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틴
코스: 20200608 (합정역 – 한강변 – 이촌역 8km)
20200609 수요 걷기 리딩 (월드컵경기장역 – 난지공원 – 월드컵공원 – 집 10km)
누적거리: 1,110km
평균 속도: 5,6 km/h (20200607)
기록 시작일: 2019년 11월 20일
최근 며칠간 마음이 시끄러웠습니다. 마음은 잠시도 가만히 있지 않습니다. 늘 널뛰듯 뛰고 있습니다. 가끔은 안정된 상태를 유지하기도 하지만, 아주 짧은 시간에 불과합니다. 바다의 물결처럼 늘 일렁거리는 마음을 바라보기도 합니다. 마음을 쫓아가지 않고 바라만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안정되기도 합니다.
시끄러운 이유 역시 같은 패턴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원하는 삶’과 ‘현재의 삶’ 사이의 괴리로 인해 불편한 마음이 올라온 것입니다. 저 자신은 결코 ‘혼자’가 아닙니다. 가족과 연결되어 있고, 주변 사람들과 연결되어 있습니다. 저 혼자 독야청청하리라는 마음을 갖고 사는 것은 어쩌면 이기적일 수도 있습니다. 가족들의 원하는 삶을 무시하고 혼자 편안한 삶을 산다는 것은 결코 바람직한 삶이 될 수는 없습니다. 함께 즐겁고 행복해야 그 삶이 ‘잘 살은 삶’이 되는 것입니다. 세상에 태어난 이상 가족, 친구, 사회라는 그물에서 벗어날 수는 없습니다. 대신 그물 안에서 편안한 삶을 살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수는 있습니다. 태어난 순간 우리는 이미 그물 속에 갇힌 삶이 됩니다. 그 삶이 천당이 될지, 지옥이 될지는 자신의 선택에 따라 결정됩니다. 그 결정의 과정에서 마음이 시끄러워지기도 합니다.
다양한 방법으로 그물에서 벗어날 궁리를 해봤지만, 역시나 소용없는 헛고생이었고 마음만 오히려 상처를 입었습니다. 그냥 지금처럼 주어진 삶을 살면 될 것을, 참아내지 못하고 발버둥 친 결과입니다. 하지만 다행스러운 것은 이미 비슷한 상처를 많이 받아왔기에 보일 듯 말 듯하는 아주 얕은 흉터 하나 정도 생긴 것입니다. 어쩌면 그 상처가 굳은살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이런 반복된 상처를 받지 않기 위한 노력을 하는 것입니다. 같은 실수를 반복하면서 그 실수가 몸에 배게 되면 오히려 큰 문제가 일어날 수 있습니다. 몸에 밴 것을 없애는 작업이 필요합니다. 좌절감과 피해의식 그리고, 그런 절망감으로 몸과 마음이 절어있으면 그 절망감이 오히려 더 심한 상처를 주기 때문입니다. 2차 피해를 막는 것이 아주 중요한 작업입니다.
삶의 안정과 치유를 위해서 루틴이 필요합니다. 모든 상황에서 벗어나 오로지 자신만의 시간을 갖고 심신의 휴식을 통한 치유의 시간을 갖는 것입니다. 코로나로 모든 일이 거의 중단된 상태입니다. 시간이 많이 남습니다. 이 시간을 자신을 위해 효율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어서 루틴을 생각해 봤습니다. 아침, 저녁 명상 시간을 갖는 것입니다. 호흡 명상과 자애 명상을 1시간 30분씩 매일 두 번 하는 것입니다. 또 하나는 저녁 식사 후 두 시간 정도 걷는 것입니다. 그 외의 시간은 ‘현실’과 ‘이상’의 간극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을 찾기도 하고, 상담도 진행하고, 독서와 글쓰기를 할 생각입니다. 주말에는 4시간 이상 걸을 생각입니다. 걷기 동호회 나가기도 하고, 때로는 홀로 걸을 생각입니다. 건강도 챙기고 현실 감각도 챙기며 지내기 위한 방편입니다.
어제저녁 수요 걷기 길 안내를 했습니다. 차분히 내리는 비가 제 마음을 달래주고 있었습니다. 우산 위로 떨어지는 빗소리는 제게 ‘괜찮아, 힘내세요’라고 속삭이고 있었습니다. 물 고인 곳에 떨어지는 빗방울 소리는 마치 어린 병아리가 주둥이로 돌을 쪼는 듯한 소리로 들렸습니다. 그러면서 제게 ‘나도 이렇게 하잖아, 아파도 괜찮아’라고 얘기하는 듯했습니다. 비에 젖은 보도 불럭 위의 나무 그림자는 나무 크기만큼 자신을 비추며 비를 묵묵히 받아내고 있었습니다. 제게 ‘비, 바람, 눈, 서리 등을 모두 받아낸 만큼 그림자 크기가 커진다’고 말하고 있었습니다. 고마웠습니다. 달아오른 머리와 마음을 식혀주며 위로를 해주는 자연이 고마웠습니다.
집에 돌아와 TV를 틀어놓고 아내와 어린 저런 얘기를 두서없이 했습니다. 아내는 하루 종일 딸네 집에서 손녀를 돌보고 와서 피곤했을 겁니다. 힘든 저의 모습을 느껴서인지 밝은 모습으로 얘기하고 있었습니다. 그 마음이 고마웠습니다. 가정을 위해 힘들어했던 저에게 가족과 가정은 오히려 큰 위로와 힘이 되었습니다. 루틴을 통해 주어진 삶을 묵묵히 받아내는 사람이 되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