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
코스: 20200628 (서울 둘레길, 아차산역 - 고덕역 14km)
20200627 (합정역 – 한강변 – 성산동 11km)
누적거리: 1,240km
평균 속도: 4.4 km/h
기록 시작일: 2019년 11월 20일
코로나로 인해 가족들끼리 모이는 시간들이 많아졌다. 올해는 홈캉스가 유행일 것이라고 한다. 예전처럼 바캉스를 가기가 불안해서 집안에서 가족들과 휴가를 보내게 될 것이라고 한다. 코로나는 주춤거리기는커녕 점점 더 그 위세를 떨리고 있다. 어제 뉴스에 의하면 전 세계 확진자 수가 1,000만 명을 넘어섰다고 한다. 어쩌면 코로나와 공존하며 살아야 할지도 모르겠다. 마스크는 생활용품이 되어버렸다. 대중교통 안에서 마스크를 쓰지 않았다고 큰소리로 언쟁을 하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모두 코로나로 인해 민감해지고 피로가 누적되어 발생한 일인 것 같다.
우리는 현명하다. 그래서 현명하게 극복해 나가는 방법을 모색하고 시도하고 일상화하며 적응과 변화를 만들어 나가고 있다. 엊그제 한강변을 걸을 때 그 변화를 실감할 수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주말을 이용해 한강변에 텐트를 치고 가족끼리, 또는 친구끼리 함께 쉬고 있는 모습을 보았다. 그 모습이 건강해 보였다. 코로나로 인해 무기력이나 불안감에 빠지지 않고 사람들과 거리두기를 실천하며 활력을 찾아가고 있다. 실내에서 하는 활동 대신 외부 활동을 통해 건강하고 즐겁게 살아가는 방법을 찾은 것이다. 걷기 동호회에서도 예전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참석해서 걷고 있다. 마스크를 쓰고 걷는 사람도 있다. 생활 방역 지침을 잘 따르고 각자 건강을 챙겨 면역력을 키워나가는 것이 변화에 적응하는 좋은 방법이라는 생각이 든다.
가족끼리 함께 하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가족 간 갈등도 생긴다고 한다. 그 갈등은 일종의 통과의례일 수도 있다. 서로 바쁜 이유로 가족 간 대화를 할 시간이 별로 없어서 데면데면하게 지냈을 수도 있다. 코로나로 인해 자연스럽게 가족이 한 공간에 모이게 되면서 예상치도 못한 일들이 발생해서 가족 간 갈등을 유발할 수가 있다. 어쩌면 이번 기회가 가족 간의 화목을 위한 좋은 계기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 갈등을 슬기롭게 풀어내는 과정에서 가족에 대한 이해와 사랑을 쌓아나갈 수 있을 것이다.
지난 토요일 아내와 오랜만에 외식을 했다. 식사 후 약 한 시간 정도 걸으며 집으로 돌아왔다. 아내가 신문에서 읽었던 어느 중년 부부의 얘기를 했다. ‘남편이 바람피우는 것을 아내는 알고 있었다. 남편의 카톡을 몰래 보니 다른 여성과 불륜 관계를 맺고 있어서 고민하고 있었다. 바람피우는 이유가 부인에게 설렘을 느낄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실망을 하기도 했다. 부인도 남편에게 설렘을 느낄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그냥 덮어두기로 했다. 언젠가는 돌아오겠지 하고는.’
그 얘기를 들으며 30년 이상 살아온 부부가 서로에게 설렘을 느낄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배우자에게 설렘보다는 안쓰러움, 미안함, 고마움 등의 마음이 많이 떠오른다. 중년 부부들의 생각이 대부분 비슷할 것이다. 설렘으로 연애를 시작하고, 결혼 후 살기 바쁘고 힘들어서 싸우기도 하고, 아이들 키우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도 했을 것이다. 서로에 대한 고마움도 있지만, 원망과 불만도 많이 느꼈을 것이다. 그럼에도 배우자과 자식들이 있었기에 힘든 시간을 극복할 수 있었을 것이다.
아내를 생각하면 나 역시 미안함과 고마움이 떠오른다. 경제적으로 여유롭게 만들어 주지 못한 미안한 마음이 크다. 코로나로 예정되어 있던 상담이나 강의 같은 경제 활동을 할 기회가 사라져 버렸다. 그럼에도 다양한 시도를 계속하고 있는 이유는 아내에 대한 미안함을 조금이나마 덜어내기 위한 나름대로의 노력이다. 하지만 얼마 전부터 그런 생각에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돈을 더 벌거나 자신의 발전을 위한 시도도 좋지만, 그보다는 아내와 함께 하는 시간을 늘리는 것이 더 중요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언젠가부터 아내와 나는 일심동체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아내의 행복과 괴로움이 곧 나의 것이 되었다. 아내가 행복하면 나 역시 행복하고, 아내가 힘들면 내가 힘들다. 반대도 그대로 적용된다. 아내가 행복할 수 있는 일이 바로 내가 행복해질 수 있는 일이다.
경전 공부를 하고, 명상 수행하고, 독서하고, 글을 쓰고, 상담하고, 걷고 하는 행위보다 더 중요한 일이 있다. TV로 음악 프로그램을 자주 보는 아내 옆에 앉아 수다 떨며 함께 시청하고 웃는 일이다. 강의나 상담 등 존재 가치를 인정받고 적은 수입이라도 올릴 수 있는 일이 들어오면 즐겁게 하며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것도 중요하다. 그 외의 일은 굳이 지금 뭔가를 이뤄내기 위해 혼자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보다 아내가 최우선이 되어 함께 지내는 사소한 일이 더욱 중요하게 된 것이다. 예방의학 전문의 얘기 중에 기억나는 말이 있다. “건강을 위해서 약을 먹거나 몸에 좋은 일을 하는 것보다, 건강에 나쁜 행동을 하지 않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좋은 말이다. 어떤 일을 성취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아내에게 미안한 일이나 아내가 싫어하는 일을 하지 않는 것이 더 중요하다.
어제 지하철 안에서 70대 부부가 손을 잡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가만히 살펴보니 남편이 아내의 손을 주무르고 있었다. 아내의 건강 상태가 좋지 않아 보였고, 그런 아내가 걱정이 되어 손을 주무르고 있었던 것이다. 마음이 짠해왔다. 그 맞은편에는 젊은 연인이 손을 깎지 끼고 웃으며 서로의 설렘을 표현하고 있었다. 그 노부부도 몇십 년 전에는 앞에 있는 젊은 연인들처럼 지냈을 것이다. 설렘이 안쓰러움으로 변했고, 이제는 일심동체가 되어 서로의 희로애락을 한 몸으로 느낄 수 있게 되었다. 부부는 이렇게 일심동체가 되어간다. 배우자를 위한 일, 배우자가 즐거워하는 일, 배우자가 좋아하는 일을 함께 하는 것이 부부가 함께 행복하게 살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