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면서 꼭 필요한 것들

by 걷고

롤 모델인 김형석 교수는 늙지 않고 사는 방법 세 가지를 제시했다. 일, 사랑, 그리고 여행이다. 프로이트는 인간에게는 중요한 것이 두 가지 있다고 하였다. 일과 사랑이다. 두 분의 말씀 중 두 가지가 일치한다. 일과 사랑. 두 분의 말씀을 들으며 삶을 건강하게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자문해 보았다. 어떻게 살아야 하고, 태어난 이유는 무엇이며, 나의 역할은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을 오랫동안 해왔다. 길가에 있는 돌멩이 하나도 나름 존재의 이유가 있다고 하는데, 과연 존재의 이유는 무엇일까? 그 답은 어떻게 살 것인가와 연결되어 있고, 그 방법은 무엇을 할 것인가로 귀결된다.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가르쳐 주시는 분이 두 분 계셨다. 고인이 되신 아버지께서는 평생 일 없이 사셨다. 그로 인해 당신도 무척 힘든 시간을 보내셨을 것이다. 아버지를 보며 평생 할 일을 찾겠다고 마음을 다져왔다. 고인이 되신 장인어른께서는 고생하시며 경제적으로 안정을 이루셨지만, 우리 결혼 전에 이미 사회 활동을 그만두셨다. 장인어른을 보며 평생 할 일을 찾겠다고 다시 마음을 다졌다. 죽음은 어느 누구도 피해 갈 수 없다. 하지만 죽기 전 삶의 모습과 방향은 스스로 선택할 수 있고, 그 선택에 따라 삶의 질이 달라질 수 있다. 특히나 사회생활을 마무리한 은퇴자의 입장에서 앞으로 살아갈 긴긴 세월 동안 무엇을 하며 지내야 하는가는 큰 숙제가 아닐 수 없다.


그런 두 아버님의 삶과 죽음을 보며 ‘평생 할 일’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해왔다. 늦은 나이에 대학원에 입학하여 상담심리사 자격증을 취득한 것은 평생 할 일을 찾기 위한 방편이었다. 다행스럽게 지금 상담심리사로 활동하고 있다. 나이 들어서도 정신적으로 또 신체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는 한, 필요로 하는 단체나 기관이 있다면 상담 봉사활동을 평생 하고 싶다. 다행스럽게 나이 들어가면서 독서와 글쓰기의 즐거움에 빠지게 되었다. 독서와 글쓰기가 이제는 일상이 되었다. 혼자 놀기에 이보다 좋은 일은 없다. 도서관이나 커피숍에 앉아 독서하고 글을 쓰는 것은 매우 즐거운 일이다.


걷기도 중요한 취미이자 일이다. 걷기를 통해 심신 건강을 유지하며 가능하면 죽기 전까지 타인에게 몸을 의탁하지 않고 맑은 정신으로 살고 싶다. 누구보다도 오래 잘 걸을 수 있는 재능이 있다는 사실을 최근에야 알게 되었다. 그 재능을 자신과 주변 사람들을 위해 활용할 생각이다. 재능은 소명이고, 내가 태어난 이유이고, 할 일이며, 존재의 이유이다. 걷기 학교를 준비하고 있다. 빠르면 내년부터 소박하게 시작할 계획이다. 걷기 학교를 통해 심신이 힘든 분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다. 걷기와 명상, 상담을 접목한 프로그램을 계속해서 구상 중이고, 가끔 동호회 모임에서 시연을 하며 수정과 보완을 하고 있다. 특기이자 재능이며, 취미이자 심신 건강 운동인 걷기는 평생 할 일이다.


코로나 사태가 조금 안정이 되면 호텔 식당, 일반 식당, 또는 패스트푸드점에서 주 2일 정도 아르바이트를 하고 싶다. 천성이 게으른 사람이라 시간이 너무 많이 나면 관리를 잘 못하는 편이다. 그래서 건강한 노동을 하고 싶다. 익숙하지 않아서 쉽지 않은 일이겠지만, 아직 몸이 건강한 편이니 배우며 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노동에는 세 가지 즐거움이 있다고 들은 적이 있다. 노동 자체의 즐거움, 노동 후 보상의 즐거움, 그리고 노동 후 휴식의 즐거움. 노동을 하며 그런 즐거움을 느껴보고 싶다. 주 2일은 상담 센터에서 근무하고 있으니, 2일은 식당에서 근무하고 싶다. 주 4일 일을 하고, 남은 3일은 휴식을 취할 수 있다면 가장 이상적인 생활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올해는 강의와 프로그램 진행 등이 예정되어 있어서 일정이 불확실하다. 내년부터 시작하기 위해 주변에 알아볼 생각이다.


여행은 대부분 사람들이 원하는 것이다. 삶의 터전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것 하나만으로 이미 심신은 편안해진다. 자연이나 이색적인 풍경을 바라보며 사진 찍고, 잠시 한가한 여유도 누릴 수도 있다. 각 지방이나 나라의 음식과 문화를 맛볼 수도 있다. 또한 다양한 사람들과 교류를 통해서 사고의 틀을 확장시킬 수도 있다. 무엇보다 모든 책임감으로부터 벗어난 홀가분함이 여행의 가장 큰 장점일 것이다. 친구들과 함께 또는 홀로 여행을 하는 재미는 삶에 활력을 불어넣어 준다. 답답한 일상으로부터 벗어나 숨을 쉴 수 있는 여유를 만들어 준다. 여행하면 일반적으로 해외여행을 생각하기도 하지만, 내게는 걷기 여행이 있다. 길을 걸으며 온몸으로 길, 자연, 사람, 음식, 문화를 경험할 수 있고 자신과 대화를 통한 성찰도 할 수 있다.


다행스럽게 걸을 길이 많이 있다. 서울에만 서울 둘레길, 북한산 둘레길 외에도 많은 길들이 있고, 각 지방마다 조성한 걷기 좋은 길이 있다. 코리아 둘레길도 있다. 동서남북을 연결하는 해파랑길, 남파랑 길, 서해안 길, 평화 누리길 약 4,500km에 달하는 길로 조성 중에 있다. 지리산 둘레길도 있고, 소백산 둘레길도 있고, 앞으로도 이런 길을 계속 조성될 것이다. 이 길을 구석구석 걸을 것이다. 아마 죽기 전까지 걸어도 모두 걷지 못할 수도 있다. 굳이 해외여행 가지 않더라도, 내게는 이런 좋은 길이 있고, 함께 걸을 길동무도 있다. 또한 기회가 된다면 해외 트레킹도 해 볼 생각이다. 무엇보다 걷기는 여행이자 동시에 할 일이다.


사랑은 베푸는 것이다. 나와 너의 벽을 허무는 일이다. 나의 즐거움이 그대의 행복이 되고, 그대의 괴로움이 나의 고통이 되는 것이다. 가족 간의 사랑도 있고, 친구들과의 우정도 있고, 모든 존재의 안녕을 위한 사랑도 있다. 상담심리나 걷기 학교, 글쓰기 등은 사람들과 소통하고 사랑하며 사는 방법이다. 아직 마음속에 사랑이 많이 부족하다. 사랑은 주는 것이 아니고, 자신의 사랑이 넘쳐서 자연스럽게 다른 존재들에게 퍼져나가는 것이다. 내게 사랑은 아직도 가장 어려운 일이다. 아직 내면에 사랑이 부족하여 나눠 줄 힘이 없다. 매일 아침 명상 후 자애 명상을 20분 정도 한다. 억지로라도 사랑하는 마음을 육성하기 위한 방편이다. 시간이 흘러가면서 상담, 걷기, 글쓰기, 자애 명상 등을 통해 사랑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일, 여행, 사랑 외에 한 가지 더 필요한 것이 있다. 명상이다. 매일 명상을 한 시간 정도 하고, 자애 명상을 20분 정도 한다. 하루라도 하지 않으면 마음이 거칠어진 것을 느낄 수 있다. 마음 밭에 잡초가 가득 들어선 것이다. 사찰에서는 아침마다 마당 청소를 빗자루로 하기도 하고, 때로는 잡초를 뽑기도 한다. 그런 행위가 바로 수행이다. 마당의 쓰레기와 잡초를 청소하며, 자신의 마음 밭을 청소하는 것이다. 마음이라는 마당은 누구나 갖고 있다. 다만 그 마당을 잡초로 채울 것인지, 향기 가득한 꽃 밭으로 채울 것인지 선택과 결정권은 각자 자신에게 있다. 하루 명상하지 않으면 마음이 거칠어진다는 것을 볼 수 있는 것은 좋은 일이다. 거칠어진 것을 닦고 맑게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주기 때문이다. 명상을 통한 깨끗한 마당 위에 사랑, 여행, 심리상담, 글쓰기, 걷기 학교, 아르바이트를 채울 수 있다면 좋겠다. 내게 명상은 모든 삶의 기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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