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시: 2020년 1월 21일 (불광천 한 바퀴 8km)
2020년 1월 29일 (불광천 – 월드컵공원 – 한강변 – 집 10km )
2020년 1월 30일 (홍대 토즈점 – 집 6km)
2020년 1월 31일 (강릉 – 주문진 20km)
2020년 2월 1일 (경포호, 허균 기념관 6km)
거리: 50km
누적거리: 361km
기록 시작일: 2019년 11월 20일
두 친구들과 함께 매우 즐거운 강릉 여행을 했다. 강릉 다녀온 여운이 아직도 짙게 남아있다. 그 여운을 주체하기가 힘든 이유는 단순히 친구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낸 흥분의 여운이 아니다. 친구들과 걷고 대화를 나누며 느꼈던 사람의 진한 향기에 취했기 때문에 그 여운이 가시기 전에 글로 정리해서 가끔 꺼내어 읽어보고 싶었다. 신상무는 기품을, 신교수는 열정을 보여주었다.
신상무가 경주 모 호텔의 대표이사로 재직 시 장모님을 모시고 다녀온 적이 있었다. 신상무는 그날 밤 직원들과 회식한 후 늦게 만취한 상태애서도 잊지 않고 연락을 했다. 라운지에서 둘이 맥주 한 병씩 마셨다. 피곤한 몸을 이끌고 나를 만나기 위해 연락을 취한 모습에 고마움보다는 안쓰러움이 올라왔다. 온몸에서 풍기는 고뇌와 피곤함이 느껴져 마음이 아팠다. 그리고 얼마 후 ‘천박한 자본주의’에서 벗어나 ‘소박한 기품’을 선택했다는 기쁜 소식에 덩달아 마음속으로 춤을 추었다.
그리고 얼마 간 소식이 없었다. 다른 친구를 통해 건강에 적신호가 왔다는 소식만 듣고 차마 연락을 취할 용기가 나지 않았다. 혹시라도 나쁜 소식을 들을까 두려웠기 때문이다. 신교수 장인어른 문상 가는 길에 뜬금없이 연락해서는 강릉역에서 기다리겠다고 했다. 문상을 마친 후 둘이 강릉항에서 만취할 정도로 마시며 그간의 상황을 듣게 되었다. 지금은 건강 회복 후 서울 생활을 정리하고 공기 맑고 한적한 강릉으로 이사해서 살고 있다.
건강하고 기품을 유지하며 인간다운 삶을 살고 있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안목항 주변의 카페 순례도 하며 여유로운 삶을 살고 있다. 바닷가 바로 옆 아파트 서재에서 매일 바다를 바라보며 읽고 싶은 책을 읽고 하루하루 충만하게 살아가고 있다. 바다에서 일출을 보는 즐거움도 좋지만, 달이 뜨는 모습이 훨씬 더 아름답다고 말하는 친구는 ‘소박한 기품’이 어떤 것인지 보여주고 있다. 경포호를 걸으며 하늘에 뜬 달, 호수에 뜬 달, 술잔에 뜬 달, 그리고 친구의 눈에 뜬 달을 얘기하는 친구 신 상무는 풍류는 아는 기품 있는 멋진 선비이다.
퇴임 후 일상이 소중한 이유는 아들의 관심거리를 찾아내어 그간 소홀했던 미안함을 관심과 사랑으로 표현하며 아름다운 부자지간의 인연을 이어갈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요즘은 매일 부인과 함께 해안가 소나무 숲길을 걷고 차를 마시며 대화를 나눌 수 있어서 행복하다고 한다. 비록 서울에 계신 어머님을 자주 찾아뵙지 못하는 죄송스러움을 가슴에 안고 있지만, ‘신체발부 수지부모 불감훼상 효지시야 (身體髮膚 受之父母 不敢毁傷 孝之始也.)’를 실천하며 살아가고 있다. ‘함부로 몸에 상처를 내지 않는 것이 효의 시작’이라는 이 글은 요즘 자신의 몸을 너무 함부로 대하고 포기하는 사람들이 한 번쯤 읽어 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한 사람으로 자신의 사회적, 가정적 역할을 어느 정도 마친 신상무는 최근에 소나무 숲길을 걸으며 휴지나 담배꽁초를 주울 생각을 하고 있다. 자신의 삶이 충만하면 자연스럽게 그 충만함이 넘쳐 다른 사람들을 위한 나눔과 사랑의 실천으로 변화한다. 지혜만 가득하고 자비가 없다면 그 공부는 잘못된 공부이다. 지혜는 자신을 채우는 과정이고, 자비는 나누는 행위이다. 신상무의 이런 사소하지만 결코 사소하지 않고 매우 중요한 일의 구상을 진심으로 응원한다.
열정을 가르쳐 준 친구 신교수는 용광로 같은 친구이다. 용광로는 모든 잡철을 넣어 강한 열로 불순물을 제거하고 순도 높은 강철을 만들어낸다. 신교수는 자신의 삶을 치열하게 살아내며 잡철에서 순도 높은 삶으로 변화시켰고, 동시에 제자들의 어리석음을 자신의 용광로에 넣어 지혜로 변화시켜주는 삶을 살아가고 있다. 호텔 직원에서 출발하여 호텔 경영학 교수, 지금은 평생교육원 원장을 겸임하고 있는 신교수는 ‘열정과 의지’의 표상이다.
대학시절 서예를 배우며 세상과 또 자신과 싸우고 화해하며 마음 수련을 해 온 신교수는 지금도 수묵화와 서예를 보며 자신의 과거를 돌이켜 보기도 한다. 허균 허난설헌 기념관에서 수묵화와 서예를 자세히 바라보는 그 모습에 괜히 마음이 안쓰러워 먼저 자리를 피하기도 했다. 뒷모습이 당당하고 보기 좋은 이유는 힘든 과거를 극복한 강인함과 그런 과정을 통한 여유로움이 배어 나와서였다. 자신의 본분을 잊어버리지 않고 지금까지 오는 길에서 보고 느끼고 경험했던 모든 것들을 용해시키고, 지금도 담금질을 멈추지 않는 모습에서 ‘열정을 지닌 학자’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사춘기를 심하게 앓았던 중학생 딸로 인해 마음 아파하며 해외 봉사에 데리고 나가기도 했고, 둘이 국내 해안 도로를 따라 200km를 함께 걸으며 대화를 시도하고 아빠로서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해 낸 신교수는 멋진 아빠이자 교육자이다. 일찍 부모님을 여의고 가족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뼈저리게 느끼고 있는 그는 장인 장모님을 부모님처럼 모시며 처갓집 대들보 역할을 하고 있다. 바쁜 와중에 승용차로 픽업을 하기 위해 강릉역에서 대기하고 있던 신교수 동서에게 감사함을 전하니, 오히려 신교수로부터 받은 것이 많아 미안할 따름이라고 얘기하는 동서를 통해 신교수의 면모를 볼 수 있었다. 장모님께 잠시 인사드리러 가서 마치 친어머니 대하듯 스스럼없고 살갑게 대하는 모습도 보기 좋았다.
길을 걸으며 늘 밝고 활기찬 분위기를 만들어내는 모습 뒤에 사람들에 대한 따뜻한 사랑을 느낄 수 있었다. 횟집에서 즐겁게 술을 마시면서도 횟집 여주인의 손이 물에 불어 오른 모습을 보며 내내 가슴 아파하던 모습에서 인간적인 따뜻함을 엿볼 수 있었다. 물망치 매운탕 집에서 음식값이 너무 싸다며 가격을 올리고 가격 정책까지 제시하는 모습을 보며 또 한 번 인간적인 매력을 느낄 수 있었다. 남아 있는 회로 어죽을 끓이고, 회 샤부샤부를 만들어 나눠주는 모습에서 평상시 가족들에게 멋진 아빠로, 학생들에게 삶을 통한 가르침을 주는 교수의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삶을 투쟁으로 살아왔던 신교수가 이제는 화합과 사랑을 체득하며 여유롭게 지내는 모습을 본 것도 이번 여행의 큰 소득이었다. 늘 조금 쉬어가고 편해지면 좋겠다고 얘기를 했었는데, 지나고 보니 쓸데없는 기우였다. ‘열정과 의지’를 가르쳐 준 신교수에게 고마움을 전한다.
첫날 강릉에서 주문진까지 20km를 걸었고, 다음 날 경포호 둘레길과 허균 허난설헌 기념관을 7km 걸었다. 매끼, 또 휴식 시간마다 맛집에 찾아 들어가 술 한 잔을 곁들였다. 먹고, 마시고, 걷고, 즐겁게 대화하며 1박 2일을 보냈다. 걸을 수 있는 건강이 있고, 이틀을 편안하게 보낼 수 있는 여유도 있고, 먹고 마실 수 있는 여유와 건강이 있고, 각자 자신의 삶을 자신답게 살아가고 있는 우리는 행복한 사람들이다. 부디 이런 모습으로 오랫동안 함께 우정을 나누며 살아가길 바란다. 고맙다, 친구들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