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기마당' 예찬론

by 걷고

‘걷기마당’이라는 걷기 동호회에 가입한 지 만 7년이 지났습니다. 약 10년 전쯤 양쪽 무릎 연골 파열로 수술을 받은 후에 높은 산 오르기도 겁이 났고, 뛰기도 불편해져서 답답한 마음을 달랠 길이 없을까 고민을 하고 있었습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인터넷에 ‘걷기 동호회’ 검색을 하여 ‘걷기마당’에 가입을 하였습니다.


처음 걷기에 리딩을 맡으신 분이 나들이님이었습니다. 안국역에서 만나 삼청공원 길을 걸었습니다. 시내 좁은 골목을 누비시는 모습이 인상적이었고, 참석자 분들이 처음 온 제게 친절하게 말을 걸어오는 모습도 감사했습니다. 두 번째 걷기에 행복듬이님의 한강변 길에 참석을 하였습니다. 그때 ‘왜 걷기에 오셨어요?’라는 질문을 받았고, 아무 생각 없이 ‘산티아고 걸으려 가려고요’라고 대답을 했습니다. 그때 마침 제가 산티아고 관련 책을 읽고 있었습니다. 그 말이 씨앗이 되어 2017년도에 산티아고 길을 다녀오기도 했습니다.


처음 가입 시 제 별칭은 ‘바보’였습니다. 마땅한 별칭이 생각이 나지도 않았고, 제가 살아온 인생이 바보처럼 느껴져서 그런 이름을 사용했습니다. 몇 번 더 참석 후 뒤풀이 장소에서 행복듬이님께서 별칭 변경을 조심스럽게 꺼내셨습니다. 그 당시 나들이님은 제게 ‘닌자’라는 다른 별명을 지어주시기도 했습니다. 말없이 조용히 홀로 뒤에서 걷는 모습을 보고 그런 별명을 지어주신 것 같습니다. 실은 그 당시 제 주변 상황이 별로 좋지 않아 심신이 많이 피곤한 상태였습니다. 저의 그런 모습이 동호회 회원 분들에게 느껴졌을 겁니다. 그 조언을 감사히 듣고 ‘걷고’로 별칭을 변경하였습니다. ‘사람’의 티베트어 의미는 ‘걷는 자’라고 합니다. 저는 ‘걷고 또 걷는 사람’입니다. 제가 사람임을 깨우쳐 준 곳이 바로 ‘걷기마당’입니다.


저는 제가 글을 쓸 재주가 있다거나 책을 발간하리라는 생각 조차 해 본 적이 없는 사람입니다. ‘걷기마당’ 가입 후 가끔 후기를 올렸고 일상 속 단상을 올리기도 하였습니다. 회원 분들의 따뜻한 댓글이 힘이 되기도 했습니다. 꾸준히 글을 쓰다 보니 조금씩 글 쓰는 습관도 생기게 되고, 그런 경험들이 바탕이 되어 산티아고 다녀온 후에 책을 발간하기도 하였습니다. 최근에는 제가 찍은 사진을 보시고 칭찬과 격려의 말씀을 해 주시는 분들 덕분에 용기를 얻고 사진도 찍어서 올리고 있습니다. 따뜻한 댓글과 격려가 저를 춤추게 만들어줍니다. 지금은 브런치 작가로 활동하며 꾸준히 글을 쓰고 있습니다. 걷기마당은 제가 작가가 될 수 있는 길을 열어 준 곳입니다.


‘걷기마당’에서 몇 년 전부터 가끔 길 리딩을 하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화요 저녁 걷기를 안내하였습니다. 길을 잘 몰라서 집 주변 길을 답사하며 조금씩 그 영역을 넓혀나가기도 하였습니다. 길을 안내한다는 것은 사전 준비 과정도 필요하고, 참석자분들의 건강 상태도 살펴야 하고, 시간과 거리도 잘 파악하고, 날씨에 대처할 수 있는 준비도 필요한 일입니다. 매주 같은 요일, 같은 시간에 정기적으로 할 일이 있고, 그 일을 수행한다는 것이 제 생활의 리듬과 균형을 잡아주었습니다. 제가 봉사를 하는 것이 아니고, 오히려 리딩을 하면서 제 삶의 조화로운 균형을 잡을 수 있으니 제가 오히려 참석자 분들에게 감사의 말씀을 드려야 맞습니다. ‘걷기마당’은 제 삶의 균형을 잡아 준 감사한 ‘놀이마당’입니다.


‘걷기마당’에서 활동을 하면서 가장 감사한 일은 사람들에 대한 폭넓은 이해를 할 수 있는 열린 마음을 갖도록 만들어 준 것입니다. 저의 편협한 사고와 자기중심적 사고가 조금씩 변화되고 있습니다. 지금도 그 과정은 진행 중이고, 아마 죽을 때까지 계속 이어질 것 같습니다. 그간 활동을 하면서 동호회 회원 분들에게 불편하고 비난하는 마음이 많이 올라오기도 하였습니다. 돌이켜보면, 다른 분들 역시 제게 그런 감정을 느끼실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활동하고 만나고 개인적인 얘기도 나누며 회원분들에 대한 입체적인 시각을 통해 이해의 폭을 넓히고 깊이를 깊게 할 수 있었습니다. 이런 통찰은 일상 속 사람들과의 관계에서도 힘을 발휘하고 있습니다. ‘걷기마당’은 제게 마음의 근육을 키우고, 사람들에 대한 열린 마음을 갖도록 만들어 준 ‘삶의 공부 마당’입니다.


‘걷기마당’은 제게 심신의 건강을 만들어 준 놀이 훈련장입니다. 처음에 길을 걸을 때에는 집 뒷산인 봉산 봉수대까지 올라가는데 두세 번 정도 쉬면서 올라갔습니다. 어느 날 아무 생각 없이 한 번도 쉬지 않고 편안하게 오를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런 힘이 바탕이 되어 산티아고 길 920km를 아주 편안하고 즐겁게 걸을 수 있었습니다 길을 걸으며 마음도 많이 건강해졌습니다. 사람들과의 만남과 대화를 통해서 외로움을 달랠 수 있었고, 힘든 사람의 모습을 보며 동병상련의 마음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또한 성찰을 통해서 저 자신을 돌아볼 수도 있었습니다. ‘걷기마당’은 심신 건강을 위한 최고의 ‘놀이 훈련장’입니다.


‘걷기마당’ 가입 후 7년이 지났습니다. ‘걷기마당’ 덕분에 저는 ‘닌자’에서 ‘아줌마 수다꾼’이 되었습니다. ‘바보’에서 사람인 ‘걷고’가 되었습니다. 글 쓰는 전문작가는 아니지만 글을 꾸준히 쓰며 사람들과 소통하고 있고, 심신이 지친 분들을 위한 ‘힐링 걷기’도 준비하고 있습니다. 상담심리사 공부하는 힘든 과정도 길을 걸으며 극복할 수 있었고, 동호회 회원분들과의 교류를 통해서 좀 더 성숙한 사람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제가 ‘걷기마당’을 사랑하고 예찬하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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