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ing Mode의 삶
일시: 2020년 2월 18일 (집- 불광천 – 월드컵공원 – 집)
거리: 7km
누적거리: 413km
기록 시작일: 2019년 11월 20일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에 서울 심리지원 서남센터에서 상담을 진행하고 있다. 오늘은 상담이 다섯 사례가 있는 날이다. 상담을 진행하기 위해 일요일부터 몸 관리를 한다. 간단한 운동이나 등산을 하고, 금주를 하며, 사람들과 만남도 자제하고, 조용히 책을 보거나 명상을 하며 지낸다. 일요일부터 목요일까지는 상담을 위해 상담사로서 자기 관리를 한다. 목요일 상담이 끝나면 한 주가 끝나는 느낌이 들고, 비로소 마음 편히 쉴 수 있다. 상담 덕분에 자연스럽게 주 5일은 단순하고 조용히 지낸다. 상담이 삶의 균형을 잡아주고 있다.
오늘 한 내담자의 상담을 종결했다. 열심히 살아왔지만, 자신이 노력한 만큼 결과가 따라오지 않아 패배감과 좌절감으로 힘들어하고, 이런 상황의 배경에 대한 억울한 마음을 많이 호소한 내담자이다. 마지막 회기라서 상담을 마무리 하며 책 한 권을 추천했다. ‘숨결이 바람 될 때’ 라는 책으로, 서른여섯 젊은 나이에 폐암에 걸려 세상을 떠난 젊은 신경외과 의사의 회고록이다. 이 책을 최근에 읽었다. 책을 읽으며 처음으로 울었다. 삶의 투쟁이 처절했고, 죽음을 맞이해서도 삶의 주인으로서 마지막 순간까지 자신의 삶에 충실했다. 그의 모습을 통해 나의 미래를 보았고, 내 모습의 일부를 느낄 수도 있었다.
폐암을 진단받고도 노력하여 의사로 되돌아가지만 전이가 되어 결국 죽음을 준비한다. 비로서 삶의 모든 것을 내려놓고 존재의 삶으로 돌아간 것이다. Doing Mode의 삶에서 Being Mode의 삶으로 변환된 것이다. Doing Mode의 삶은 성취지향적이고, 미래를 위해 현재를 희생하고, 타인과 비교를 하며, 결과물을 중시하는 삶이다. 반면 Being Mode의 삶은 지금-여기의 삶에 충실하고, 자신만의 삶의 기준을 정하고, 과정을 중시하는 삶이다. Being Mode의 삶으로 돌아선 저자는 병을 수용하고 연명치료를 거부하며 삶의 마지막 순간을 가족과 자신을 위한 시간으로 충만하게 보내며 삶을 마무리 한다.
내담자에게 이 책을 추천한 이유는 직접적으로 내담자에게 말하지는 않았지만 Being Mode의 삶을 살기를 바라는 마음에서인 거 같다. 또한 저자가 한 말 중에 강렬한 기억으로 남아있는 말이 전달되길 바라는 마음에서였다. “폴은 처음에는 ‘나는 계속 나아갈 수 없어 (I can't go on) ‘ 라고 말한다. 그러다가 ‘나는 계속 나아갈 거야 (I'll go on)’ 라고 말한다.” 준비가 되어 있으면, 반드시 그 길이 열린다. 다만 길이 열릴 시간을 기다릴 마음의 준비와 인내심과 용기가 필요하다. 또한 오늘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내고 하루하루 충실하게 살아가며 시절인연을 기다려야 한다. 보이지 않은 미래를 기다리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지만, 그런 와중에 충실하게 매일 살아가는 것은 더욱 어려운 일이다. 이런 과정은 실은 우리에게 주어진 하늘의 선물이며 자신을 담금질 할 수 있는 귀한 기회이다. 부디 잘 극복해 나가길 바란다.
상담 마치고 집에 돌아와 저녁 식사 후 걸으러 나갔다. 상담으로 인한 피곤을 충전하기 위한 나만의 방법이다. 걸으면 머릿속이 비워지고 에너지는 채워진다. 퇴사를 한 후에 1년여 넘게 쉬고 있는 친구 H와 통화를 했다. 대부분 사람들은 퇴사 후 채 3개월도 편안히 쉬지도 못하고 바로 다른 일자리를 알아보느라 불안 속에서 분주하게 보낸다. 하지만 이 친구는 오랜 직장 생활로 인해 못했던 하고 싶었던 일들을 즐겁게 하며 충만한 삶을 살고 있다. 직장생활을 할 때에도 이 친구는 힘든 상황을 온전히 온 몸으로 받아내며 견뎠던 친구답게, 지금의 백수 생활도 온전히 온 몸으로 즐기고 있다. 불안함이 없지는 않겠지만, 별로 티를 내지 않고 지금-여기의 삶에 충실하며 내면의 충만함을 느끼며 살고 있다. 그 친구의 그런 뚝심이 보기 좋다.
그 친구는 “요즘 느끼는 평온함도 좋지만, 주위와 나눌 수 있는 어떤 일을 해야 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하고 있으며, 동시에 평온함이 흔들리지 않을까에 대한 불안함도 조금 있다”고 했다. 뭔가 나눌 생각을 했다는 것은 삶에 에너지가 채워지기 시작했다는 의미라고 얘기하며 축하해주었다. 자신의 삶이 충만하면 넘쳐서 저절로 나눠지게 되고, 창의적이 되며, 생산적인 일을 하기 시작한다. H는 자신에게 일어난 새로운 변화에 잘 적응하며 자신의 삶을 충만하게 채워갈 것이다.
어떤 사람들은 자신이 채워지기 전에 주위에 나눠주며 남들이 자신을 채워주길 기다리고 있다. 이런 사람들은 자존감이 약하고 타인의 인정이 있어야 자신을 인정하게 된다. 또한 나눠주는 이유는 채움을 받기 위한 수단이지 자연스럽거나 순수하게 나눠주는 것이 아니다. 같은 나눔도 나눠주는 사람에 따라 나눔의 의미가 다르다.
나눔의 전제 조건은 자신의 충만함에 따른 자연스러운 흐름이어야 한다. 그런 나눔이 ‘참 나눔’이다. 마치 물이 잔에 넘치면 흘러내리듯, 내면의 충만함이 넘치면 저절로 주위에게 나눔을 베풀게 된다. 이는 이런 나눔은 ‘나눔이 없는 나눔’이다. 바로 보시 (布施)이다. 보시에는 세 가지가 없어야 한다고 들었다. 주는 사람, 받는 사람, 그리고 주고 받는 물건이나 어떤 것. H가 보시를 위한 첫 발을 내디뎠다. 생각의 변화가 바로 그것이다. H의 그런 변화에 진심으로 응원과 축하하는 마음을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