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을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지 우리는 잊고 사는 것 같다. 이미 갖추어져 있는 행복한 부분은 잊어버리고, 주변과 비교하며 자신의 상황에 대한 불만을 늘어놓고 주변 사람들에게 불평을 토로하기도 한다. 걷기 동호회 활동을 하면서 가끔 회원 분들에게 우리가 걷기 위해 얼마나 많은 조건이 갖추어져야 하는지에 대해 나름대로의 의견을 말씀드린 적도 있다. 그간 말씀드렸던 내용을 차분히 글로 정리해 본다.
무릎 수술을 한 후에 병실 내 화장실을 가는데 30분 정도 사투를 벌이며 간 적이 있다. 약 3주 정도 다리를 쓸 수가 없으니 근육이 많이 빠져 양쪽 다리의 균형이 맞지 않아서 보는 것 자체도 불편했다. 두 다리 모두 수술을 마치고 목발 없이 걷게 되자 제일 먼저 간 곳이 시골의 한 사찰이었다. 그 사찰 경내를 밤새 달 빛을 맞으며 걸었다. 특별한 이유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 그냥 온전히 내 두 발로 땅을 밟고 싶고, 그 자유와 희열을 느끼고 싶었다. 그 당시의 행복감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내 몸을 내 두 다리를 이용해서 가고 싶은 곳을 편안하게 갈 수 있다는 사실이 이렇게 행복할지 전에는 미처 몰랐었다. 두 다리가 성한 것은 큰 축복이고 행복이다.
걷기 위해서는 시간을 낼 수 있어야 한다. 바쁜 일상 속에서 어느 정도의 시간을 내어 걷는다는 것은 시간을 낼 수 있는 상황이 허락되어야만 한다. 주변에 보면 일에 쫓겨, 또는 생활고로 인해 자신만을 위한 걷는 시간을 내는 것조차 힘들어하시는 분들도 계신다. 가끔 걷기를 마친 후 땀에 젖은 채로 귀가를 하다 늦은 시간까지 힘든 작업을 하시는 분들을 보면 괜한 죄송스러운 마음이 올라오기도 한다. 우리가 어떤 상황에서든 걸을 수 있는 시간을 허락받았다는 것은 큰 축복이고 행복이다.
시간은 경제적 상황과도 관련이 있다. 당장 생활고로 고통을 받고 계신다면 걷기를 하실 시간을 내기가 어려울 수도 있다. 어떤 분들은 걷는 시간 조차 경제활동에 쏟아붓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으로 밤잠을 아끼고, 새벽잠을 줄이며 온종일 생업에 매달리고 계신다. 가끔 새벽에 대중교통을 이용할 경우가 있는데, 대부분 작업복 차림에 피곤한 얼굴을 하고 계신 분들을 많이 볼 수 있어 마음이 무거운 적도 있었다. 같이 모여 걷고 뒤풀이에 참석할 수 있고, 이런저런 사적인 모임에 참석하여 지불할 수 있는 경제적인 여건이 허락되었다는 자체만으로도 축복이고 행복이다.
걷는 것은 몸과 다리가 걷는 것이 아니고, 머리가 걷는 것이다. 머리가 우리 몸에게 지시를 내려야만 걸을 수 있다. 결국 걷는다는 것은 우리의 정신과 뇌가 정상적이라는 말이다. 또한 심리적으로 그다지 힘들지 않기에 집 밖을 나와서 걷기에 동참을 할 수 있다. 우울이 심한 분들은 외출 자체가 힘이 들고 외부 사람들 만나기 불편하여 집에만 머무는 경우가 많다. 우울증이 있다고 말씀을 분들이 계시는데, 우울감과 우울증은 구별을 해야만 한다. 스트레스나 환경의 변화로 일시적으로 힘이 들어 우울감을 느낄 수는 있지만, 그렇다고 모두 우울증이 있는 것은 아니다. 우울증 진단을 받기 위해서는 정신과 전문의의 정확한 기준에 따른 진단이 나와야만 우울증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러므로 걷기에 나올 수 있는 분들은 일시적으로 심리적인 어려움이 있을 수는 있지만, 정신적으로 건강하다고 말씀드릴 수 있다. 이 또한 행복하고 축복받은 일이다.
걷기 위해서는 주변 사람들 특히 가족의 허락을 필요로 한다. 배우자나 아이들이 외출하는 것을 싫어하거나 타인과 교류하는 것을 싫어한다면 매번 외출할 때마다 불편함을 느끼게 되고, 그런 불편함으로 인해 외출을 자제하며 집 안에서 스트레스를 받을 가능성이 크다. 그런 면에서 걷기 동호회에 나오시는 분들은 가족의 동의, 허락, 권유 또는 적극적인 지지를 받고 나오실 수 있으니, 이 또한 큰 축복이고 행복이다. 즐겁게 걷고 귀가를 하시게 되면, 가족 분들에게 더욱더 정성을 다해 자신의 역할에 최선을 할 것이니, 가족 역시 그 행복감을 함께 느끼며 행복한 가족을 만들어 갈 수 있다. 이 또한 축복이고 행복이다.
걸을 수 있는 건강이 허락되고, 걸으러 나올 수 있는 시간과 경제적 환경이 허락되고, 심리적으로 건강하며 가족의 적극적인 지지를 받고 있으니, 이미 우리는 행복하지 아니한가? 건강, 경제적 여유, 가족 간의 사랑, 이 외에 행복하기 위해 무엇이 더 필요할까? 우리는 이미 충분히 행복하다. 하나 더 얘기를 한다면, 걷기 동호회에서 만난 길동무들과의 즐거운 만남과 대화로 우리는 더욱더 행복하다. 이런 주어진 모든 환경에 감사를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