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고의 걷기 일기 0076]

서울 둘레길 완주와 자기효능감

by 걷고


코스: 20200614 서울 둘레길 답사 (북한산 우이 역 – 왕실묘역길 – 도봉옛길 – 창포원 8km)

누적거리: 1,143km

평균 속도: 3.6 km/h

기록 시작일: 2019년 11월 20일


서울 둘레길 완주를 마쳤다. 157km를 2020년 4월 6일에 시작하여 총 15번에 걸쳐서 완주했다. 기분이 좋다. 뭔가 시작한 일을 끝낸다는 것은 기분 좋은 일이다. 아는 지인들에게 완주증과 기념사진을 카톡으로 보냈다. 축하한다는 얘기를 들으니 스스로 뭔가를 해냈다는 뿌듯함을 더 느낄 수 있다. 타인의 평가에 좌지우지되는 것은 경계해야 하지만, 스스로 약속한 일을 마친 후 사람들의 칭찬과 격려를 듣는 것은 ‘자기 효능감’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된다. 사람들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지녀야 할 심리적 자원이 바로 ‘자기 효능감’과 ‘자존감’이다.

‘자존감’은 자신을 존중하는 마음이다. 타인의 평가나 시선에 맞춰 사는 것이 아니고 자신의 주인이 되어 사는 것이다. 살면서 타인의 시선을 무시하며 살 수는 없지만, 타인의 평가에 의지하며 살아가는 것은 아주 어리석은 일이다. 사람들은 너무나 쉽게 타인에 대해 잘 모르는 얘기를 하고 어떤 사람들은 그 말로 인해 큰 상처를 받기도 한다. ‘자존감’ 있는 사람은 자신을 존중하듯 타인의 ‘자존감’도 존중하며 배려한다.


‘자기 효능감’이란 자신이 어떤 일을 성공적으로 성취할 수 있는 자신의 능력에 대한 믿음과 평가를 말한다. 사소한 일이든 중요한 일이든 ‘자기 효능감’을 갖고 있는 사람은 다양한 시도와 대안을 찾아내며 성공과 실패를 통해 더욱 성장하고 발전할 수 있다. 긍정적인 도전 정신은 많은 기회를 만들어 준다. 자신의 능력에 대한 확신이 없는 사람은 시도조차 하지 않기에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는다. 시도를 하는 사람은 자신의 한계치를 알게 되고 시도를 통해 확장시켜 나간다, 반면에 시도조차 않는 사람은 자신의 한계를 모르고 능력 자체를 사장시키기도 한다.


예전의 나는 계획을 크게 잡고 시도조차 하지 않고 며칠 후 다시 계획을 세우곤 했다. 그런 일이 반복되면서 자신감을 잃어버리고 자신 안에 갇혀 살았던 적이 있었다. 그러던 중 우연한 기회에 시작과 마무리의 중요성을 알게 된 계기가 있었다. 그 계기를 통해 설사 그 마무리가 어설프더라고 시작한 일을 끝맺는 일은 아주 중요한 일이라는 것을 확실하게 알게 되었다.


15년 전 월정사 단기 출가를 다녀왔다. 이 단기 출가는 단순한 수련회가 아니고 스님이 되기 전 과정인 행자 프로그램이다. 묵언 수행은 기본이고, 스님들과 같은 일정으로 참선, 불교 교리 공부, 바루 공양, 빨래 및 청소, 3보 1배, 3,00배 등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일정이 빠듯하다. 그 당시 아주 열심히 수행하는 거사님이 계셨다. 누구보다 수행과 청소도 열심히 하고 매사 빈틈없는 분이었다. 시간이 흐르며 침묵이 깨져서 말들을 하기 시작하면서 서로 불만이 터져 나오기도 했고, 자신의 화려한 경력을 자랑하는 분들도 있었다.


그 거사님은 회향하기 하루 전 자신의 행자복까지 빨래를 한 후에 허락도 받지 않고 먼저 퇴소했다. 같이 마무리를 하지 못하고 먼저 절을 나선 것이다. 그 당시 얼굴에는 분노로 가득 차 있었다. 그 하루만 참았어도 그다음 날 웃으며 같이 회향할 수 있었을 텐데 자신의 분심을 이겨내지 못하고 마무리도 못한 채 떠난 것이다. 추측일 뿐이고, 그분이 왜 떠났는지 아직도 정확한 이유는 모른다. 회향 며칠 전부터 사람들 마음이 흐트러지기도 하고 서로 불편한 마음을 드러내기도 하며 감정이 올라와 가장 힘든 시간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그 하루를 못 참고 퇴소하는 거사님을 보며 많이 안타까웠다. 이 일은 시작한 일을 끝까지 마무리하는 회향의 의미를 다시 한번 확실하게 알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그 이후로 일단 시작한 일은 어설프더라도 마무리를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걷기 동호회에서 운영진으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제이양은 문구 디자이너로 20년 이상 근무하고 있다. 동종 업계인 다른 회사의 임원이 스카우트를 제안해서 입사했는데, 그 상사와의 갈등이 심했다. 늘 잘한다는 얘기와 칭찬을 듣고 살아왔던 그녀는 많은 지적과 비판을 받으니 손발이 묶인 느낌이 들었고, 거부당하는 느낌을 받으니 견디기 힘들었다. 나중에는 자신이 잘못되었고, 부족하다는 자괴감까지 들기도 했다. 설상가상으로 5년간 사귀었던 남자 친구와도 그즈음 헤어지게 되면서 충격을 더 심하게 받았다. 평상시에는 자존감도 높고 자신의 능력을 의심한 적도 없이 지내온 그녀였다. 하지만, 그런 일을 당하게 되니 능력과 경력을 모두 인정받지 못한다는 생각이 들면서 대인 기피 현상도 나타났고 우울감으로 힘든 시간을 보냈다.

지인의 추천으로 걷기 동호회에 가입해서 열심히 걸으며 그녀는 스스로 많은 변화를 만들어냈다. 50km 걷기와 장기 도보에 도전해서 성공리에 마친 그녀는 자신감과 자존감을 되찾으며 자기 효능감을 회복할 수 있게 되었다. 그녀는 상사와의 갈등, 그리고 연인과 이별의 슬픔을 스스로 해결하고 치유해나갔다. 누군가는 기꺼이 도전하고, 누군가는 망설임 속에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점점 자신 속에 갇혀 살기도 한다. 그녀는 걷기를 통해 얻은 자기 효능감 덕분에 타인의 평가나 환경에 얽매여 살지 않고 자신의 주인으로 살기 시작하게 되었다.


‘자기 효능감’을 양성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는 쉽고 사소한 일을 계획하고 마치는 것이다. 마친 후의 성취감을 느끼면 다른 시도를 할 수 있는 힘과 용기가 생겨난다. 이런 일들이 반복되면서 ‘자기 효능감’이 높아지고, 다른 시도를 할 수 있고 자신에 대한 믿음이 생기며 삶의 만족도가 올라갈 수 있다. 서울 둘레길은 그런 면에서 내게 ‘자기 효능감’을 키워주는 좋은 방편이었다. 동시에 건강까지 지킬 수 있게 되었다. 사소한 일을 반복해서 일단 몸에 익게 되면 몸이 알아서 저절로 그 익은 일을 수행한다. 다행스럽게 걷기는 어느 정도 몸에 익은 것 같다. 코로나로 모두 힘들어하고 있는 시점에 ‘자기 효능감’을 키울 수 있는 작은 계획을 하나씩 만들어 실천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삶에 활력이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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