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고의 걷기 일기 0014]

스케일링과 몸의 감각

by 걷고

일시: 2019년 12월 25일 (안산 한 바퀴 12km)

2019년 12월 26일 (불광천 – 집 6km)

코스: 집 – 불광천 – 치과 – 불광천 – 응암역 – 집

날씨: 영상 3도, 날씨 쌀쌀하고 맑음

거리: 18km

누적거리: 152km

기록 시작일: 2019년 11월 20일


아침에 치과에 가서 스케일링을 했다. 치아에 낀 치석을 제거하는 작업을 정기적으로 하는 것이 치아 관리에 좋다고 한다. 생각해 보면 한 인간이 살아가면서 할 일이 참으로 많다. 직업, 건강 관리, 가족 관계, 대인 관계 관리, 취미 생활, 여행, 결혼, 자녀와의 건강한 독립, 운동 등. 한 사람의 인생에 사회의 모든 것이 연결되어 있다. 한 사람이 바로 국가이고 사회이다. 사회와 국가는 사람들의 단체 생활을 위해 여러 가지 편의를 제공한다. 인간이 유기체이듯이 사회 역시 인간에 맞춰 변화하기에 유기체이다.


유기체는 변해야 살 수 있다. 태어남, 성장과 성숙, 종족의 보존, 노화, 죽음이라는 과정의 변화를 겪게 된다. 변화는 인간에게는 생로병사, 물질에게는 성주괴공과 같은 의미이다. 인간의 노화는 병을 가져오고, 그런 질병 뒤에 죽음이 따라온다. 결국 죽음도 변화의 한 과정이고, 삶의 과정 중 하나이다. 한 해를 마무리한다는 것도 같은 의미이다. 새해의 시작은 시간의 흐름을 통해 마무리를 하게 된다. 연말이 다가온다. 나의 삶도 연말을 향해 다가가고 있다. 그런 사실이 두렵거나 피하고 싶지 않다. 그냥 받아들이며 사는 것이다. 또한 굳이 과거로 돌아가고 싶지도 않다. 살아온 세월과 과정에서 겪을 일을 겪었고, 그것이 삶의 과정임을 알기에 지난 과정을 다시 반복하거나 돌리고 싶지 않다. 그냥 지금까지 살아온 자신에게 고맙다는 얘기를 하고 싶다.


스케일링을 하며 치아에게 미안함과 고마움을 느꼈다. 치아에 대한 배려 없이 이런저런 음식을 마구 먹었으니 치아는 많은 피로감을 느꼈을 것이다. 주인에게 이렇다 할 저항 한번 하지도 못하고 주어진 음식물들을 씹어야만 하는 자신의 역할에 충실해왔다. 그런 생각을 하니 몸 전체에 미안함과 고마움을 느끼게 된다. 특히나 올 한 해 동안 나의 발에 무한한 감사함을 느낀다. 많은 길을 걸었음에도 물집 하나 생기지도 않고 나의 의도대로 잘 움직여줬다. 무릎과 발은 한 해 동안 가장 많은 수고를 한 친구들이다. 오십 견 없이 지나온 것을 보니 어깨에도 감사함을 느끼고, 허리에 별다른 통증도 없으니 역시 고마움을 느낀다.


몸 전체는 절대로 꾀를 부리거나 요령을 피우거나 거짓을 표현하지 않고 주인의 지시에 따라 자신의 역할에 최선을 다한다. 반면 마음과 뇌는 주인의 의도와 상관없이 자신들의 역할을 한다고 하면서 주인을 힘들게 만들기도 한다. 뇌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목숨의 보존이다. 그래서 때로 뇌는 과장된 표현을 하거나 주인을 살린다는 명분으로 주인을 속이고 상황을 과대 포장하여 주인에게 경고를 하기도 한다. 마음은 이기심을 부추기며 과거의 축적된 경험을 토대로 판단과 결정을 내리게 하여 점점 더 미궁에 빠지게 만들기도 한다. 사람들과 상황에 대한 판단을 과거의 경험이라는 안경을 쓰고 보게 하여 잘못된 결정을 내리게 만들고, 또 그 결정을 토대로 미래에도 반복된 실수를 하게 만든다. 있는 그대로 볼 수 있는 시각을 못쓰게 하여 결국 장님을 만들기도 한다.


이런 생각을 하다 보니, 결국 믿을 수 있는 놈은 ‘몸’ 밖에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몸은 쓰는 만큼 기능을 좀 더 잘 발휘하며 주인에게 최선을 다한다. 주인의 뜻을 거스르거나 주인을 속이지도 않는다. 몸을 믿고, 몸이 좀 더 자신의 역할에 최선을 다하게 만들기 위해서 몸과 많은 대화를 나누어야 한다. 그 방법은 바로 몸의 감각에 집중하는 것이다. 몸의 감각에 집중함으로써 생각, 즉 마음과 뇌의 작용, 에서 벗어날 수 있다. 몸의 감각에 집중하는 순간만큼 생각이 들어올 틈이 없다. 감각을 놓치는 순간 생각은 어느새 비집고 들어와 주인 행세를 한다.


일반적으로, 마음이 건강하면 몸이 건강하다고 한다. 하지만, 나는 이 얘기보다는 몸이 건강하면 마음이 건강하다는 얘기를 더 믿고 싶고, 그렇게 살고 싶다. 몸과 마음은 연결되어 있다. 몸이 건강하지 못하면 마음 역시 건강할 수가 없고, 그 반대의 경우도 적용된다. 사람에 따라 각자 상황이 다를 수 있다. 나의 경우에는 몸을 건강하게 하여 마음 건강을 돌보는 것이 좀 더 편안하게 느껴진다.


몸과 대화를 하는 것의 중요성을 생각하다 보니 새해에는 몸-마음 건강을 위해 요가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걷기 운동 외에 별다른 근력 운동이나 스트레칭을 하지 않고 있다. 나이 들어가면서 근력 운동도 필요하다고 한다. 요가는 이 목적에 아주 적합한 운동이라는 생각이 든다. 또 한 가지 요가를 배우고 싶은 이유 중 하나는 이제 몸의 감각과 친해질 준비가 되어있고, 몸과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기반이 되어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이다. 요즘 걸으며 몸의 감각에 집중하는 연습을 하고 있다. 점점 더 감각을 많이, 그리고 세밀하게 느낄 수 있다. 걸으며 감각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도 많이 늘어났다. 이 얘기는 쓸데없는 망상과 잡념으로부터 해방이 그만큼 되었다는 의미이다. 좋은 일이다. 꾸준히 몸의 감각에 집중하는 훈련을 통해서 일상 속 평온함을 유지하며 살아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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