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고의 걷기 일기 0046]

서울 둘레길 1회차

by 걷고

일시: 2020년 4월 6일 (서울 둘레길 도봉산역 – 창포원 – 당고개역 3시간 30분, 10km)

누적거리: 688km

기록 시작일: 2019년 11월 20일


오늘부터 서울 둘레길을 걷기 시작했다. 총 157km로 약 16회 정도 걸어야 마칠 수 있다. 코스의 일부분을 띄엄띄엄 걷기는 했지만 완주하지 못해서 처음부터 마지막 코스까지 걷고 싶었다. 오늘 걸은 길은 제1코스인 수락-불암산 코스 1-1로 도봉산역에서 출발하여 당고개역에서 마쳤다. 총 3시간 30분 정도 걸었고, 거리는 약 10km 정도이다. 벚꽃, 개나리, 진달래 등 아름다운 꽃구경하고 연신 사진 찍으며 걸었다. 올해는 이상하게 꽃들이 눈에 많이 들어오고 발길을 멈추게 한다. 우두커니 서서 꽃을 바라보고 사진을 찍는다. 그냥 그 모습들이 눈에 많이 들어오고, 보고 있으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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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길을 걸으며 걷기 동호회의 한 사람이 생각났다. 서울 둘레길 완주를 동호회 회원들과 함께 두 번이나 진행했던 ‘나들이’라는 분이다. 이 길 외에도 해파랑길, 남파랑길, 서해안길, 평화누리길, 지리산 둘레길, 강화 나들길 등 수많은 길들을 동호회 회원들과 함께 걷고 준비하시는 분이다. 그분이 진행하는 서울 둘레길을 따라 몇 번 걸었지만, 한 번도 처음부터 끝까지 마무리한 적이 없었다. 오늘 길을 걸으며 이 길을 완주한 후에 그분처럼 동호회 회원들에게 길 안내를 하며 같이 걷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은평 둘레길부터 시작하여 서울 둘레길도 걷기 동호회 회원들에게 길안내를 하며 함께 완주할 것이다. 이런 생각을 하다 보니 길을 걸으며 길을 좀 더 잘 살펴보게 되고, 휴식 장소, 화장실 위치, 출발 장소 및 마무리 위치 등을 생각하게 된다.


길을 잘 모르는 길치라고 생각하며 다른 사람이 준비한 길만 따라 걸었다. 길 찾는 과정이 귀찮고 아무 길이나 가면 된다는 바르지 못한 생각이 만든 결과이다. 어떤 면에서 길을 안내할 자격이 없는 무책임한 사람이라고도 말할 수도 있다. 지금부터라도 길을 찾아 나서고 헤매기도 하면서 길을 익혀 나갈 생각이다. 향후 ‘걷기 학교’를 만들고 운영하기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한 작업이다. 이런 면에서 나 자신은 참으로 이기적인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자신을 위한 일에는 열심히 하고 타인의 도움을 바라면서도 다른 사람들의 일에는 소극적으로 참여하고 책임을 회피하며 살아왔다. 이 길을 모두 완주한 후에 걷기 동호회 회원들에게 길 안내를 하며 이기적인 모습에서 조금씩 탈피하고 싶다.


길을 걷는데 한 사찰의 연등이 눈에 들어왔다. 부처님 오신 날이 다가오고 있어서 불자들이 연등을 정성스럽게 만들어 올린 것이다. 약간 거리가 있어서 사찰은 보이지 않고 사찰을 뒤덮은 연등들만 보였다. 주변의 둘레길에도 연등이 줄이어 달려있어서 사찰 방향으로 길 안내를 하고 있다. 연등을 보며 코로나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고통 속에 살고 있으니, 부처님 위신력으로 이들이 고통에서 벗어나 일상 속 평온을 누릴 수 있도록 기도했다. 연등이 사찰을 덮듯이 부처님의 가피로 모든 중생들의 고달픈 심신을 따뜻한 자비로 감싸 안아 주시길 기도했다.


기도는 남을 위한 바람을 기원하는 것이다. 원수 같은 사람들을 벌해 달라는 기도는 없을 것이다. 자신에게 비난하는 사람들을 발설 지옥으로 보내라거나, 분노하는 사람들을 화탕지옥으로 보내달라는 기도는 없을 것이다. 대부분의 기도는 부모님의 건강, 자식들의 성공, 배우자의 건강과 행복, 그리고 주변 사람들의 안녕을 위한 내용일 것이다. 기도는 결국 타인을 위한 행위이지 자신을 위한 행위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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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부처님 오신 날을 맞이하여 누구를, 어떤 대상을 위한 기도를 해야 할까? 코로나를 극복하기 위해 혼신의 노력을 기울이는 모든 분들을 위한 기도를 하고 싶다. 코로나로 인해 고통받고 있는 모든 사람들을 위해 기도하고 싶다. 심리적으로, 신체적으로, 경제적으로 힘든 모든 사람들을 위해 기도 하고 싶다. 욕심이 가득하고 자신만을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연민의 마음을 보내며 그 어리석음에서 벗어나길 기도하고 싶다. 모든 존재들이 행복하고 평화롭기를, 모든 고통으로부터 벗어나기를 기원한다.


기도가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기도는 늘 살던 대로 살면서 부처님이 알아서 해 달라는 ‘거지 마음’으로는 절대 이루어질 수 없다. 일상 속 마음을 잘 살펴보고, 자신의 부족한 점을 보완하며, 스스로 노력할 때 원하는 바가 이루어진다. 자신을 바로보는 성찰과, 변화를 이루려는 노력과, 인내의 시간을 지나야 기도가 이루어질 수 있다. 부처님은 ‘자등명 법등명 (自燈明 法燈明)’을 말씀하셨다. 자신이 스스로 마음의 등불을 밝히고, 부처님의 가르침을 법의 등불로 삼아 수행을 게을리하지 말라는 가르침이다 마음의 등불을 밝힌다는 것은 무명에서 깨어남을 의미하고, 법의 등불로 수행하라는 말씀은 정법을 공부하고 수행하라는 말씀이다.


무명을 밝히기 위해서는 늘 깨어있어야 하고, 수행을 하기 위해서는 인내의 과정을 겪어내야 한다. 우리가 코로나로 인해 마스크 쓰기, 손 씻기, 사회적 거리 두기 등을 하는 행위가 깨어있는 행위이다. 또한 그 시간을 견뎌내면서도 일상을 유지하기 위한 나름대로의 노력을 하는 과정이 인내의 과정이다. 같은 상황을 맞이해도 대처하는 방법이 각각 다를 수는 있지만, 자리이타 (自利利他)라는 멋진 기준이 있다. 자신의 언행이 자신과 타인에게 이로운 것이 자리이타이다. 금년 부처님 오신 날을 맞이하여 모든 사람들이 자리이타의 마음으로 살고 행동하며 이기심으로부터 조금이나마 벗어나 코로나를 지혜롭게 극복하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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