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 작업, 명상, 그리고 자아실현

by 걷고

11월 4일부터 12월 16일까지 매주 월요일 두 시간씩 리더, 30대 남성, 그리고 나 세 명이 모여 ‘그룹 투사 꿈 작업’을 하고 있다. 그간 전혀 몰랐던 ‘꿈 작업’이라는 세상에 눈을 뜨게 되었다. 몇 년 전부터 꿈을 많이 꾸고 있다. 거의 매일 서 너 가지 이상의 꿈을 꾸고 있다. 잠을 자고 나도 개운하지 않아 그 이유가 꿈을 너무 많이 꾸어서 그런 것이 아닌가라고 생각을 하기도 했었다. 꿈을 많이 꾼다는 것은 잡념이 많고, 처리되지 않은 감정과 생각들이 꿈에 나타나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왜 꿈을 그렇게 많이 꾸는지, 또 꿈의 내용은 무엇이고 어떤 의미인지 알고 싶어서 ‘꿈 투사 작업’에 동참하기로 결정했다.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그룹 투사 꿈 작업’의 창시자인 제레미 테일러 Jeremy Taylor의 책을 읽고 있다. 저자는 ‘꿈은 신의 연애편지’라고 하며, 꿈은 꿈꾼 이의 건강과 자기실현을 위해 온다고 한다. 꿈을 통해서 무의식 속에 갇혀있던 생각, 감정, 경험, 느낌 등이 올라오고, 그런 것들을 의식화하여 억압된 내용을 해소하는 작업이 ‘꿈 투사 작업’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작업을 통해 억압된 것들이 해소되면 자연스럽게 자기 다운 삶을 살 수 있고, 그것이 바로 자아실현이다.


‘자아실현’이란 사회적으로 성공을 이루는 것이 아니고, 자신의 본분에 맞는 삶을 사는 것이다. 모든 존재는 ‘존재의 이유’가 있다. 그 ‘존재의 이유’를 찾고, 그 이유에 맞게 살아가는 것이 본분에 맞는 삶이다. 자신의 일을 찾고, 그 일을 할 수 있다면 일상 자체가 평안하고 어떤 환경과 상황에도 흔들릴지 않고 늘 평온함을 유지하며 살 수 있다. 인간 중심 상담의 창시자인 칼 로저스 Carl Rogers는 모든 사람들에게 자아실현 경향성이 있다고 한다. 살아오면서 경험한 것들 중 일부가 자아실현의 장애물이 되고, 그 장애물을 없애면 저절로 자아실현을 이룰 수 있다고 한다.


불교에는 유식학(唯識學)이라는 학문이 있다. 유식학은 세상의 모든 것이 마음의 작용에서 비롯된다는 일체유심조 (一切唯心造)의 의미를 정리하여 제법무아(諸法無我)라는 존재의 실상을 밝혀 나가는 학문이다. 유식에서는 모든 기억, 경험, 사고, 느낌 등이 저장되어 있는 장식(藏識), 제8식, 또는 아뢰야식(阿賴耶識)이라는 의식의 저장고가 있는데, 이는 현대 심리학의 무의식과 같은 의미로 이해되고 있다.


정신 집중이 제대로 이루어지기 시작하면, 일상적인 의식상태에서 우리의 감관들을 사로잡고 있는 온갖 대상들이 차단되고, 이로부터 일상적인 의식상태에 의해 억눌려있던 상념들이 떠오르게 된다. 정신집중이 시작되면, 표층 의식이 사라지면서 심층 의식이 표층 의식으로서 떠오르고, 이 표층 의식이 사라지면서 다른 심층 의식이 표층 의식으로 떠오르는 과정이 반복된다. 잡념이란 반복해서 표층 의식으로 바뀌는 심층 의식을 가리킨다. (유식에서 상식으로, 정승석)


유식학에서 얘기하는 표층 의식과 심층 의식이 현대 심리학에서 얘기하고 있는 의식과 무의식으로 비견될 수 있다. 심층 의식을 표층 의식으로 떠올려 흘려 보내는 과정의 반복을 통해서 아뢰야식을 비우는 작업이 명상이다. 이 과정을 통해서 과거로부터 자유롭게 해방될 수 있고, 그 해방을 통해서 본성이 드러나고, 자신이 무엇인지 알게 되면 본분에 맞는 일을 찾고 그 임무를 수행하며 자아실현을 하게 되는 것이다. ‘프로이트의 의자와 방석’의 저자인 엑설 호퍼는 명상의 정의를 이렇게 내렸다.


명상은 떠오르는 것은 그것이 생각이든, 감정이든, 기억이든 인지하되 그냥 지나가게 내버려 둔

다. 떠오르는 것들에 주의를 집중하되 자애로운 마음으로 주의를 기울이고 매달리지도 물리치지도 않으며 자연스러운 흐름에 따라 지나가도록 지켜본다. (본문 중에서)


꿈 작업과 명상은 자신을 찾아가는 자아실현의 실질적이고 효율적인 방편이라는 생각이 든다. 꿈 작업을 통한 무의식의 의식화, 명상을 통한 아뢰야식 비우기를 함으로써 과거가 더 이상 현재를 통제하지 않고 지금-여기에 충실한 삶을 살 수 있게 된다. 우리가 알지 못하는 것 즉 무의식과 아뢰야식이 우리를 통제하고 있다. 우리가 자신들의 주인임에도 주인 행세를 하지 못하고 과거의 기억과 경험, 느낌이 우리를 통제하고 주인 역할을 대신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가 자신이라고 믿고 생각하고 있는 것에서 탈피하여 본래 자기를 찾는 작업이 꿈 작업과 명상이다. “만약 네가 네 안에 있는 것을 모두 내놓으면, 그것이 너를 살릴 것이요, 네 안에 있는 것을 내놓지 않는다면, 그것이 너를 죽이리라” 는 성경 구절의 의미는 자아 (ego)를 버려야만 큰 자기 (Self)로 태어날 수 있다는 의미이다. 이것이 바로 칼 융이 얘기한 ‘개성화’의 본질이고, 칼 로저스가 얘기한 자아실현의 핵심이다.


꿈 작업을 통해서 꿈에 대한 이해를 조금이나마 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또한 꿈이 우리의 온전함을 위해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은 꿈을 많이 꾸고 있는 나에게 꿈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불식시켜 주기도 하였다. 다행스럽게 명상을 꾸준히 해왔고, 최근에는 꿈 작업을 하고 있으니 중년의 삶의 목표이자 임무인 개성화를 통해 자아실현의 길을 가고 있다는 확신이 든다. 또한 상담심리사로서 상담 방향을 설정할 수 있게 되었다. 바로 인간 중심 상담 이론의 바탕 위에 불교상담과 분석 심리를 접목시키는 일이다. 그 일 자체가 바로 나의 일이며, 자아실현이며, 나의 삶이다. 이제 존재의 이유를 알게 되었고, 할 일을 찾았으니,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하기만 하면 된다. 좋은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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