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의 감각과 따뜻한 마음
일시: 2019년 12월 15일
코스: 당고개역 – 서울 둘레길 – 화랑대사거리 – 경춘선 숲길 – 하계역
날씨: 영상 2도, 날씨 푸근하고 맑음
거리: 10km
누적거리: 103km
기록 시작일: 2019년 11월 20일
연말이 다가온다. 사람들의 분주한 모습이 보인다. 상대적으로 나는 한가하고 이런 한가함이 좋다. 어제 교육받은 ‘마음 챙김 긍정심리 훈련 (MPPT)’에 참석한 이유 중 하나도 연말을 차분하게 보내고 싶은 마음이 있어서이다. 언젠가부터 많은 사람들과 시끄러운 술자리를 하는 것이 불편하게 느껴졌다. 술 자체도 부담스럽고, 사람들과 의미 없는 대화를 나누며 에너지와 시간을 허비하는 것도 불편하게 느껴진다. 자연스럽게 사람들과의 만남의 종류와 횟수가 많이 줄어들었고, 술을 함께 마시는 사람의 숫자도 많이 줄었다. 이런 상황이 오히려 단순한 삶에 도움을 주고 있다. 이제 점점 더 단순하고 생각하고 살고 싶다.
어제 교육받은 내용 중 걷기 명상을 하는 방법에 대한 내용이 있었다. 감각을 열고 걷는 것이다. 생각이 떠오르면 알아차리고 느껴지는 감각에 집중하는 방법이다. 오늘 걸으며 그 방법을 가끔 활용해 보았다. 스틱이 닿는 소리, 발자국 소리, 바람 소리, 햇빛, 스틱을 사용하는데 느껴지는 어깨와 팔의 감각, 사람들 말소리, 차 소리 등 다양한 감각을 느낄 수 있었다. 그 감각을 느끼는 순간만큼 생각은 사라진 것이다. 대부분 생각 속에 살고 반추하며 강화하는데, 생각이 들어있는 자리에 감각을 넣어서 생각의 범위와 규모를 줄여나가는 방법이다. 길 안내를 하는 사람으로 계속해서 걷기 명상을 할 수 없기에 약 5분 정도씩 여러 번 시도해보았다. 그냥 편안하다.
오늘 걷기 나오기 전에 동호회 일로 조금 신경이 쓰이는 것이 있었다. 아침에 샤워를 하며, 식사를 하며, 지하철 역으로 걸어가며 감각에 집중하려 노력하였다. 걷기 모임 장소인 당고개 역에 도착하니 그 생각은 이미 떨어져 나갔다.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시점에는 그 일 자체가 어디에도 남아있지 않다. 글을 쓰다 보니 그런 일이 있었다는 것이 떠오른 것이다. 그 일은 더 이상 삶에 끼어들지 못한다. 감각 행위 명상은 시간 날 때마다, 또 생각이 떠오를 때마다 연습을 하여 몸에 익숙하게 하는 것이 좀 더 단순하고 편안한 삶을 살아가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당고개에서 올라가는 서울 둘레길 코스인 불암산 주변 길은 계절의 흐름에 순응하는 자연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여름철 무성했던 나뭇잎들은 떨어졌고 듬성듬성 남은 나뭇잎들만 덩그러니 달려있다. 그 사이로 햇빛이 들어온다. 얼었던 땅은 햇빛으로 인해 조금씩 녹으며 물기를 머금고 있다. 바람은 포근하지만 겨울을 알리는 유일한 전달자이다. 기분 좋은 한기를 머금은 바람을 맞으며 겨울을 걷고 있다는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었다. 그늘에 들어가면 싸늘하고, 간식을 먹기 위해 잠시 쉬면 땀이 식으며 한기가 느껴져 옷을 끼어 입기도 한다. 그런 겨울을 느끼며 걷는 걸음이 좋다.
길동무 한 분이 선물을 전해준다. 걷기 동호회 회원 분들이 한 해 동안 봉사를 했던 길 안내자들에게 전하는 선물이다. 동호회에는 여러 명의 길 안내자가 있다. 열 명의 회원들이 간단한 감사 멘트를 카드에 적어 장갑과 함께 선물한 것이다. 그 선물을 다른 회원들 앞에서 열어 보기가 쑥스러워 집에 돌아온 후 열어서 읽어 보았다. 나에 대한 각자의 느낌을 열 명이 두 장의 카드에 정성스럽게 손으로 쓴 카드를 받으니 너무 감동적이고 고맙고 미안했다. 그 선물을 준비하는 과정이 얼마나 번거롭고, 그런 마음을 내는 것이 결코 쉽지 않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에 더욱 고맙게 느껴졌다. 사실 내가 좋아서 길을 걷고 안내를 하는 것이기에 한 번도 봉사라는 생각을 했던 적이 없었다. 그런데 이런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선물을 받으니 미안함이 오히려 더 크다.
어제 받은 교육 내용 중 ‘마음 사회 관점’이라는 내용이 있다. 우리 마음은 여러 가지 마음이 살고 있는 마음 사회라는 의미이다. 그중 어떤 마음을 양성시키고, 어떤 마음을 약화시킬지 본인이 결정하고 실행함으로써 좀 더 성숙한 삶을 살 수 있다는 것이다. 이번 귀한 선물을 계기로 길 안내를 하며 좀 더 배려와 친절 그리고 따뜻한 마음을 지닌 길 안내자의 마음을 키우고 싶다. 한 해가 저물어 간다. 이 시점에 MPPT 교육을 받은 것은 잘한 일이다. 새해는 생각을 감각으로 바꾸는 연습과 따뜻한 마음을 가진 자신을 만드는 한 해가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