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고의 걷기 일기 0023]

여유로운 일상

by 걷고

일시: 2020년 2월 16일 (요가원 – 경의선 숲길 – 홍제천 – 불광천 – 집 7km)

거리: 7km

누적거리: 406km

기록 시작일: 2019년 11월 2일


반가운 눈이 온다. 영하 5도로 겨울 추위의 위세를 보여 주고 있다. 아침에 일어나 명상을 한 시간 하고, 샐러드로 아침 식사를 한 후에 요가원으로 출발했다. 특별한 일이 없는 한 매일 아침에 명상을 하고 있다. 요가는 금년 초부터 시작했다. 걷기 운동만으로 충분하지 않고, 뭔가 다른 한 가지 취미 겸 운동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시작한 것이다. 주 3회, 월, 수, 금 아침 9시 20분부터 1시간 동안 요가를 배우고 있다. 요가를 마친 후 집에 돌아와 바닥을 따뜻하게 하여 1시간 정도 잠을 잔다. 요가를 마친 후 잠을 자고 나면 몸이 한결 개운하다.


오늘은 눈도 오고 오전에 별 다른 일정이 없어서 요가원에서 집까지 걸어왔다. 눈을 맞으며 경의선 숲길과 홍제천, 불광천을 걸었다. 함박눈에서 싸라기눈으로 변하기도 하고, 바람이 강하게 불기도 하는 등 날씨가 변화무쌍하다. 이런 날 요가를 마치고 개운한 몸으로 홀로 길을 걷는 재미는 아주 특별하다. 사진도 몇 커트 찍었다. 요가원에 갈 때에는 스마트폰을 들고 가지 않는데, 오늘은 눈이 오는 경치를 사진에 담고 싶어서 일부러 들고나갔다.

몇몇 사람들이 웃으며 사진을 찍고 있다. 동남아시아에서 온 외국인들도 보인다. 어떤 분은 사진작가처럼 큰 사진기를 들고 심각하게 사진 찍고 있다. 친구들끼리 웃으며 걷다가, 한 친구가 미끄러져 넘어지자 다 같이 웃으며 눈을 즐기고 있다. 홍제천과 불광천에는 제설작업을 하시는 공무원과 일일 노동자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아내가 손녀 장난감에 필요한 배터리를 사 오라고 해서 할인매장에 들렸는데, 원하는 제품이 없어서 맨 손으로 돌아왔다. 나 역시 손전등이 하나 필요해서 찾아봤는데, 마침 모두 판매되어 재고가 없다고 한다. 아내에게 전화해서 다른 필요한 물품이 없느냐고 물어보았고, 아내는 나의 쇼핑 무능력을 잘 알고 있기에 그냥 오라고 한다. 내게 시키느니 자신이 나중에 발품 파는 것이 낫다고 판단한 것이다. 일단 바보로 인정받으면 남에게는 불편함을 자신에게는 편안함이 따라온다. 다만 바보로 인정받기까지 스스로 많은 노력을 하거나, 진짜 바보여야 한다.


요가 배우러 갈 때와 돌아올 때 왕복으로 걸어볼까 생각 중이다. 오늘 걸은 길은 7km로 1시간 30분 정도 걸렸다. 아침에 버스 정류장까지 걸어가고, 버스를 기다리고, 이동하고, 내려서 요가원까지 걸어가는데 약 1시간 정도 걸린다. 집에서부터 걸어가도 1시간 30분이면 된다. 수요일에는 저녁 걷기 길안내를 해야 하니, 월요일과 금요일은 이른 오후까지 특별한 일이 없는 한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이다.


집에 돌아와서 손녀와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앞으로 2주 후인 3월부터 손녀는 우리 곁을 떠나 자기 집으로 돌아가 사위 회사에 설립된 유아원을 다니게 된다. 우리와 매일 볼 수 있는 기회는 없고, 다만 주말에 가끔 볼 수 있을 것이다. 남은 2주 동안이라도 손녀와 가능하면 많은 시간을 보내며 추억을 쌓고 싶다. 이 글을 쓴 후에는 ‘웃음’이라는 책을 읽을 계획이다. 베르나르 배 르베르의 장편 소설인데, 일단 읽기 시작하면 중간에 책을 놓기가 어렵다. 이런 여유로운 일상이 편안하고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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