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모님께서 내가 쓴 책을 완독하셨다. 대단하시다. 신문도 읽으신다. 89세인 연세에 아직도 신문과 책을 읽으실 수 있다는 사실이 무척 놀랍다. 보행 보조기에 의지하면서도 집안일을 도우려 애를 쓰신다. 행여 다시 넘어지실까 봐 조심하라고 말씀드려도 늘 해 오시던 당신의 생활 방식이 있기에 몸이 먼저 움직이신다. 그래서 아내는 아침 식사 준비할 때 과일을 깎거나, 낮에는 마늘을 다듬어 달라고 부탁드리며 식탁에 모녀가 함께 앉아 오손도손 얘기를 나누며 집안일을 한다. 그 모습이 보기 좋다. 누구든 자신의 존재 가치를 중요시하고 증명하고자 한다. 굳이 그러지 않아도 되지만 그렇게 한다. 자신의 존재감 자체가 삶의 동력이 되기도 한다.
장모님께서 집에 오신 후 내가 집에 머무는 시간이 예전에 비해 많아졌다. 집안에 있어도 장모님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지만, 그럼에도 갑자기 발생하는 일이 있을 수도 있고, 아내의 심부름을 하며 아내의 힘을 덜어주고 있다. 그것이 우리 집안에서 나의 존재 가치일 수도 있다. 집안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내 방에서 작업하는 시간도 저절로 늘어났다. 글을 쓰거나, 명상하거나, 책을 보는 시간이 예전에 비해 많이 늘어났다. 매일 아침 7시경 내 방에 들어와 한 시간 정도 명상을 한다.
“이서방, 매일 아침 방에 들어가 뭐 하노? 명상이가?”
“예, 매일 아침 한 시간 정도 해요.”
“와 하는데, 하면 뭐가 좋은데?”
“그냥 편해서 해요. 걱정도 안 하게 되고 마음도 편안해지고.”
“어떻게 하는데?”
“그냥 호흡에 집중하면 돼요. 들이마시는 숨과 내쉬는 숨에 집중하면 돼요.”
“잘 되나? 가만히 앉아있으면 생각이 떠오르고, 그 생각이 부풀러 올라서 힘든데. 자꾸 예전 생각도 떠오르고, 장인이 내 말 안 들어서 힘들었던 기억도 떠올라 괴로운데.”
“그래서 명상이 필요해요. 과거나 미래 생각으로 괴롭고 불안한 생각을 하게 되는데 그 생각에서 벗어나 호흡에 집중하면 마음이 편안해져요. 호흡에 집중하다 다른 생각이 떠오르면 알아차리고 다시 호흡으로 돌아오면 돼요. 호흡이 말뚝이 되고, 생각이나 감정이 망아지라고 생각하시면 돼요. 망아지가 날뛸 때 알아차리고 다시 말뚝인 호흡으로 돌아오면 돼요.”
장모님께서 내가 매일 아침 명상하는 모습을 약 한 달간 지켜보고, 관심을 갖고, 명상에 대해서 물어보시니 괜히 어깨가 으쓱 올라가고 기분이 좋아진다. 언젠가 다시 명상에 대해 질문하시면 조곤조곤 설명해 드리며 같이 옆에 앉아서 명상을 해 볼 생각이다. 책을 다 읽으셨다고 하셔서, 다른 책을 권해드렸더니 70쪽 정도 읽었는데 재미가 없다고 하셨다. 다른 책 두 권을 다시 권해드렸다. 그리고 읽다가 재미없으면 다른 책을 추천해 드리겠다고 말씀드렸다. 어제 외출 후 돌아와 책은 어떠냐고 여쭤보니 읽을만하다고 하셨다. 90년을 살아오신 분에게 재미가 있거나 흥미를 끌 수 있는 책이나 취미거리는 별로 없을 것이다. 당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도 모른 채 90년을 살아오신 분이다. 오직 가족과 가정을 위해 헌신해 오신 분이다. 그런 분에게 갑자기 많은 시간이 주어졌고, 수술 회복을 위해 낯선 환경인 우리 집에 머무시니 불편한 점도 많고, 많은 고민도 하고 계실 것이다. 그럼에도 책을 읽고 신문을 보며 하루하루 시간과 싸우며 지내고 계신다. 자연스럽게 명상을 하실 수 있다면, 그리고 그 명상을 통해 일상 속 편안함을 유지하고, 시간과의 싸움이 아닌 동지가 될 수 있다면 더 이상 바랄 것이 없다. 부디 빨리 회복하시길, 매 순간 편안하시길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