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고의 걷기 일기 0075]
기다림과 니까야
코스: 20200613 서울 둘레길 답사 (빨래골 – 흰구름길 – 소나무숲길 - 우이동 8km)
누적거리: 1,135km
평균 속도: 3.3 km/h
기록 시작일: 2019년 11월 20일
아침에 몸이 조금 무겁다. 어젯밤에 잠자는 시간을 놓쳐서 새벽에 잠들었다. 어제도 걷고 오늘 또 걷는데 어젯밤에 편안하게 잠을 이루지 못한 후유증이다. 걷기를 가지 말고 집에서 쉴까 생각을 잠시 했는데, 게을러지는 모습이 보기 싫어 서둘러 집을 나섰다. 수유역에 도착해서 버스를 타고 빨래골에 도착하니 벌써 날씨가 뜨겁다. 그래도 집에서 뒹굴뒹굴하는 것보다는 힘들어도 나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요즘은 책을 읽어도 내용이 잘 들어오지 않는다. 마음이 아직도 어딘가 편하지 않다. 오히려 글을 쓰면 편안하다. 어쩌면 뭔가 생산적이 행동을 하지 않는다는 생각으로 인한 불편함 일 수도 있다. 최근에 맥알바를 통해서 시니어 크루 지원을 하려 했는데, 나이로 인해 아예 회원 등록을 할 수가 없었다. 담당 매니저에게 문자를 보내 문의를 했는데, 그중 한 분이 친절하게 답변을 주셨다. 이제 조정해 놓아서 로그인해서 등록할 수 있다는 친절한 답변이었다. 기대감에 들떠 시도를 했는데, 여전히 되지 않는다. 뭔가 착오가 있었나 보다. 그 매니저께 문자로 친절함에 감사를 드렸다.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보았고 시도도 해보았지만, 어떤 결과도 없다. 이럴 경우 힘이 빠지기도 하는데 걸으며 기운을 차리고 있다. 미래가 보이지 않고 노력해도 성과가 나지 않을 경우 시간을 기다릴 때 하는 방법 중 하나가 장편 소설을 읽는 것이다. 다른 책들은 잘 읽히지 않는다. 어떤 일이 주어질지 기다리고, 또한 매일 할 수 있는 일을 찾는 노력은 계속할 것이다. 동시에 기다리며 할 일이 필요하다. 이 기다림의 시간은 아주 소중한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오늘 길을 걸으며 ‘니까야’가 떠올랐다. ‘니까야’는 부처님의 말씀을 모아 놓은 초기 불교 경전이다. 많은 불교 경전 중에 부처님께서 직접 하신 말씀도 있고, 제자들이나 스님들이 주석을 달거나 정리한 내용도 있다. 그래서 불자들 중에 부처님께서 직접 말씀하신 육성을 듣고 싶어 초기 경전인 ‘니까야’를 읽고 공부하기도 한다. 총 4부(部) ‘니까야’가 19권으로 번역되어 출간되었고, 약 10년 전에 모두 구입해서 모셔만 놓았다. 이 경전을 읽을 시기가 왔다. 시간은 많고, 할 일은 별로 없고, 어떤 책도 눈에 들어오지 않는 시점에 이 경전이 떠올라서 다행이다. 1년 읽어도 완독 하기가 쉽지 않을 분량이지만, 시간을 기다리기에 아주 좋은 공부 거리를 만난 것이다. ‘기다림’을 ‘공부의 시간’으로 생각의 전환을 하니 마음이 맑고 밝아진다.
‘니까야’를 읽으며 마음에 남는 좋은 말씀에 개인적인 의견을 담아서 글을 쓰려고 한다. 어떤 제목으로 정할까 고민을 잠시 했다. 떠오른 제목은 ‘부처님의 육성을 듣다’, ‘부처님 말씀’, 그리고 ‘이와 같이 들었다 (如是我聞)’ 등 여러 제목이 떠올랐는데, 그중 ‘이와 같이 들었다’가 가장 마음에 든다. 길을 걸으며 마음에 든 ‘길’ 사진과 ‘니까야’의 책 사진을 함께 올려서 글을 써 나갈 생각이다. 좋은 놀 거리, 할 거리, 시간 때울 거리가 마음공부 거리가 되어 좋다.
불교 경전은 구전되어 오다가 부처님 사후에 부처님의 사촌이자 제자인 ‘아난존자’께서 부처님의 가르침을 암송하고 500비구가 확인 한 내용을 추후에 글로 옮긴 것이다. 그래서 모든 경전은 ‘여시아문(如是我聞)’으로 시작된다. 경전은 어디에서 몇 명의 비구가 어떤 상황에서 부처님에게 법을 청하고 법문을 들었는지 기록되어 있다. ‘니까야’는 부처님 말씀을 분류해서 모아 놓은 ‘모음 (collection)’이라는 의미다.
불교 전문가도 아니고, 불교 학자도 아니다. 또한 수행을 제대로 한 수행자도 아니다. 그냥 불교에 관심을 갖고 있는 평범한 사람이다. 이런 자신이 ‘니까야’를 공부하며 글을 쓰려하니 조금 마음이 꺼림칙하기도 하다. 하지만, 삶이 있어서 불교가 있다. 삶과 동떨어진 불교나 종교는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있다. 아는 만큼 배우고 느낄 수 있다. 시간이 지나며 그 폭과 깊이가 변화되어 삶에 도움이 되길 바랄 뿐이다. 경전을 읽으며 느낀 점을 경전 일부를 인용하여 진솔하고 평범하고 쉽게 글로 정리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