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년에 가장 행복했던 순간은 언제인가 또는 무엇인가?”라는 신문 기사를 읽었다. 필자는 아주 사소한 일상이 행복하다고 했다. 자신이 만들어 준 자장면이 가장 맛있다는 아들의 얘기 덕분에 행복했고, 사춘기가 넘어선 아들이 자신에게 뽀뽀해 주는 순간이 행복했다고 한다. 자신의 삶 자체보다는 자식들의 모습에서 행복을 느끼는 사람이다. 평범하고 좋은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가끔 면접을 진행할 때 자신감이 없고 특별히 하고 싶은 일도 없어 보이는 지원자를 만날 때가 있다. 그런 지원자에게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가장 행복한 때가 언제였나요?”라는 질문을 한다. 대부분 채용을 위한 시험공부를 할 때라고 대답한다. 이유는 그 시간이 힘들었지만, 보람 있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 말이 마음에 와닿지는 않는다. 대부분 사람들은 자신이 행복한 순간을 기억하지 못하거나, 행복을 위해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모르거나, 생각조차 하지 못하고 살아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목표로 하는 삶을 추구하는 것이 행복일 수도 있겠지만, 이는 행복을 향해 가는 과정일 뿐이다. 행복은 목표가 아니다. 행복은 어떤 일을 하는 과정에서 느끼는 충만감일 수도 있고, 또는 아무 탈 없는 편안한 상태일 수도 있다.
지난 일 년을 돌아본다. 나는 언제 행복했을까? 해파랑길 완보 후 느낀 성취감을 통해 행복을 느꼈다. 해파랑길, 서울 둘레길, 남파랑길을 걸으며 행복했다. 길이 만들어 준 자연의 멋진 풍경과 다양한 아름다운 추억 덕분에 행복했다. 안나푸르나 트레킹을 마친 후 성취감 덕분에 행복했다. ‘마음챙김 걷기’ 책 준비를 하며 행복했고, 첫 디자인 시안을 받았을 때 행복했다. 그리고 완성된 책이 내 손에 들어왔을 때 행복했다. 또 이 책 출간을 축하해 주는 가족과 지인들 덕분에 행복했다. 결국 나의 행복은 대부분 걷기학교와 길 덕분에 만들어졌다.
또한 사람 덕분에 많이 행복했다. 나를 잊지 않고 기억해 주는 친구들 덕분에 행복했다. 힘든 상황에 처했을 때 눈물을 삼키며 나를 걱정해 줄 때 행복했다. 손주들이 잠자러 가기 전에 잠옷을 입고 와서 내게 안기며 뽀뽀를 해 줄 때 행복했다. 오랫동안 만나지 못한 친구가 잊지 않고 갑자기 연락해서 만날 때 고맙고 반갑고 행복했다. 비록 자주 만나지는 못하지만 ‘내’가 만나고 싶어 하고 행복을 기원하는 ‘너’가 있기에 행복했다. 어떤 상황에서도 서로를 존중하고 믿고 사랑해 주는 가족과 친구가 있어서 행복했다.
글을 쓰다 보니 결국 좋아하는 사람과 좋아하는 일 덕분에 행복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프로이트는 우리가 살아가기 위해서 필요한 두 가지가 있다고 했다. 사랑과 일이다. 사랑은 사람과의 관계다. 일은 지금 하고 있는 일이다. 그런 면에서 좋아하는 사람이 있고, 좋아하는 일이 있다는 것은 프로이트가 말하는 삶의 조건과 일치하고 있다. 좋아하는 일은 걷기다. 좋아하는 사람은 길벗과 가까운 사람들이다. 이 두 가지를 모두 갖고 있으니 나는 이미 충분히 행복한 사람이다. 올해 가장 행복했던 순간은 걷고 길벗을 만날 때였다. 그러니 매 순간 행복했다. 내년 그리고 앞으로도 나는 계속 걷고 길벗과 만날 것이기에 나는 늘 행복할 것이다.
여러분도 올해 행복하셨나요? 그리고 지금도 행복한가요? 한 해 동안 열심히 살아오시느라 수고 많으셨습니다. 한 해 마무리 잘하시고 새해에도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길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