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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휘찬 Nov 13. 2022

돌변하려는 나에게 침착함을 찾아

바람이 차갑게 불고 단풍잎이 거리를 덮었던 어느 가을날,

여의도에 있는 어느 카페에서 지인을 만났다.

최면을 받아볼 거냐는 나의 제안을 흔쾌하게 수락해 준 지인이었다.

그런데 카페에 사람이 가득 차있었고, 꽤나 시끄러웠다.


여의도에 카페가 많아서 다행이었을까.

다여섯 군데를 돌다가 마침내 한 곳을 발견했다.

소음은 어느정도 있었지만,

구석진 자리라서 주의를 집중하기에 괜찮을 것 같았다.


자리를 잡고 음료를 주문한 뒤에 최면에 대한 사전 대화를 하였다.

잠에 드는 건지, 깨어나지 못하는 건 아닌지에 대한 오해를 풀었고,

최면 상태란 몸과 마음이 이완되고 정신이 한 곳에 집중된 상태라고 알려주었다.

상대는 필요한 순간에 침착해지는 것을 원하였기에, 그것을 목표로 삼았다.


이완 상태에 들어가는 데 필요한, 편안한 경험이 무엇이 있었는지 물어보았다.

상대는 혼자 여행을 가 자연이 우거진 풍경을 바라보던 기억을 떠올렸다.

머리 속에 잡념이 사라지고 아무 생각도 들지 않는 상태였다고 하였다.

몇 가지 최면 반응성 테스트를 하고, 편안한 경험을 떠올리고, 침착함을 원할 때마다 불러오도록 작업하기로 하였다.


가장 기본적인 테스트인 손가락 붙이기는 성공하여 팔 붙이기를 하는데, 상대의 뒤에 앉아 있던 사람이 일어나면서 의자를 충돌했다.

그 때문에 상대는 눈을 찌푸리며 "뒤에서 쳐서 집중이 안되네요" 라며 아쉬움을 표했다.

그 다음 테스트인 팔 떨어트리기를 하는데 누군가 지나가면서 옷으로 상대를 치고 갔다.

그 때문에 상대는 인상을 쓰며 "누가 옷으로 치고 갔어요" 라며 집중하기 너무 힘들어했다.


결국 리추얼 형태가 강한 전형적인 최면을 포기하고, 대화형 최면으로 돌입하였다.

오직 대화로만 최면의 상태로 상대를 이끌어 작업을 진행하는 것이었다.

먼저 공유받은 편안한 순간을 생생하게 경험하게 이끌고, 그 뒤 또 다른 편안한 순간을 떠올리게 하여 더욱 더 이완 상태를 강화시켰다.

그리고서 편안함을 시각화, 형상화하여 작업 내내 그 편안함이 상대를 둘러싸 완충 작용을 할 수 있게 만들었다.


어느새 상대는 눈을 감고 자신의 의식 작업에 집중하고 있어, 침착한 순간을 떠올리도록 하였다.

상대는 눈을 감은 채로 티슈를 가져다가 눈 주위를 닦으며 살짝 떨리는 목소리로 가족과 있었던 순간을 말해주었다.

눈물이 나는 침착함을 언제든 불러올 수 있도록 자원으로 만들어주는 것보다 다른 침착함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여, 다른 순간을 떠올리도록 하였다.

상대는 자신이 좋아하는 운동을 하던 때 침착했던 순간을 떠올리며 어느새 웃음을 지었다.


그 침착함을 되뇌이면서, 왼쪽 손을 반복해서 쫙 펴도록 하였다.

그래서 왼쪽 손을 펼 때마다 침착한 기분이 들도록 작업하였다.

그리고 왼쪽 손을 한 번 펴보게 하였고 기분이 어떤지 물으니, 정말 침착한 기분이 든다고 하였다.

상대에게 최면의 모든 과정, 편안함, 침착함, 그 모든 것이 깊은 의식에 자원으로 남아 언제든 꺼낼 수 있다는 암시로 최면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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