 같네요."


"오, 저 A학과가 1지망이거든요! 신기하네요. 앞으로 만날 남자친구에 대해서도 궁금해요"

"체력도 좋고, 감수성도 뛰어나고, 이해심도 깊고, 여성분을 많이 사랑해줄 거에요. 6개월에서 1년 안에 만날 것 같은데. 아예 가까이 살거나 아예 장거리거나"

"그러면, 신입생 끝날 무렵이네요. 와!"

3번의 거절 이후 달콤하게 해내었다. 고3 여학생이 대학 진학과 남자친구 모두 잡아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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