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기란 냉장고를 최적화하는 방편

걷고

by 걷고

며칠 전 사회통합치유센터 마음 복지관에서 상담사를 대상으로 실시하는 기질 및 성격 심리검사 TCI (Temperament and Character Inventory) 교육을 받았다. 임상심리 전문가 김한우 선생님이 4시간 동안 강의를 진행했다. 전문가의 확신에 찬 강의도 인상 깊었고, 강의 준비를 위해 세심한 배려를 해 주신 마음 복지관에도 감사를 표한다.


기질(temperament)이란 자극에 의해 자동적으로 일어나는 정서적 반응 성향으로 유전적으로 타고난 비교적 안정적인 속성을 가지고 있다. 인성 발달의 원재료이며 기본 틀이다. 성격(character)란 자신을 어떤 사람으로 이해하고 동일시하는 자기 개념으로 사회문화적 학습의 영향을 받으며 일생 동안 지속적으로 발달한다. 기질에 의한 자동적인 정서 반응을 조절한다. (강의 내용 중)


기질은 타고난 성향으로 변하지 않는 것이고, 반면 성격은 환경과의 상호 작용을 통해서 평생 동안 변화한다는 것이다. 기질은 음식의 원재료이며, 성격은 음식을 보관하는 냉장고라고 예를 들어 설명했다. 이해하기가 쉽다. 타고난 음식 재료는 바꿀 수 없다. 야채가 고기가 될 수도 없고, 서로 우열을 따질 수도 없다. 반면 냉장고 상태는 잘 관리하여 음식이 상하지 않게 만들 수 있다. 원재료를 활용하여 어떤 음식을 만들지는 요리사의 결정과 판단에 달려있다. 요리사로서 음식 재료를 청결하고 신선하게 관리하는 것은 가장 기본적이고 필수적인 일이다.

기질은 자각하고 수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사과’로 태어난 사람이 ‘피자’가 될 수는 없다. 또한 ‘사과’를 ‘피자’와 비교하며 우열을 판단할 수도 없다. 마치 나무가 바위를 부러워할 수 없듯이. ‘사과’가 ‘사과’라고 인정하고 수용하면 된다. 그럼에도 ‘사과’가 ‘피자’가 되기 위해 시간과 에너지를 낭비하는 경우가 많다. 자신의 기질을 수용하게 되면 외부 자극으로 인한 예상된 또는 습관화된 정서 반응을 알아차릴 수 있게 된다. 알아차림을 통해 자극과 반응 사이에 공간이 생기면 똑같은 자극에 다른 반응을 할 수 있게 된다. 즉 자극에 대한 반응을 선택할 수가 있다. 반응의 선택을 통해서 자동적 정서 반응이 아닌 자기 주도권을 회복할 수 있다. 삶의 주인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성격은 환경과 노력에 의해 변화될 수 있다. 성격의 중요한 특성이 바로 기질에 의한 자동적인 정서 반응을 조절할 수 있다는 점이다. 즉 성격의 발달과 변화를 통해서 기질은 변하지 않지만 습관적이고 무의식적인 자동적 정서 반응의 조절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성격 요인 중 자율성이 중요하다고 한다.


자율성은 성격 조절 기능의 핵심 부품이다. 이는 자기결정력과 의지력의 두 가지 기본 개념에 기초한다. 즉 자신이 선택한 목표와 가치를 이루기 위해 선택 (자기 결정력) 하고 자신의 행동을 상황에 맞게 통제 조절, 적응시키는 능력 (의지력)이 자율성이다. (강의 내용 중)


자율성의 획득 또는 회복은 삶의 목표와 가치에 대한 선택과 결정, 그리고 목표를 이루기 위해 집중한다는 의미다. 자신이 선택한 가치와 목표를 위해 ‘해야 할 일’과 ‘해서는 안 되는 일’을 구별할 수 있게 된다. 동시에 삶의 목표와 가치를 스스로 결정한 것이기에 그에 따른 책임감도 기꺼이 감수하게 된다. 책임감은 자신이 선택한 일의 성취를 위한 동기로도 작용할 수 있다.


인성의 사전적 의미는 ‘각 개인이 가지는 사고와 태도 및 행동 특성’이다. 기질과 성격이 합쳐진 것이 인성이다. 기질은 바꿀 수 없다고 하니 그냥 두자. 바꾸려고 애쓰는 어리석은 일은 하지 말자. 오히려 그 에너지와 시간을 자율성의 회복을 위해 사용하자. 기질은 자각과 수용을 통해서, 성격은 자율성의 회복을 통해서 삶의 주도권을 회복하고 삶의 주인이 될 수 있다. 음식 원재료는 바꿀 수 없으니 어떤 원재료인지 확실하게 자각하자. 냉장고를 잘 관리해서 원재료를 신선하고 청결한 상태로 유지할 수 있다면, 요리사의 능력에 따라 얼마든지 영양가 높은 음식을 만들어 낼 수 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은 냉장고를 잘 관리하는 일이다. 내게 걷기는 냉장고를 최적화 상태로 유지하고 관리하고 보수하는 가장 잘 맞는 방편이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걷고의 걷기 일기 006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