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이 걷기학교 개교한 지 2주년 되는 날입니다. 시간은 참 빨리 흘러갑니다. 그 흘러간 세월 속에 우리가 걸어온 족적이 남아있습니다. 그 과거의 족적은 추억으로 마음속에 남아 미래의 우리를 웃게 만들어 줄 것입니다. 과거가 현재를 통해 미래로 흘러가며 길을 만들어 줍니다. 그 길이 역사가 되고 문화가 됩니다. 2주년을 맞이하여 걷기학교의 역사와 문화를 살펴봅니다.
서울 둘레길 마음챙김 걷기를 발판으로 걷기학교를 출범했습니다. 지난 2년 간 세 번 완보했고 지금 네 번째로 걷고 있습니다. 같은 길을 반복해서 걷는 것이 재미없다고 생각하시는 분도 계실 겁니다. 하지만 ‘마음챙김 걷기’라는 주제가 의미하듯, 같은 길을 반복해서 걸으며 우리는 우리를 살필 수 있고, 마음챙김의 깊이를 더 깊게 만들어나갈 수 있습니다. 반복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매너리즘에 빠지는 것은 경계해야 하지만, 반복의 굴레 속에서 더 깊은 자신의 내면을 바라보고 자신을 성찰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도 있습니다. 길은 늘 그 자리에 그대로 있습니다. 같은 길도 어떤 심신 상태, 어떤 길벗, 어떤 계절, 어떤 날씨에 걷느냐에 따라 매 순간 달라집니다. 그러니 같은 길이라도 결코 같은 길이 아닙니다. 마음챙김 걷기를 하며 서울 둘레길을 걷고, 서울 둘레길을 걸으며 마음을 평온하게 만들어가며 길이 베푸는 수많은 기적을 경험하시기를 바랍니다.
해파랑길을 완보했고,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를 완보했습니다. 지금은 인제 천리길을 걷고 있고, 코리아 둘레길 완보를 목표로 두 번째 구간인 남파랑길을 걷고 있습니다. 돌이켜보면 혼자 걸었다면 걸을 수 없는 길이었습니다. 길벗의 힘으로, 길벗을 믿고, 서로 의지하며 걸었기에 가능했던 일입니다. 인제 천리길을 완보하는데 2년 정도 예상하고 있습니다. 코리아 둘레길을 완보하는데 6년 정도 예상하고 있습니다. 그 세월만큼 우리는 늙어갈 것입니다. 따라서 걷는 속도도 느려지고 기간이 더 걸릴 수도 있을 겁니다. 기간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함께 걷는 것 자체가 중요할 따름입니다. 완보를 목표로 걷는 것이 아니고, 걷다 보면 저절로 완보하게 됩니다. 과정의 부산물이 결과물입니다. 길을 걸으며 우리는 과정의 중요성을 배우게 됩니다. 그리고 성취는 과정이 만들어 낸 것에 불과하다는 사실도 깨닫게 됩니다. 이 사실을 알게 되는 것 자체만으로 걷는 이유는 충분히 소명될 수 있습니다. 우리는 과정을 충실하게 살아가기 위해 걷습니다. 그리고 그 경험을 삶 속에 녹여서 어떤 상황과 결과도 평온하게 웃으며 맞이할 수 있게 됩니다.
길벗의 중요성을 더더욱 많이 느끼고 있습니다. 길벗의 언행을 통해 반성하고 배웁니다. 편의점에서 자신이 준비해 간 음식을 꺼내 먹으며 미안해하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물론 편의점 물건도 구매했습니다. 그럼에도 편의점 운영하는 분들에게 미안하다며 심지어는 밖에 나가서 먹는 분도 있었습니다. 그만큼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사회적 예의를 갖춘 분들입니다. 힘들어서 걷기를 포기하고자 하는 분들에게 같이 걷자며 옆에서 보속을 맞추어 걷고, 즐겁게 대화를 하며 걷는 동지애를 발휘하는 모습을 보며 배웁니다. 자신의 몫 외에 길벗을 위해 간식을 충분히 준비해 오시며 나눠주는 분도 계십니다. 서로를 존중하고 배려하고 아끼는 길벗들을 보며 저 자신을 반성하게 됩니다. 저는 제 길 가기 바쁘고, 제 한 몸 추스리기 벅차서 길벗 챙기는 것을 잘하지 못하는 편입니다. 리딩이라는 역할 때문에 가야만 하는 길과 함께 가는 길 사이에서 균형을 잡기 위한 일이 어렵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여러분의 지혜를 빌려서 잘 아우를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걷기학교 교장으로서 자신을 돌아봅니다. 과연 초심을 잘 유지하고 있는지 자문해 봅니다. 처음에 비해 많이 흐트러졌습니다. 마음챙김 걷기에서 걷는 시간은 짧아지고 뒤풀이 시간은 길어졌습니다. 모두 제 잘못입니다. 처음처럼 걷기에 집중하고 뒤풀이는 간단히 하도록 하겠습니다. 가끔 감정에 휩싸여 불편해하고 미워하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물론 시간이 지나며 그 마음은 옅어졌지만, 교장으로서 모든 분들을 동등하게 대하지 못한 저의 잘못이 큽니다. 물론 감정이 있고, 아직 미숙한 사람이기에 이런 실수가 반복될 수는 있겠지만, 불편하고 미운 마음을 대상으로 마음공부를 하겠습니다. 혹시나 저로 인해 마음 불편하셨던 분들이 계셨다면 이 글을 통해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부디 용서해 주시기 바랍니다.
걷기학교는 계속 이어질 겁니다. 언젠가 우리 모두 헤어져야 할 시간이 저절로 찾아오겠지만, 그때는 또 누군가가 이어서 걷기학교를 이어가리라 믿습니다. 지금 함께 걷고 있는 분들이 모두 걷기학교의 설립자들입니다. 우리가 문화를 잘 만들고 역사를 당당하게 만들어야 우리 뒤를 이을 분들이 나침판으로 삼아 자신들의 길과 역사를 만들어 갈 것입니다.
걷기학교는 길을 걸으며 몸과 마음의 건강을 회복하고, 유지하고, 관리하는 모임입니다. 또한 길벗과 함께 걸으며 서로를 존중하고 배려하고 아끼는 모습을 배우는 모임입니다. 함께 걸으며 길에서 배운 지혜를 삶 속에 적용하며 자유롭게 살아갈 수 있는 힘을 기르는 모임입니다. 지금까지 함께 걸어온 모든 설립자님들께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덕분에 지난 2년 간 행복했습니다. 앞으로도 늘 행복하게 걷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늘 건강하고 행복하고 평안하시길 기원합니다.
모든 고통에서 벗어나시길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